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당신에게 - 나의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와 연결되는 최강의 자녀 양육법
마리 젠틀스 지음, 방수연 옮김 / 알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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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아이의마음을이해하고싶은당신에게 #마리젠틀스 #알레

이 책은 당신이 아이(그리고 사실 나이와 관계없이 당신과 가까운 모든 사람)와 맺고 있는 관계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아이가 인생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당신에게서부터 시작합니다. 당신의 안녕감, 당신의 회복력, 당신의 충족감에서 말입니다. 13쪽

아이와 원만한 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모라면 ‘정서적 유대감’을 보다 강화시키기 위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당신에게‘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독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내 아이와 적정시기에 애착 형성을 맺지 못한 까닭에 이 책에 첫 페이지부터 마음이 흔들렸다.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내 탓이야.‘가 아닌 ’네 탓은 아니지만 변화를 주도 할 수 있어!‘라고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우선 저자가 강력하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아동의 행동이 곧 아이의 감정이자 언어‘라는 점이다. 아이의 어떤 행동이 어른이 보기에 좋지 못한 행동일 경우 보호자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마저 차갑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이런 즉각적인 표현 대신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가 낯설지도 않고 때로는 너무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가짐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 아동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전에 어른, 보호자의 감정을 먼저 살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바로 핵심이 된다. 저자는 물잔에 가득 담긴 물의 양은 현재 보호자가 가지고 있는 온갖 불안, 두려움 혹은 육아외의 것으로 인한 고통과 버거움 등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면, 나머지 부분으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완벽하게 싹 비우고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방법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저자가 안내하는 방법은 가장 빠르게 마음을 안정시키거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행동을 목록화 하도록 제시한다. 책에는 예시로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산책을 하거나 음악 듣기, 맛있는 것 먹거나 구매하기 등도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형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피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기분이 전환되는데 이런 방법을 자주 시도해보고 1주일, 한 달 이상 변화되는 감정을 살펴보며 조금씩 감정으로 가득찼던 물잔이 비워지고 있음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이런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아이의 행동은 ‘아이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각적으로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것을 아이의 행동 대응으로 바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럴경우 ‘헬리콥터 관점’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헬리콥터 관점’은 ‘헬리콥터 맘’과는 다른 의미다.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현상을 멀리 내다보는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아닌 아이의 행동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감정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의식적으로든 잠재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나의 현실에 나타납니다. 252쪽


이렇게 다양한 훈련을 시도하다 보면 중간에 정체기가 올 수도 있고 생각이나 기대만큼 전략적이지 않을 수 있다. 서두에 말한 것처러 ‘내 탓, 네 탓도 아닌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 수치심을 느끼거나 아이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해선 안된다.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음을 저자가 조언한 표를 작성하면서 깨달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권하고 싶다. 아동과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면서 습득한 이론과 프로그램을 아이에게 적용하거나 유사한 행동이 벌어지길 바라볼 때, 이전과는 다른 호기심과 배움의 효과를 기대하는 나를 보면서 저자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요약하면 저자의 전략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드는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의 선순환을 이루는 5C전략이며 10가지 제언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 및 실천해보길 권한다. 현재 아이와 어머니 사이의 애착 관계 및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중인데 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로서도 엄청난 위로와 공감 및 실질적인 방법을 얻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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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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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e-프리퀀시를 모으며, 권남희 

(287쪽)


위의 마지막 문구를 본 독자라면, 어제부터 시작된 스타벅스 e-프리퀀시를 보며 권남희 작가의 <스타벅스 일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게으른 누군가는 어쩌다보니 그 때가 되어 읽었을 수도 있고. 시간이 빨리 가는 줄은 알았지만 1년이 지나 2024년 이 맘때가 되어 읽은 줄은 정말 몰랐다. 책의 내용은 어쩌다보니 스벅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두 달 후부터 꼬박꼬박 스벅에서 마셨던 음료, 들었던 누군가의 대화 혹은 소소한 일상 등이 담겨져 있다. 무엇보다 스벅 이벤트와 관련된 부분, 추가 별을 증정하는 신메뉴와 관련 된 내용들을 읽을 때는 '이건 그냥 내 얘기가 아닌 내가 쓴 일기다' 싶을 정도다. '스벅은 초록이지!' 이건 정말 정설이었다.


