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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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잠시의 승리일 뿐이다. 너희 모두는 곧 내것이 되리라.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것이다. 너희를 기다리고 있으마." 211쪽


다산책방에서 출간한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은 '코로나19를 40년 전에 예견한 소설'로 회자되고 있지만 코로나19를 굳이 연결짓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위협적인 작품이었다. 아직 어린 아기지만 아들엄마라는 이유로 이야기의 시작이 아들을 잃은 엄마 티나가 죽은 아들과 버릇마저 똑같은 아이를 만났을 때의 충격은 마치 영화나 실제 사건을 보는것처럼 몰입하게 만들었다. 소설의 주된 이야기는 버스사고로 아들 대니를 잃은 후 이상한 일들이 엄마인 티나에게서 일어난다. 처음에는 대니의 방과 유품을 정리하지 않은 자신에게 정신병적인 증세가 일어나고 있는거라고 애써 무시하지만 점점 대니가 살아있는 것이 분명한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대니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조차 하지 못했던 그녀기에 아들의 무덤을 파헤쳐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째서 코로나와 이 소설이 관련이 있는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가 우환지역에서 발생하여 퍼졌기 때문에 우환바이러스라고 명명되지만 소설속에서는 우환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진행된 실험 우환-400이다. 고작 그정도로 연결짓지에는 무리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바로 내 옆에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는 것, 사실이 아닌 정보나 의혹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거대한 세력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실험 기관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 않다라는 사실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서두에 밝힌것 처럼 아이를 둔 엄마라서 그런지 전염병이나 연구소의 비밀연구,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루는 스릴러라는 부분보다 아이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엄마 티나의 심정과 심리변화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지금 무서운 이유는 자신이 대니를 찾아내고도 혹시 구해내지 못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아이가 어디 있는지 찾는 과정에서 자신과 엘리엇이 죽을 수도 있었다. 285쪽


소설을 읽을때면 아마 누구라도 소설속 주요인물들의 감정을 이입하며 '만약 나라면,'이라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화려한 티나의 삶보다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거듭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비단 코로나뿐 아니라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혹이 일어나는 일에는 누구나 음모론을 떠올리게 된다. 어떻게든 사실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소설에 몰입해갈수록 이미 출간된 소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결론이 궁금해져 뒷페이지를 먼저 읽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둘의 손이 닿았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엄마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대니는 맹렬하고 필사적인 힘으로 엄마의 손을 쥐고 있었다. 428쪽


아이가 살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바이러스로 인해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다시 읽다만 부분으로 되돌아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대니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손이 닿았다는 아들은 대니인가 아니면 대니를 닮은 또다른 아이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스릴러이면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까지 정말 잘도 어우러져 결말을 알아도 다시 읽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엄마의 입장으로 읽다보니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다가선 부분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힘이 때로는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대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이 소설처럼 개개인만의 사랑으로 싸워내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내 일이 아니니까 무시해버리거나 그만 잊고 살자고 하는 무책임하고 무신경한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결말을 알아도 흥미로운 스릴러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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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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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2020-2021 최신개정판
우리나라 최초 전국일주 코스 가이드북

#전국일주 #국내여행 #국내여행가이드 #드라이브코스 #추천드라이브코스 #추천국내여행





해외여행은 최소 몇 달 전부터 꼼꼼하게 방문할 도시를 검색도 하고 책을 펴보지만 이상하게 국내여행을 할 때면 '일단, 우선, 출발!'이 익숙해진 것 같다. 그렇게 준비없이 떠난 여행이 좋을 때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떠날 예정이라면 즉흥적인 것 보다는 먹는 것 부터 체험활동을 포함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야외활동이 자유롭지 못할 때는 꼼꼼하게 실내에서, 혹은 드라이브만으로도 충분한 코스를 확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철상, 김충식, 신지영, 신지혜 등 4명의 작가가 직접 발로 뛰어가며 쓴 <전국일주 가이드북>을 펼쳐보면 여행코스가 한 눈에 보이는 상세지도는 물론 이런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여행 중에는 유명인사의 생가부터 체험장까지 골고루 둘러보며 국내에는 왜 없냐며 불평했는데 내가 몰랐다는 것을 알게된다.

