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의 도쿄 도시 산책 시리즈
양선형 글, 민병훈 사진 / 소전서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관심이 가는 작가들 중 미시마 유키오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도시 산책 시리즈로 만나는 양선형 작가의 <미시마의 도쿄> 를 읽으며 지속된 감상은 ‘그 곳에 가고 싶다’ 를 넘어선 ‘ 그 책을 읽고 싶다’였다.

p.42
캐리어에 미시마 책들을 모두 집어넣었는데 무게가 상당했다. 아침 비행기 였다. 밖에는 가랑비가 내렸다.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미시마의 <소설독본>을 읽었다. (...) 비행기 좌석에서는 으레 설렘과 기원이, 약간의 근심과 불안이 공존한다.

나라면 미시마와 도쿄를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었을까. 크게 생애에 맞추거나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게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산책을 떠나기 전 읽어야 할 미시마의 작품들과 함께 거론되는 다른 작가들을 일뤄준다. 그 내용들을 읽는 순간 책장을 둘러보고 없을 경우 서점을 찾았다. 마치 저자가 누군가의 댓글을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 서점에 들른 것처럼. 여행자의 추억은 추억대로 내게 첫 일본 여행을 떠올리게 만들어 시간을 멈춰버린다. 하지만 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작가 대 작가,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을 비교해주는 부분이다.

끝없이 자신을 희화화함으로써 정말과 싸우던 <인간 실격> 의 요조는 결국 자포자기 속에서 내적으로 완전히 파산한 뒤 폐인이 되며, 급기야 자신은 인간 실격자임을 선언하는 데 이른다. 그러나 <가면의 고백>의 화자는 요조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137쪽

읽었던 책보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또 내가 걸어본 도쿄(미시마와도 이 책과도 무관하게) 와 달라 좋았다. 특히 문사촌의 경우는 일본 문인들의 거점인지라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을 더불어 만날 수 있어 설렘도 일었다. 하지만 이런 홍조띈 얼굴로만 읽었던 건 아니다. 미시마의 작품을 읽지 않았어도 그의 삶(소설을 살아냈다라고 할 정도)을 대략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년시절 드리어진 어둠들이나 금각의 환상과 관념을 읽을 때의 내 표정은 어땠을까.

삶이 나에게 접근하는 순간, 나는 내 눈이기를 포기하고, 금각의 눈을 내 것으로 삼고 만다. 그때야말로 나와 삶과의 사이에 금각이 나타나는 것이다. -금각사 중에서(209쪽)

떠나기 전 저자가 했던 고민들, 캐리어에 담긴 책의 무게만큼 그의 고민들이 느껴져서 책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떠나고 싶고 읽고 싶은 그 마음들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