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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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좋아하느냐 자문하자면 대답을 할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새삼 <영혼 없는 작가>를 읽으며 해보니 오래 전 집중적으로 다녀온 ‘여행’ 탓으로 느린 속도의 ‘영혼’ 들이 길을 잃었고 그로인해 좋고 싫고를 판단 해 줄 영혼이 부재하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와다 요코의 글을 7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도 ‘몹시 조심해야 할 작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새 잊었던 모양이다.

영혼은 비행기처럼 빨리 날 수 없다는 것을 인디언에 관해 쓴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영혼을 잃어버리고 영혼이 없는 채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어찌 되었든 그것이 여행자에게 영혼이 없는 이유다. 58쪽

어쨌거나 현재 여행자가 아닌 책 한 권의 독자로서 텍스트를 따라가는 내게 친근한 단어가 줄지어 흘러 나왔다. 테디베어, 장난감 혹은 인형. 모스크바, 모스크바, 모스크바(는 반드시 세번 연이어)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 단어들을 오가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미 쓰여진 여행기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어머니께 띄우는 편지글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매혹을 넘어 또다시 ‘위험 경고’를 알린다. 독일어는 알려진 것처럼 언어에 성별이 있다. 타자기가 ‘말엄마’라는 게 퍽이나 다행스러웠고, 학창시절 잠시나마 배워둔 일본어 덕에, 작가가 일본어로 쓴 글을 페터 푀르트너가 독일어로 옮기고 최윤영이 한국어로 옮긴 글의 문장과 대치되는 부분을 손으로 따라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재미를 줄 수 있는 작가라니. 역시 위험하다.

외로움은 영혼의 어머니다. 어떤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면 바로 혼자서 말하기를 시도한다. 그때 그는 언제나 자기 말을 들어주는 어떤 인물을 상상한다. 이 인물을 영혼이라 부르는 것 같다.
어머니는 외로움의 영혼이다. 167쪽

작가가 책에 관해, 혹은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보낸 셀 수 없이 많았던 과거의 일요일들에 대해 읽으며 조금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또 ‘전화방’과 ‘고해방’을 계속 끌고 다녀서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엄마 곁에서 잠시 머무르던 때에 이 책을 읽었던 건 완전히 우연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주에 쓰여진 번역의 의도와 외국어를 모르는 데서 느껴질 답답함을 덜어내 주려는 편집의도가 그래서 더없이 따뜻했다. 무더운 8월, 이처럼 좋은 책을 만나는 행운이라니, 그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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