  • 파트1 동해안 7번 국도
  • 파트2 1번 경부고속도로 
  • 파트3 50번 영동 고속도로 
  • 파트4 60번 서울양양(동서)고속도로 
  • 파트5 15번 서해안고속도로 
  • 파트6 25번 호남 고속도로
  • 파트7 27번 순천완주선 고속도로
  • 파트8 35번 중부 고속도로
  • 파트9 45번 중부내륙 고속도로
  • 파트10 55번 중앙 고속도로

전국지도, 인덱스(지역.관광지)정보 수록






 
평소에 주로 이용하는 도로는 경부와 영동고속도로지만 책을 펼쳐보면 왜 이 많은 도로를 외면하고 살았나 싶을만큼 각 지역별로 가고싶은 장소가 정말 많다는 사실에 신이 날 정도다. 부산의 경우 운전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경험상 부산만큼 또 차로 가봐야 할 지역도 흔치 않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감천마을, 국제시장 태종대 등은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혹 차가 없어서 이 책이 그다지 도움이 안될 것 같다고 피할 이유는 없다. 사실 어딜 가고자 맘만 먹으면 대중 교통으로 가지 못할 곳은 거의 없다. 문제는 '어디'를 가야 할 지를 모를 뿐이다.

책을 보다보면 자녀의 연령에 따라 어디가 좋을지도 계획할 수 있는데 가령 파트2에 소개된 경부고속도로 중 북수원IC~신탄진IC를 경유할 때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수원화성부터 청주고인쇄박물관, 독립기념관 등 교과서 연계로 체험학습이 잘 되어 있는 기관이 즐비하다. 개인적으로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성인들이 체험하기에도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아 강추한다.
책에서는 금속활자 작업공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실등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





자녀가 없는 부부 혹은 연인들을 위한 장소들도 다양하다. 데이트의 명소로 이제는 안가보면 연인이 아닌것만 같은 대관령양떼목장을 경유할 수 있는 코스는 파트3 영동고소도로 구간1 횡성IC~대관령IC 도로로 평창무이예술관도 들릴 수 있다. 맛있는 안흥찐빵마을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만약 어느 장소에도 들리지 않고 차안에서만 안전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역시나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이 좋은데 파트7 순천완주고속도로 구간3 하동IC~사천IC를 소개하고 싶다. 특히 보기만 해도 예쁜 독일마을의 아기자기함은 물론 가천다랭이마을 지나 상주은모래비치까지 낭만적이면서도 광활한 자연의 멋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코스로 저자들도 추천하는 코스다.

혼자떠나도 좋고 가족과 함께여도 좋지만 무엇보다 잘먹고 잘 쉴 수 있는 숙소 및 맛집 추천리스트까지 책에 실려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잘 읽다보면 어느새 어디에 누구와 함께 언제 가면 좋을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다소 움츠러든 요즘 당장 떠나기가 부담스럽다면 계절별로 떠나기 좋은 추천코스를 참고해서 여름이후 가을그리고 겨울에 떠날 장소를 미리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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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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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최소취향이야기 #신미경 #상상출판





 
프롤로그에서부터 느낌이 확 오는 책이 있었던가. 신미경 작가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프롤로그의 첫 문장부터 남달랐다. 요가를 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다는 문장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런 사소한 일정이 특별하게 시간을 내야만 가능하다고 믿었던 과거가 있었기에 남다르게 다가왔다. 내 몸의 건강과 내 마음의 평온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저 한 문장에서 이미 다 드러나 있었다. 최소 취향이라는 말에 얼마나 특별하고 부러울 만한 취향을 이야기하려나 싶었던 나의 착각이 민망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번아웃 증후군을 겪은 뒤에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사람들, 고전에서 삶을 배울 수 있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지만 이처럼 당장 하나하나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적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당장 시작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체화되기 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는 저자의 생활방식은 다름 아닌 비움과 배움 그리고 '지금을 사는 것'이 었다.





나는 일이 좀 안풀린다 싶으면 집에 있어서는 안 될 게 있는지 샅샅이 수색한 뒤 버린다. -중략-
내게 고통의 기억을 안긴 거슬리는 물건을 없애고 나면 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부정적으로 느낀 기운이 사라지면 어느새 막힌 운이 뚫려 원활히 순환되는 느낌. 
매우 미신적인 접근이지만 불행한 기분이 들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34쪽

미니멀리즘을 실천에 옮기는 이웃블로거들의 글이 거의 매일 새글로 올라오는 것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학업이 끝나면, 퇴사를 하면 등의 수많은 이유들이 나의 실천을 방해하곤 했다.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과거 어느 때라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었던 때라는 것을. 아직 돌 된 아이를 기르게 되었으니 미니멀리즘은 더 멀어진 것 아닐까 싶었지만 신기하게 아이의 짐을 늘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내 짐, 내게 불필요하거나 미련으로 남았던 물건들을 치우게 되었다. 버리고나서 많이 후회할 것 같았지만 육아로 지친 몸과 맘은 버려진 물건을 추억하기에는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더군다나 비어진 틈사이로는 아이가 주는 기쁨과 아주 잠깐이지만 놓칠 수 없는 독서의 즐거움으로 가득채우고도 남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쉽사리 버려지지 않았던 것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을 보는 나의 시선이었다. 