가방을 열다 텀블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아찔함은 교과서를 빼먹고 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22쪽


스벅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별'에 민감하다. 지난 10월은 프리퀀시 행사를 앞두고 거의 매주 추가별 증정 행사가 있었다. 주말 오후 케이크 주문시, 신메뉴 주문시 등 매일 스벅을 다녀왔다는 후기가 카페에 올라왔지만 프리퀀시 행사 때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 염려되는 상황이라 겨우겨우 참아냈다. 그나마 나이들어 들어간 대학원 덕에 받았던 학생 쿠폰이 있어 견뎠던 것 같다. 저자는 일을 하러 스벅을 간다지만 나는 일터 바로 옆 건물이 스벅이라 주말마다 매일 눈도장을 찍고 있다. 직원분들도 주말 이른 시간에 부스스한 머리로 본 게임 전 스벅에 먼저 출근하는 것을 아는 눈치다. 그래서 가급적 시간이 부족할 때라도 인근의 다른 매장을 이용하려고 애쓰는데 그 부분이 저자분이랑 비슷해서 웃음이 났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은 나이마다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다. ‘지금은 세상에서 부모가 가장 좋은 시기여서 이렇게 달라붙는구나’ ‘지금은 부모보다 친구가 좋은 시기여서 관심이 없구나’ ‘이유 없이 부모가 싫은 시기여서 차갑구나’. 그 당시에 깨달았더라면 자식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 테지만, 삶이란 라이브여서 되돌릴 수도 없고, NG 내고 다시 할 수도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 128-129쪽


전공이 아동학이다보니 실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양육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위의 발췌문과 달리 조금 알고 시작하는 부분도 있지만 연애와 육아의 공통점이랄까. 아무리 연구하고 공부해도 '실전'에서는 초보자랑 다를바가 없다. 그래도 전혀 몰랐을 때 보다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엄마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나름 열심히 책도 읽고 공부하고 있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등장할 때 마다 '남의 아이'들에게는 나도 저자처럼 여유있게 다가갈 수 있는데 정작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못할 때가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아, 그 북새통 스벅에서도 노트북 들고 와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분들이 부러웠다. 나도 한 달만 바닷가 스타벅스에서 일해봤으면 좋겠다. 207쪽


저자가 다녀간 스타벅스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 근처에 사는 지인이 있어 한 달 정도 정말 아침마다 운동 삼아 걷거나 달려서 오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결혼 전이라 시간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 당연 휴가도 내 맘대로 낼 수 있었던 때라 가능했었는데 막상 그럴 수 있을 때는 운동 후 씻는 것도 그렇고 노트북을 백팩에 넣어 다니기도 불편해서 그냥 되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정작 해운대 스벅을 방문해서 커피를 마셨던 건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지인을 방문하러 갔을 때였다. 파도를 바라보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그때가 아마 저자가 딸과 함께 나고야 스벅에서 감탄하며 마셨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벅의 골드 카드를 받은지 10여년이 지났다. 함께 공부하던 팀원 중 한 사람이 선물받았다며 꺼낸 플래너를 보고 바로 그 해 겨울 부터 크리스마스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스벅만의 분위기'가 좋아 다니다보니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쩌다보니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와 남편과 살고 있어 여전히 스벅은 혼자만의 공간이다. (그래서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기도^^) 덕분에 혼자 스벅에 앉아 작업을 하며 겪게 되는 불편함과 소소한 즐거움등을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의 바람대로 부디 전국의 스벅 일지 혹은 전세계를 두루 다니는 스벅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나도 해외에 갈 때마다 들렸던 스벅이야기를 함께 풀어놓고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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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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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같은 소리와 쿵 소리가 또 났다. 목구멍에서도 느껴질 만큼 묵직한 소리였다.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의 흔들림이 뒷간의 한쪽 귀퉁이를 집어삼켜 한줄기 희망 같은 강렬한 아침 햇살을 불러들였다. 137쪽


3주 동안 책을 읽었다. 한 번에 읽을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아이가 잠든 뒤 스탠드를 켜고 읽었다. 더 읽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속도를 조절해가며 읽었다. 책의 제목이 '이름 없는' 여자가 '여덟 가지'나 되는 인생을 살았다는데 그 흐름을 맞춰주고 싶었다. 작품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처럼, 위에 발췌한 문장들처럼 양가적이었다. 이름이 없다 해놓고 여러가지 인생을 살아야 했고, 이름이 없어 부고를 낼 필요도 없는 사람이 부고기사를 쓴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당신이 이 아이가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살아서 성장하게 해준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어요. 내 몸에서 무엇이건 가져가도 좋고 내게 당신이 원하는 다른 어떤 비극을 줘도 좋아요. 내 다리를 앗아 가도 좋고, 내 눈을 앗아 가도 좋고, 심지어 내가 간 뒤에 이 아이가 정상적으로 살 거라고 보장만 해준다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요. -중략-

