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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에로틱의 미학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은 기본적으로는 독일문학을 전공하는 학생과 연구자들을 위해, 나아가서는 독일어와 독일문학을 모르더라도 관심있는 일반독자들까지 아우르기 위해 집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읽다보면 알겠지만 분명 이 책은 '관심있는'일반독자들까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비교적 쉽게 쓰인 책인 것 맞다. 다만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공생이 아니라면 책에 소개된 작품들 중 국내에 번역된 6개의 작품은 저자의 말처럼 미리 읽어두는 것이 좋다. 평소에 독일문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또 영문학에 비해서야 적은양이지만 그래도 제법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낯선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해설이 함께 실려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19세기에서 20세기 자연주의와 세기전환기의 문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우선 이 책의 표지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다나에, 1907~1908>다. 독일문학을 이야기하는데 굳이 표지에 실린 클림트의 작품을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해질텐데 실제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해당되는 내용은 바로 <다나에>에 대한 설명이다. 왜냐면 클림트의 개인적인 삶과 그의 관능적인 그림들이 바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독일어권 문학에 녹여져 있는 '성'에 관한 부분이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특히 많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자연적 속성으로 묘사한 것이 바로 성(性)이다. -중략- 이제 자연의 일부로 이해되기 시작한 인간의 성과 성 욕망 역시 인간의 자연적 본질로 여겨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96쪽
우선 자연주의문학의 특성을 살펴보자면 보다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 왜냐면 작품속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처럼 보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인 욕망에 지배되는 인간의 모습도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빌헬름 폰 폴렌츠의 <시험>이란 작품속에서는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연적 본질이라는 경향을 보여준다. 사실 19세기 이전시대의 세계관과 인간관의 절대적인 기준은 종교였다. 종교는 금욕, 절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대치되는 듯한 자연과학이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겪게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주의문학과 세기전화기의 문학은 또 어떻게 다른지는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었다.
자연주의의 지배는 끝났다. 자연주의의 역할은 다했고, 그 마법은 깨졌다. 발전의 뒤를 힘겹게 따라가며 모든 문제를 이미 그것이 해결된 후에야 겨우 알아차리를 무지한 대중들 사이에서는 자연주의가 여전히 얘기가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양의 전초병들, 지식인들, 새롱누 가치의 정복자들은 이미 등을 돌렸다. 227쪽
위의 발췌문은 헤르만 바르의 <자연주의 극복,1981>에 발표된 에세이에 실린 글이다. 얼핏보면 자연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면서 대치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베르만 바르의 글은 자연주의문학과 세기전환기 문학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앞서 자연주의 문학이 세부적인 것까지 그대로 묘사하고자 했다고 말했는데 세기전환기 문학은 이와 축소화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경 예술'이라는 의미로 더욱 더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바르가 각기 사조가 연결되었다고 하는 이유를 책에서는 추가적으로 설명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책에 소개된 작품 및 작가중에서 그나마 알고 있었던 작가는 토마스 만인데 그의 작품 중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트리스탄>을 관련지어 해설해주었다.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중 <마의 산>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을 것이다. 해당 작품에서도 요양원이 등장하는데 <트리스탄>에서도 소설의 무대가 '아인프리트 요양원'이며 그곳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슈피넬이라는 무명작가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예술성과 시민성'이 주제인데 슈피넬의 역할은 '예술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요양원에 머물러 있고 건강한 현실에서는 단절되어 있는 상태로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실제적인 아름다움 사이에서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예쑬과 자연적 생명력을 대립관계로 바라보는 세기전환기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바탕으로 쓰여있음(369쪽)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런식으로 전혀 읽지 않은 책일지라도 저자는 일반독자들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게 집필된 책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역시나 읽으면 읽을수록 작품을 미리 읽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 심리학과 문학과의 연결성에 대한 부족한 배경지식이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혹 이 책을 읽기전이라면, 혹은 1부를 마치고 난 뒤 2부에서는 관련된 문학을 함께 읽어가며 읽는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