내 눈에 예뻐 보였던 스타, 모델, SNS 인플루언서들의 옷차림이 나에게도 어울릴 거란 보장은 없다. 남들의 스타일링을 참고하면 대부분 실패하는 쇼핑을 했다. 물론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사고 싶었다. 
나의 욕망은 그들이 가진 이미지였다. 64쪽


육아템을 검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들의 글과 리뷰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면 육아가 좀 더 수월해지고 조금은 멋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이내 마음을 접는다. 수백개를 넘어 수천개의 리뷰를 읽어보아도 결국 아이는 모두 다 다르고 아이를 키우는 나 또한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아이템은 결국 내 아이와 나에게 가장 잘맞는 것을 찾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극찬하는 바운서가 내게는 아이의 옷을 걸쳐두는 용도로 밖에 쓰이지 않았던 반면 극소수의 맘들에게만 극찬을 받았던 아기베개가 내게는 정말 고마운 아이템으로 남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영화 <패터슨>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를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해가 간다. 일상에서 예술을 하는 것. 시인이 되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퇴근길에 모임이나 혼술을 상상하며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글 한 줄을 적거나 제대로 선을 치진 못해도 종이와 연필을 들고 애써보는 자세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장황하게 늘어놓는 다른 강의나 연설보다 직접적으로 예술화된 삶 그자체를 살아가는 단조롭지만 명징하게 드러나는 패터슨의 하루하루에 느끼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 괴로울수록 꿈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절벽 끝에 매달린 기분에서 벗어나게는 해주지만 나는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테다. 
'언젠가는 오늘이고, 언젠가는 지금 당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렇다. 152쪽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학문으로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오래도록 간직만 하다가 마흔을 앞두고 편입을 하고 올해 2월 졸업을 했다. 그 덕분에 미술분야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언젠가라는 말 뒤에 숨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소 취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권을 다 읽고도 어렵다면 저자의 에필로그에 적힌 열 가지라도 삶에 녹여내보면 어떨까. 최소라는 것은 결국 '꼭 필요한'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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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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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해볼까 #권남희 #번역가권남희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몇 년 전 번역공부를 시작하면서 역자들의 에세이를 찾아가며 읽었던 적이 있었다.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는 당장 공부를 앞둔 당시의 내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실무능력 고양을 위한 책들은 부담으로 다가와 피했었다. 그 때 만났던 권남희 역자의 에세이는 내가 원하던 역자들의 생생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성으로도 유익해 수강을 위한 책을 구매할 때 함께 구매했었다. 그렇기에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가 신간으로 그것도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 정말 반가웠다. 


목차소개

1장 하루키의 고민 상담소

2장 잡담입니다

3장 남희 씨는 행복해요?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

5장 신문에 내가 나왔어

6장 가끔은 세상을 즐깁니다




읽어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결국은 내가 번역을 맡았다. 번역을 잘할 자신이 있어서는 아니고, 이 책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내게 온 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36쪽


1장의 내용 중에서는 번역경험과 관련하여 작가에게도 운명적인 순간이 다가와 하룻밤 혹은 몇 달을 집중해서 집필하게 되는 때가 있듯 역자에게도 운명처럼 다가오는 책이 있는가보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고 한다. 번역 공부를 하면서 즐겨 하던 위와 같은 일들이 내게도 일어나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책처럼 번역하기에 이런저런 우려가 들 때에도 그럴 수 있고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2장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잡담입니다'라는 소제에서 알 수 있듯 마치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판 하루키, 혹은 여성 하루키라고 해야할까. 별개 아니라는 듯 흘려가며 적은 내용에 읽는 내내 피식피식했다.






.....대체로 쫄고 있는 사람들이 쫄지 말자고 말하지. 78쪽


위의 내용은 번역이 주업무가 아닌 사람들이 역자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쫄고 있을 정도면 그야말로 다른 역자분들은 얼마나 조마조마 할까 싶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역서를 반기는 편이다. 특히 전문 자격증 혹은 그와 관련된 학업을 수료한 사람들이 한 번역과 그렇지 않은 번역의 차이가 커서인지 역자의 전공을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물론 간혹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번역된 - 독자가 다 알거라고 짐작하는 번역- 경우보다는 초보자도 잘 읽을 수 있도록, 혹은 딱딱한 학술적 술해를 마치 소설처럼 은유적으로 풀어내되 이론적 오류는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번역하는 경우도 있기에 역자들의 역할과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나는 번역가라는 수식어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라는 말이 더 좋다. 113쪽