미희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그녀가 읊조렸던 것이 자신의 첫 번째 기도라는 사실이었다.317-318쪽


수많은 감시와 오해를 견뎌내며 살아온 그녀가 노년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청하기도 전에 털어놓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중간중간 시점이 이동하듯 이름과 삶의 달라질 때에도 이 하나의 질문을 놓치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답을 '엄마'라는 이름 아닌 이름을 부여 받은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나의 사고와 시선이 이전과는 결코 같아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모성애의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아이가 삶의 중심'임을 자발적으로 수용했던 여자라는 전제에서 그렇다. 이 이름은 다른 이름과 달리 강제적인 듯 보이지만 강제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 의지'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한 이름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는동안 묵할머니 처럼 여러 나라를 이동하며 살아갈 수 있지만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땅, 흙도 마찬가지다. '흙으로 돌아갈 때'가 된 그녀가 자신이 현재 머물러 있는 땅의 흙을 먹는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소설을 읽기 전 저자의 이력만 보고도 흥미로웠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글을 써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소설'처럼 느껴져서다. 한편으로는 모국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잘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애초에 떠올랐던 단어가 모국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언어를 다듬는 과정이 마치 지나치게 과잉되는 감정을 다스리는 과정이었지 않았을까. 여자들이 살기 위해 뛰어야 만 했던 상황에서 '한줄기 희망 같은 아침 햇살'의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여자.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묵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읽어야 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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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복음 -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여정
에르네스트 R. 마르티네즈 지음, 양해룡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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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우리가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둘째, 우리는 어떤 길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가?

셋째, 우리는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야 하는가?


이 세 가지 의문에 관한 답을 하나하나 찾아 가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여정이 시작된다.

뒷표지

마르코 복음은 세례여부와 상관없이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할 때 순차적 접근이 아니라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복음이다. 그만큼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무작정 성경을 읽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이 누구인지에 대해 먼저 묻는다. 마르코 복음에는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답이 나온다. '하느님의 아들' 이시며, '바람과 호수마저 복종하는 분'이자, 요한 세례자는 '나보다 더 강한 분'(47쪽)이라고 고백한다. 그럼 나는 예수님을 누구라고 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관련 복음이 매일 미사에 등장할 때 마다 묻곤 한다. '하느님의 아들'임이 가장 적확하지만 무언가 다른 답을 스스로 자꾸 요구하게 된다. 왜냐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따르는'이란 수식어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군중을 먹이실 때, 이스라엘 땅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먹이신 것이다. 이렇게 마르코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밝히고자 한다. 다시 마르코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신적인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정확히 행하신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칭호에 본질과 내용을 부여한다. 80쪽


우리가 따르는 이의 성품이 즉흥적이거나 불성실하고 약속 이행에 있어 때에 따라 달라지며 차별대우를 한다고 했을 때, 그 믿음이 지속될 수 있을까? 혹은 그런 믿음이 과연 사랑에서 시작되고 영원할 수 있을지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마르코는 복음 안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통해 예수님과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런 분이시기에 우리가 순명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어떤 길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지'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예수님이 가시려는 길은 제자들에게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목숨은 버려야 하는 길'이자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만 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그다지 내키지 않을 수도 있는 '십자가의 길'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성 금요일이면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 그 길은 예수님과 하하호호 신나서 걸어가는 길도 아니고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식도락도 아니다. 누군가의 배신을 목도하는 길이며, 나의 모든 것을 빼앗길 뿐 아니라 피, 땀 그리고 눈물이 흐르는 길이다. 그런 길로 예수님은 우리를 초대하신다.


3장에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데 어떻게 가야하는 지에 대해 마르코 복음을 통해 알려준다. '어린이처럼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것은 하느님을 그의 "아빠"로 인식한 사람이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222쪽), '실제로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랑의 계명은 단 하나, 즉 이웃 사랑과 하느님 사랑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르코는 '이것 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241쪽)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예수님이 누구시냐?'라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자문할 때, '사랑이십니다.'라고 답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 분이 원하신 것이 오직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은 다른 어떤 수식이나 여지없이 그저 사랑이다. 그런 사랑이 없이 '십자가의 길'을 순명하게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예수님과 걸어갈 때, 바로 하느님을 뵐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르코 복음은 그러니 '사랑'이신 예수님을 더 잘 알게 해주는 복음이라고(본문 중에 이부분에 대한 내용이 있어 맨 하단에 발췌문을 참고 바란다) 생각한다.


