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에로틱의 미학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은 기본적으로는 독일문학을 전공하는 학생과 연구자들을 위해, 나아가서는 독일어와 독일문학을 모르더라도 관심있는 일반독자들까지 아우르기 위해 집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읽다보면 알겠지만 분명 이 책은 '관심있는'일반독자들까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비교적 쉽게 쓰인 책인 것 맞다. 다만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공생이 아니라면 책에 소개된 작품들 중 국내에 번역된 6개의 작품은 저자의 말처럼 미리 읽어두는 것이 좋다. 평소에 독일문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또 영문학에 비해서야 적은양이지만 그래도 제법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낯선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해설이 함께 실려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19세기에서 20세기 자연주의와 세기전환기의 문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우선 이 책의 표지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다나에, 1907~1908>다. 독일문학을 이야기하는데 굳이 표지에 실린 클림트의 작품을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해질텐데 실제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해당되는 내용은 바로 <다나에>에 대한 설명이다. 왜냐면 클림트의 개인적인 삶과 그의 관능적인 그림들이 바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독일어권 문학에 녹여져 있는 '성'에 관한 부분이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특히 많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자연적 속성으로 묘사한 것이 바로 성(性)이다.  -중략- 이제 자연의 일부로 이해되기 시작한 인간의 성과 성 욕망 역시 인간의 자연적 본질로 여겨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96쪽

우선 자연주의문학의 특성을 살펴보자면 보다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 왜냐면 작품속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처럼 보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인 욕망에 지배되는 인간의 모습도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빌헬름 폰 폴렌츠의 <시험>이란 작품속에서는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연적 본질이라는 경향을 보여준다. 사실 19세기 이전시대의 세계관과 인간관의 절대적인 기준은 종교였다. 종교는 금욕, 절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대치되는 듯한 자연과학이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겪게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주의문학과  세기전화기의 문학은 또 어떻게 다른지는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었다.


자연주의의 지배는 끝났다. 자연주의의 역할은 다했고, 그 마법은 깨졌다. 발전의 뒤를 힘겹게 따라가며 모든 문제를 이미 그것이 해결된 후에야 겨우 알아차리를 무지한 대중들 사이에서는 자연주의가 여전히 얘기가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양의 전초병들, 지식인들, 새롱누 가치의 정복자들은 이미 등을 돌렸다. 227쪽


