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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죽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잠시의 승리일 뿐이다. 너희 모두는 곧 내것이 되리라.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것이다. 너희를 기다리고 있으마." 211쪽
다산책방에서 출간한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은 '코로나19를 40년 전에 예견한 소설'로 회자되고 있지만 코로나19를 굳이 연결짓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위협적인 작품이었다. 아직 어린 아기지만 아들엄마라는 이유로 이야기의 시작이 아들을 잃은 엄마 티나가 죽은 아들과 버릇마저 똑같은 아이를 만났을 때의 충격은 마치 영화나 실제 사건을 보는것처럼 몰입하게 만들었다. 소설의 주된 이야기는 버스사고로 아들 대니를 잃은 후 이상한 일들이 엄마인 티나에게서 일어난다. 처음에는 대니의 방과 유품을 정리하지 않은 자신에게 정신병적인 증세가 일어나고 있는거라고 애써 무시하지만 점점 대니가 살아있는 것이 분명한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대니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조차 하지 못했던 그녀기에 아들의 무덤을 파헤쳐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째서 코로나와 이 소설이 관련이 있는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가 우환지역에서 발생하여 퍼졌기 때문에 우환바이러스라고 명명되지만 소설속에서는 우환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진행된 실험 우환-400이다. 고작 그정도로 연결짓지에는 무리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바로 내 옆에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는 것, 사실이 아닌 정보나 의혹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거대한 세력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실험 기관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 않다라는 사실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서두에 밝힌것 처럼 아이를 둔 엄마라서 그런지 전염병이나 연구소의 비밀연구,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루는 스릴러라는 부분보다 아이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엄마 티나의 심정과 심리변화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지금 무서운 이유는 자신이 대니를 찾아내고도 혹시 구해내지 못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아이가 어디 있는지 찾는 과정에서 자신과 엘리엇이 죽을 수도 있었다. 285쪽
소설을 읽을때면 아마 누구라도 소설속 주요인물들의 감정을 이입하며 '만약 나라면,'이라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화려한 티나의 삶보다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거듭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비단 코로나뿐 아니라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혹이 일어나는 일에는 누구나 음모론을 떠올리게 된다. 어떻게든 사실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소설에 몰입해갈수록 이미 출간된 소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결론이 궁금해져 뒷페이지를 먼저 읽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둘의 손이 닿았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엄마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대니는 맹렬하고 필사적인 힘으로 엄마의 손을 쥐고 있었다. 428쪽
아이가 살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바이러스로 인해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다시 읽다만 부분으로 되돌아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대니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손이 닿았다는 아들은 대니인가 아니면 대니를 닮은 또다른 아이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스릴러이면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까지 정말 잘도 어우러져 결말을 알아도 다시 읽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엄마의 입장으로 읽다보니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다가선 부분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힘이 때로는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대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이 소설처럼 개개인만의 사랑으로 싸워내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내 일이 아니니까 무시해버리거나 그만 잊고 살자고 하는 무책임하고 무신경한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결말을 알아도 흥미로운 스릴러를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