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어느누구도 아닌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감정도 잘 모르고, 혹은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이내 후회하거나 급하게 벗어나려던 나의 약한 부분을 제대로 읽어야 할 시간말이다. 2년 전부터 먹방을 몰입해서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속 해피엔딩이 내 이야기 같지 않아 부담스러워지면서 더더욱 먹방을 보았다. 단순히 마음속의 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린 내 감정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가득차있다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감정'도 나쁜 것이고, 내 안의 '안 좋은 감정'도 나쁜 것처럼 생각하게 되지요. 내면의 갈등,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담아두지 못합니다. 이때 가장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도피처가 '음식'이 될 수 있죠. 그런 패턴이 반복되면 음식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134쪽


먹방을 보았던 다른 이유는 폭식방지 차원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중 체중증가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밤 과식이나 폭식이 한 주, 길게는 그 이상의 시간을 괴롭히기 때문에 대리만족 차원에서 보았던 먹방. 먹든 안먹든 이미 난 음식중독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절제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수차례 학대하기 까지 했다. 책에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자제력'이 약한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오히려 사회적 기준에 맞추려고 열심히 살려했던 것이라고 말이다. 책에서는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나처럼 나약한 제자신을 수용하지 못해서 더 망가지기도 하고, 과거의 일때문에 통제력을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제 감정을 제대로 알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감정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심각해진다.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현대인이 가장 기피하는 감정은 분노입니다. 안전과 안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꺼리는 감정은 두려움이지요.

191-92쪽


체중이 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거라는 두려움, 자제력 문제라고 여기며 나 자신에게 분노했던 모습들이 전부 한 가닥의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내면의 강인함이 충분하지 못할 때 분노에 휘말려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고. 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영화<컨택트>를 통해 두려움과 분노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해소될 수 없었던 나의 감정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을 아예차단하거나 좋은 감정이라 생각되는 것만 느끼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감정을 설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저자가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 방식대로 재구성해보는 시도는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서문에 강조된 것처럼 억지스레 좋은 감정을 가지려고 애쓴다거나, 타인의 기준에 맞춰가며 행복이라는 허울로 현재의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왜 먹방에 빠져들었는지에 대한 답을 아는 것,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은 그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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