위의 발췌문은 헤르만 바르의 <자연주의 극복,1981>에 발표된 에세이에 실린 글이다. 얼핏보면 자연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면서 대치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베르만 바르의 글은 자연주의문학과 세기전환기 문학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앞서 자연주의 문학이 세부적인 것까지 그대로 묘사하고자 했다고 말했는데 세기전환기 문학은 이와 축소화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경 예술'이라는 의미로 더욱 더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바르가 각기 사조가 연결되었다고 하는 이유를 책에서는 추가적으로 설명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책에 소개된 작품 및 작가중에서 그나마 알고 있었던 작가는 토마스 만인데 그의 작품 중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트리스탄>을 관련지어 해설해주었다.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중 <마의 산>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을 것이다. 해당 작품에서도 요양원이 등장하는데 <트리스탄>에서도 소설의 무대가 '아인프리트 요양원'이며 그곳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슈피넬이라는 무명작가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예술성과 시민성'이 주제인데 슈피넬의 역할은 '예술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요양원에 머물러 있고 건강한 현실에서는 단절되어 있는 상태로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실제적인 아름다움 사이에서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예쑬과 자연적 생명력을 대립관계로 바라보는 세기전환기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바탕으로 쓰여있음(369쪽)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런식으로 전혀 읽지 않은 책일지라도 저자는 일반독자들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게 집필된 책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역시나 읽으면 읽을수록 작품을 미리 읽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 심리학과 문학과의 연결성에 대한 부족한 배경지식이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혹 이 책을 읽기전이라면, 혹은 1부를 마치고 난 뒤 2부에서는 관련된 문학을 함께 읽어가며 읽는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과거에 비해 고양이를 기르는 혹은 모시는 집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책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고양이C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뭉클해지는 건 C가 나이들어가면서 변화되는 삶의 패턴이 나이든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C는 골목대장이었다. 의기양양하고 도도했던 그녀가 나이들면서 제 몸관리도 잘 안하게 되고 고집만 세진다. 그리고 겁은 또 왜그리 많아지는지 사람의 모습과 정말 유사했다. 집사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발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게되면서 상처로 인해 동물병원에 가야하는 처지가 되자 더더욱 집사의 마음은 괴롭다. 18년을 함께 살았으니 자신을 믿어주면 좋으련만 C는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만 닿으려고 해도 발톱을 감춰버린다. 그런 C에게 집사는 애원하듯 설득하고 마치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기라도 한 듯 예전처럼 스스로 발톱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잠자기 전이나 용변을 볼 때면 잠시의 망설임도 허락치 않고 집사에게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조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저자가 체력을 기르기 위해 국민체조 혹은 아이돌의 안무를 따라할 때의 C의 반응이었다. 국민체조 음악을 싫어하는가 싶어 아이돌 음악을 틀었더니 그것도 못마땅해할 뿐 아니라 새끼냥이일 때 거부하지 않았던 노래도 참아주지 않을 뿐 더라 제자리 걷기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C의 모습을 보면 나는 절대 고양이 집사는 할 수 없겠다 싶었다. 물론 책속에는 C외에도 길고양이 친구들과 지인들의 고양이의 차분하고 인간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듯한 냥이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이 저마다 다르듯 냥이도 다 다르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왜냐면 C의 행동중에서 독자인 나조차 안타깝고 보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천둥번개가 칠 때 옷장으로 숨어들어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C를 떠올리면 나라도 '괜찮아'하면서 쓰다듬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지인의 어머니는 인생 마지막에 키우는 고양이를 '끝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분명 C는 내게 '끝냥이'다. 나는 C에게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고, "그러니까 오래 살아 줘."하고 조금 숙연하게 말했다. 108쪽
사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까닭은 '고양이 한 마리'에 끌렸다기 보다는 '기침을 해도 나 혼자'라는 부분이었다. 혼자사는 여성은 아니지만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정말 이대로 혼자서 살다 가겠구나 싶었던터라 그부분이 더 궁금해졌던것이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여왕이라 칭할정도로 까탈스럽고 도도한 고양이C의 이야기다. '나 혼자'임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고양이C와의 관계가 깊다는 의미였을 것 같다. '끝냥이'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혼자늙어가는 삶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고양이를 길러보면 어떨까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저자가 느꼈던 행복 그리고 괴로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집사생활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을 읽다보면 저자에게는 막막했고 힘겨웠을 유학생활 7년이 누가봐도 '열심히'살았던 순간순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의과대학에서 '통계 분석가'라는 멋진 직함을 가지기 전까지 어찌보면 책의 제목처럼 그저 '가방끈만 긴'것처럼 보였던 시간을 통과하는 과정이 책에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언니의 지난 삶과 저자의 삶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유학생활을 시작한 뒤 밤새 공부를 해도 그렇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점수가 나오지 않았던 날들속에서도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러했다.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드라마속 대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삶속에서 여러번 스스로에게, 혹은 가족이나 지인, 학교 선생님이라 직장 상사로부터 '최선'을 다했냐는 물음을 받게된다. 저자는 엄마로부터 어릴 때 '최선'을 다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말한다.


