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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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을 읽다보면 저자에게는 막막했고 힘겨웠을 유학생활 7년이 누가봐도 '열심히'살았던 순간순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의과대학에서 '통계 분석가'라는 멋진 직함을 가지기 전까지 어찌보면 책의 제목처럼 그저 '가방끈만 긴'것처럼 보였던 시간을 통과하는 과정이 책에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언니의 지난 삶과 저자의 삶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유학생활을 시작한 뒤 밤새 공부를 해도 그렇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점수가 나오지 않았던 날들속에서도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러했다.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드라마속 대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삶속에서 여러번 스스로에게, 혹은 가족이나 지인, 학교 선생님이라 직장 상사로부터 '최선'을 다했냐는 물음을 받게된다. 저자는 엄마로부터 어릴 때 '최선'을 다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말한다.


누군가 "최선이라 건 대체 어느 정도일가요?"라고 내게 묻는다면 여전히 단순한 수치로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 하루에 잠을 네 시간만 자거나, 토요일에 1등으로 도서관에 나오는 게 늘 최선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이제는 '최선'이란 말을 들어도 예전처럼 막연하지 않다. 유학 생활 첫 2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지리멸렬한 반복의 시간을 버텨냈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에. 85쪽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란 그럼 무엇이었을까. 나의 기준은 친언니였다. 언니는 졸업한 뒤 목표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 새벽반을 다녔고, 재학중에도 장학금을 받아서 다녔던 만큼 졸업한 이후에는 더더욱 모든 학비와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를 하며 해결했다. 새벽5시에 일어나 6시가 되기전에 집을 나가서 12시 막차를 타고서야 돌아오던 언니의 모습이 내게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와 언니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나는 지금껏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그런가하면 거듭반복되는 실패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또 실패가 완전한 거부가 아닌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임을 깨달아가는 모습들속에서도 언니가 보였다.



다른 꽃들이 모두 흐드러지게 핀 계절. 왜 나만 웅크리고 있냐고 이제는 묻지 않겠다. 꽃에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고, 가장 추운 계절에 피는 꼿도 그토록 진하고 붉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으므로. 186쪽


박사졸업논문을 통과한 뒤 저자는 여러 번의 시도끝에 드디어 취업에 성공한다. 1년짜리 계약직이긴 했어도 6개월 뒤 평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자리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사원증을 받고서 감격하면서도 학력이나 직함에 기대지 않으려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 이후 비자문제로 다시금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무사히 그녀의 실력을 알아봐주는 곳,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속에서 언니가 처음 일본에서 정규사원으로 채용되었을 당시 비자문제로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당시 나는 어리석게도 능력이 뛰어나면, 정말 원하는 인재라면 비자문제는 당연히 알아서 처리된다고 생각하며 해외취업을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옆에서 전혀 도움도 안되는 말들을 하곤 했다. 다행히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몇 달이 소요되긴 했지만 예정대로 언니는 그 해 해외취업에 성공하였다. 그때 내가 저자의 어머니처럼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지금도 남아있다.



미국 속담에 '삶이 레몬(신 것)을 주면 레모네이드(청량한 음료)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삶이 50킬로그램짜리 덤벨을 던져주면 기꺼이 애플힘을 만드는 수밖에. 164쪽


곁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는 말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 행운을 내가 느끼진 못했지만 분명 가지고 태어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저자 덕분에 이제는 그 행운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 지치고 힘들 때, 도무지 나아가는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마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레몬네이드와 애플힙을 떠올리며 힘내보자. 나는 저자덕분에 행운을 두 개나 받은 셈이니 나이를 핑계삼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부딪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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