누군가의 서재를 들여다보고픈 호기심은 아마 거의다 있을 것이다. 특히 책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서재가 그러한데 권남희 번역가는 지금껏 서재를 가져본 적도 없지만 아이와 함께 어우러진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익숙해진데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따뜻한 번역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따뜻한 번역'. 역자 권남희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쩌면 스스로 말한 '따뜻한 번역'이라서가 가장 적확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되고보니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가 공감이라기 보다는 후배맘으로서 조언처럼 새겨듣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역자의 에세이가 선배 번역가를 바라보는 호기심과 부러움의 마음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그런점에서 더 다양하고 깊게 공감도 되고 위로와 응원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혹 역자 권남희, 엄마 에세이 등의 이유로 이 책을 보고자 한다면 미처 이 리뷰에 다담지 못한 온전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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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강성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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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인재관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스펙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채용 후에는 직원에 한해서만 전액 무료로 진행되는 대학을 개설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외부에서 중요한 인재를 스카웃해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라는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이전의 인사관련 업무 혹은 시스템과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인사이드 아웃의 핵심 관점은 다음과 같다.


인사이드 아웃 관점의 핵심은 "기업은 자신들의 문화와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내제된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장.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에 내제된 핵심 역량을 사업과 연계시킴으로써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12쪽


회사에 필요한 인재상을 발굴 및 개발할 때 그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흔히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이라고 사내에 알려져 있는 내용은 다소 두리뭉실한 점이 있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애매한 점이 많다. 마치 좋은 내용은 다 가져온 듯한 어느 회사라도 바라는 고스펙에 인성까지 두루갖춘 완벽한 인간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경영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나친 확신과 채용담당자에게 일임하는 등의 무관심은 물론 스펙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제도에 대한 집착등이 기업이 좋은 인재를 놓치는 주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저자가 사례로 든 구글의 에릭슈미트는 어떻게 인재를 관리했을까. 뚜렷한 사람에 대한 철학은 물론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투자와 이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은 물론 제도에 얽매이거나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선순환 과정의 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업체가 사원에게 투자하는 것과 이들 기업이 말하는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질 것이다. 특히 사람에 대한 투자가 숫자로 반드시 표현되느냐에 따른 의문도 들것이다. 사람에게 투자를 잘 하는 기업이라면 아마도 직원 스스로가 '일하기 좋은 회사'일 것이다. 반면 직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매출로만 순위를 매긴 대기업과의 차이를 보면 간접적으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포춘>지에서 뽑은 500대 기업 리스트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리스트를 비교한 결과 양쪽 리스트에 해당되는 기업간에 차이가 있는데 자산 수익률이나 시장 점유율로 따지자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비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조금씩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한다"81쪽


위의 내용을 기업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재관리 방법에 관한 내용이 2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람을 명품에 비유하며 좋은 인재를 얻고자 한다면 그만큼의 비용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명품이 될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하는 데 안타깝게도 명품으로 만들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전혀 틀린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리의 문제라는 감정적인 이유가 아니라 업무의 특성이 '인적 자본'의 비중이 높다면 개인의 능력의 크기가 커서 그럴 수 있지만 성과분석에 따르면 인적 자본외에 사회적 자본, 조직 자본등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 해당 부분의 비율이 높다면 개인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 지라도 이직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직원 추천제'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만 보더라도 팀워크를 중시하는 경영주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 회사는 면접시험 때 실제 고객을 참여시키기도 하고 떨어진 지원자들에게도 개별적인 피드백을 해줄 만큼 사람에 대한 철학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정립하고 그에 맞게 제도를 일관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할 때 직원들은 변화를 보다 수용할 수 있다. 186쪽


이외에도 이직이 높은 시기는 언제인지, 어떤 직무에 속한 인재들의 이직률이 높은지에 대한 내용들도 연이어서 등장한다. 특히 속이 시원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은 '무경계경력자'라고 하여 과거이력과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로 이직한 사람들을 뜻하는데 조직의 경계를 넘어 경력을 관리하고 개발한 것으로 판단하여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사회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니 여러 분야를 거쳐온 내게는 부럽기도 하고 어떤면에서는 미래가 희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보니 직원들이 기피하는 유형들이 모두 언급된 부분이었다. 기업문화별 특징과 함께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진단도구도 포함되어 있으니 만약 본인이 경영주라면 테스트 해볼 수도 있다. 다만 저자가 해외기업사례 위주로 설명한 것에 대해 변명처럼 말했지만 국내에서는 인사이드 아웃 관점으로 성공한 기업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없어서 찾기가 어렵다고도 볼 수 있지만 공개되지 않아 찾을 수 없다는 의미도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책과 저자에게 직접 수학한 제자들 및 회사들의 노력으로 사람에게 제대로 투자할 줄 아는 기업과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국내기업의 내용이 등장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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