누군가 "최선이라 건 대체 어느 정도일가요?"라고 내게 묻는다면 여전히 단순한 수치로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 하루에 잠을 네 시간만 자거나, 토요일에 1등으로 도서관에 나오는 게 늘 최선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이제는 '최선'이란 말을 들어도 예전처럼 막연하지 않다. 유학 생활 첫 2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지리멸렬한 반복의 시간을 버텨냈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에. 85쪽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란 그럼 무엇이었을까. 나의 기준은 친언니였다. 언니는 졸업한 뒤 목표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 새벽반을 다녔고, 재학중에도 장학금을 받아서 다녔던 만큼 졸업한 이후에는 더더욱 모든 학비와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를 하며 해결했다. 새벽5시에 일어나 6시가 되기전에 집을 나가서 12시 막차를 타고서야 돌아오던 언니의 모습이 내게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와 언니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나는 지금껏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그런가하면 거듭반복되는 실패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또 실패가 완전한 거부가 아닌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임을 깨달아가는 모습들속에서도 언니가 보였다.



다른 꽃들이 모두 흐드러지게 핀 계절. 왜 나만 웅크리고 있냐고 이제는 묻지 않겠다. 꽃에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고, 가장 추운 계절에 피는 꼿도 그토록 진하고 붉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으므로. 186쪽


박사졸업논문을 통과한 뒤 저자는 여러 번의 시도끝에 드디어 취업에 성공한다. 1년짜리 계약직이긴 했어도 6개월 뒤 평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자리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사원증을 받고서 감격하면서도 학력이나 직함에 기대지 않으려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 이후 비자문제로 다시금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무사히 그녀의 실력을 알아봐주는 곳,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속에서 언니가 처음 일본에서 정규사원으로 채용되었을 당시 비자문제로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당시 나는 어리석게도 능력이 뛰어나면, 정말 원하는 인재라면 비자문제는 당연히 알아서 처리된다고 생각하며 해외취업을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옆에서 전혀 도움도 안되는 말들을 하곤 했다. 다행히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몇 달이 소요되긴 했지만 예정대로 언니는 그 해 해외취업에 성공하였다. 그때 내가 저자의 어머니처럼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지금도 남아있다.



미국 속담에 '삶이 레몬(신 것)을 주면 레모네이드(청량한 음료)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삶이 50킬로그램짜리 덤벨을 던져주면 기꺼이 애플힘을 만드는 수밖에. 164쪽


곁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는 말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 행운을 내가 느끼진 못했지만 분명 가지고 태어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저자 덕분에 이제는 그 행운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 지치고 힘들 때, 도무지 나아가는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마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레몬네이드와 애플힙을 떠올리며 힘내보자. 나는 저자덕분에 행운을 두 개나 받은 셈이니 나이를 핑계삼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부딪혀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마인드 - 세계적인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알려주는 진실
마틴 포드 지음, 김대영 외 옮김 / 터닝포인트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I마인드/ 마틴 포드 / 터닝포인트


미래학자의 이야기 중에서 AI(인공지능)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러 권을 읽어도 늘 흥미롭기만 하다. 특히 <AI 마인드>의 경우는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담겨져 있어 현재의 인공지능과 앞으로의 인공지능을 기대할 수 있어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기존에 출간되어 있는 AI관련 책과 가장 큰 차이점은 지나친 우려를 담은 비실무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한 사람의 미래학자의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저자 마틴 포드는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 책의 목적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자 및 기업가들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된 기회와 위험성을 조명하는 것입니다. 8쪽


