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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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과거에 비해 고양이를 기르는 혹은 모시는 집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책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고양이C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뭉클해지는 건 C가 나이들어가면서 변화되는 삶의 패턴이 나이든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C는 골목대장이었다. 의기양양하고 도도했던 그녀가 나이들면서 제 몸관리도 잘 안하게 되고 고집만 세진다. 그리고 겁은 또 왜그리 많아지는지 사람의 모습과 정말 유사했다. 집사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발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게되면서 상처로 인해 동물병원에 가야하는 처지가 되자 더더욱 집사의 마음은 괴롭다. 18년을 함께 살았으니 자신을 믿어주면 좋으련만 C는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만 닿으려고 해도 발톱을 감춰버린다. 그런 C에게 집사는 애원하듯 설득하고 마치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기라도 한 듯 예전처럼 스스로 발톱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잠자기 전이나 용변을 볼 때면 잠시의 망설임도 허락치 않고 집사에게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조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저자가 체력을 기르기 위해 국민체조 혹은 아이돌의 안무를 따라할 때의 C의 반응이었다. 국민체조 음악을 싫어하는가 싶어 아이돌 음악을 틀었더니 그것도 못마땅해할 뿐 아니라 새끼냥이일 때 거부하지 않았던 노래도 참아주지 않을 뿐 더라 제자리 걷기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C의 모습을 보면 나는 절대 고양이 집사는 할 수 없겠다 싶었다. 물론 책속에는 C외에도 길고양이 친구들과 지인들의 고양이의 차분하고 인간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듯한 냥이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이 저마다 다르듯 냥이도 다 다르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왜냐면 C의 행동중에서 독자인 나조차 안타깝고 보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천둥번개가 칠 때 옷장으로 숨어들어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C를 떠올리면 나라도 '괜찮아'하면서 쓰다듬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지인의 어머니는 인생 마지막에 키우는 고양이를 '끝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분명 C는 내게 '끝냥이'다. 나는 C에게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고, "그러니까 오래 살아 줘."하고 조금 숙연하게 말했다. 108쪽
사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까닭은 '고양이 한 마리'에 끌렸다기 보다는 '기침을 해도 나 혼자'라는 부분이었다. 혼자사는 여성은 아니지만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정말 이대로 혼자서 살다 가겠구나 싶었던터라 그부분이 더 궁금해졌던것이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여왕이라 칭할정도로 까탈스럽고 도도한 고양이C의 이야기다. '나 혼자'임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고양이C와의 관계가 깊다는 의미였을 것 같다. '끝냥이'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혼자늙어가는 삶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고양이를 길러보면 어떨까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저자가 느꼈던 행복 그리고 괴로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집사생활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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