"복음"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온다는 기쁜 소식을 의미한다. 그래서 마르코의 글을 '마르코의 복음'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마르코에 따른 복음', ' 마르코에 따른 예수님의 복음'이라고 말해야 한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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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사는 걸 깜박했어요 - 루카 복음서에서 찾은 진짜 나로 살아가는 힘
홍성남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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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님의 ‘나로 사는 걸 깜박했어요‘의 부제는 ‘루카 복음서에서 찾은 진짜 나로 살아가는 힘‘이라고 적혀 있다. 더위가 끝이 없을 것 같던 시절도 지나고 이제 새 플래너를 장만하는 요즘,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차분하게 주님안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기에 부끄럽지만 지난 날, 내가 ‘나로 사는 걸 깜박‘했던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는지 고백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신앙생활은 우리 자신에게 아픈 곳이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58쪽

우리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부터가 신앙의 시작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죄인을 부르러 오셨고, 아픈사람을 치유하러 오셨기 때문이다. 교회안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의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님의 초대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으로 보자면 죄인이자 병자인 스스로를 외면하는 것은 주님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바로 ‘죄인‘인 것을 인정하다 못해 겸손을 넘어 자기학대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다. ‘아픈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 데 오히려 스스로 상처를 내고 있지 있을 때가 있다. 이런 마음 상태로는 비슷한 행동을 하는 이웃의 잘못에 더 크게 분노하게 되고 더 많은 잣대로 자신과 이웃을 죄에 가두게 된다.

자신이 크게 변화하리라고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71쪽

위의 상태에 빠져 있다가 다행히 신부님의 강론이나 피정 혹은 독서나 강연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즉시 성령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듯 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한동안은 평일 미사에도 빠지지 않고 영성체하며 하루에 3시간 이상 가족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무리함은 지속하기가 쉽지 않고 다시 자기비하와 학대로 까지 이어졌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성령‘의 힘이라면 못할 것이 없는데 내 믿음이 부족하다며 감사하는 마음이 아닌 스스로를 원망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내 마음이 꼭 그랬다. 좋은 강론과 도서를 읽으면서 왜 이전의 상태로 자꾸 되돌아가는지 한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내 안의 문제아가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감사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75쪽

감사일기가 한창 유행했을 때 직접 적어도 보고 관련 책도 읽고, 유명 대학 연구기관에서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실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변화된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야.‘라며 오히려 외면해왔음을 깨달았다. 감사한 일 3가지를 매일 기록하는 훈련을 다시 시작할 때가 온 것이다.

성인은 주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항상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죄를 많이 짓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과 사람들이 자신을 많이 용서해 주고 있음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지요. 91쪽

긴 시간 봉사활동을 해오면서도 뿌듯한 마음보다는 늘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위와 같은 마음 상태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 기쁠 수 없었을 것이다. ‘묵상 시간‘코너에 적혀 있던 ‘어딘가 불편한 심정으로 하고 있나요?‘(95쪽) 문장을 보며 짧지 않은 묵상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약한 마음의 방에 단 한 분을 모셔야 한다면 누구일까. 다름아닌 하느님, 그 분의 자리를 내어드린다면 신부님의 말처럼 비로소 삶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죄인인 것을 인정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까지 깨달았을 뿐 아니라 이를 방해하는 것으로 부터 지키기 위해 ‘감사일기‘ 쓰기를 시작했고, 잊고 있던 내 마음의 방에 그분의 자리를 내어드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내 문제를 인식하고 주님께 기도하면, 주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 주셔서 내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240쪽

사제가 된지 만으로 60년이 지난 한 신부님께서 강론중에 ˝이웃을 도와주는 것 뿐 아니라 이웃의 도움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는 그 말씀의 뜻이 확 와닿지 않았었다. 헌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위의 발췌문을 보고서야 ‘이렇듯 내게 필요한 책을 보내주셨구나!‘하고 감사할 수 있었다. 이 서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마음, 나의 신앙 생활‘에서 얻어진 감상을 고백했다. 그러니 부디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고, 무언가 심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직접 이 책을 읽으며 귀한 묵상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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