인터뷰의 주된 내용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가져올 것이며,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두고 진행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정말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가하는 부분, 인공지능이 과연 인류의 사고와 동일한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AI와 관련된 규제의 필요성이 질문에 포함되어 있다.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것이기 때문에 어느부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관련 용어집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부분이다. 딥러닝, 신경망, 다양한 인공지능 학습 방법, 인공지능관련 제품 등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 페이지가 펼쳐진다. AI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그 위험성보다 더 크다는 견해는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의학분야를 보더라도 약물을 처방했을 때 그결과를 데이터화했을 경우 임상실험이 한창인 분야에 있어서는 훨씬 더 빠른 치료를 도모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았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CEO가 회의를 할 때 직원들이 CEO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했느냐를 AI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능이 회사의 회의시간은 물론 학교 수업시간에도 적용된다면 하루 혹은 일주일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안타까운 시험제도를 없앨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다른 학자의 인터뷰에서는 택시기사를 예로 들었다.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간 지각과 더불어 실제 도로교통과 관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GPS의 등장으로 그런 지식이 더이상 주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전속도나 그 혜택을 두고 공통된 의견을 가진 반면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가능해지는 시기에 대해서는 편차가 상당했다. 다프네 콜러의 인터뷰를 보면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수행하는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인간의 경우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와 같은 속담처럼 학습을 위한 기본적인 데이터의 양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것과는 달리 아주 작은 데이터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요슈아 벤지오의 답변을 보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과 달리 다소 불완전하긴 하더라도 해당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인간의 판단이 더 옳다고도 말한다. 뿐만아니라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의학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상당히 기대되는 것은 맞지만 간호사를 완벽하게 대체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게리 마커스또한 이들과 유사한 답변을 내놓았다.



인공지능은 긍정적인 잠재력이 많지만,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은 부족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긍정적인 쪽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는 않죠.-중략- 현재 우리가 인공지능을 만들고 배포하는 방법이 완전히 좋은 방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류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340쪽


마지막 질문이라 할 수 있는 정뷰규제와 관련된 답변들을 정리하자면 대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규제가 군사적인 부분을 논한다기 보다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의 제대로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국가간, 산업간의 윤리적 규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이들 대부분 영화나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인간이 AI와 비교했을 때 불완전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완벽하게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결국 인공지능을 위험한 존재로 보든, 유용한 존재로 보든 미래에는 이들의 역할이 커질거라는 사실이고 이를 위해서 적절한 규제와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어느누구도 아닌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감정도 잘 모르고, 혹은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이내 후회하거나 급하게 벗어나려던 나의 약한 부분을 제대로 읽어야 할 시간말이다. 2년 전부터 먹방을 몰입해서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속 해피엔딩이 내 이야기 같지 않아 부담스러워지면서 더더욱 먹방을 보았다. 단순히 마음속의 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린 내 감정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가득차있다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감정'도 나쁜 것이고, 내 안의 '안 좋은 감정'도 나쁜 것처럼 생각하게 되지요. 내면의 갈등,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담아두지 못합니다. 이때 가장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도피처가 '음식'이 될 수 있죠. 그런 패턴이 반복되면 음식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134쪽


먹방을 보았던 다른 이유는 폭식방지 차원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중 체중증가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밤 과식이나 폭식이 한 주, 길게는 그 이상의 시간을 괴롭히기 때문에 대리만족 차원에서 보았던 먹방. 먹든 안먹든 이미 난 음식중독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절제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수차례 학대하기 까지 했다. 책에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자제력'이 약한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오히려 사회적 기준에 맞추려고 열심히 살려했던 것이라고 말이다. 책에서는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나처럼 나약한 제자신을 수용하지 못해서 더 망가지기도 하고, 과거의 일때문에 통제력을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제 감정을 제대로 알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감정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심각해진다.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현대인이 가장 기피하는 감정은 분노입니다. 안전과 안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꺼리는 감정은 두려움이지요.

191-92쪽


체중이 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거라는 두려움, 자제력 문제라고 여기며 나 자신에게 분노했던 모습들이 전부 한 가닥의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내면의 강인함이 충분하지 못할 때 분노에 휘말려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고. 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영화<컨택트>를 통해 두려움과 분노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해소될 수 없었던 나의 감정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을 아예차단하거나 좋은 감정이라 생각되는 것만 느끼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감정을 설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저자가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 방식대로 재구성해보는 시도는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서문에 강조된 것처럼 억지스레 좋은 감정을 가지려고 애쓴다거나, 타인의 기준에 맞춰가며 행복이라는 허울로 현재의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왜 먹방에 빠져들었는지에 대한 답을 아는 것,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은 그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