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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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소설 / 민음사

 

 

"이제 나는 완절무결해. 우리 모두 완전무결하지. 하느님이 지금 당장 우리를 부르신다면 우리는 곧장 천국으로 갈 거다. 곧장 천국으로. 연옥의 정화는 필요 없을거야." 아버지는 눈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고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박자에 맞춰 핸들을 두드렸다. 137쪽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첫 장편소설인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이웃에게 베풀줄 아는 호인임과 동시에 가정에서는 폭력을 저지르고 압박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그의 딸 캄빌리의 영적, 정신적 성장을 다루고 있다. 같은 가톨릭 신자로 부모님이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내게 있어 온 가족이 미사에 참례하고, 묵주기도를 드리며, 이웃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물론 작품을 읽기전부터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었기에 좋은 면이 강하게 드러날수록 악한 면이 그만큼 더 깊이 파고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음에도 그러했다. 폭력적인 성향은 시간순으로 쓰여진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금새 드러났다. 자자가 영성체를 하지 않는 것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바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가 뒤를 잇는데 그 과정이 지루하지도, 지나치게 모호하지도 않아서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우선 역자의 말을 통해 보자면 이 소설은 청소년인 캄빌라와 자자의 영적 및 정신적 성장소설이기는 하나 종교가 더해지면서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내용이라고 소개한다. 과연 성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해 부터 청소년지도사를 준비하며 청소년과 관련된 다양한 개론과 방법론을 공부하다보니 성장이란 단어가 엄중하게 다가왔다. 과연 캄빌라는 성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말이다. 우선 아버지(유진)가 캄빌라와 자자에게 최고급 교육과 혜택을 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성장기와 비교하며 아이들을 다그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비단 유진 뿐 아니라 한국의 현 부모세대들만 보더라도 유진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모가 많다. 힘들게 야근과 회식을 하면서 가정을 소홀히 했던 것은 모두 부양가족을 위한 것이었고, 오히려 풍족하게 지원해주는것에 비해 좋은 성적, 대기업 혹은 공무원으로의 취업으로 보상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로 인해 가족이 분열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진의 경우는 한술 더떠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는 종교적인 이유가 더해지면서 수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유진의 동생이자 아이들의 고모는 가톨릭 신자이기는 하지만 '완전무결'한 상태를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하느님이 바라시기에 합당할 만큼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분명하게 파악하며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전통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자와 캄빌라에게 유진의 세계만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로인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결말이 다가오지만 과연 어떤 것이 더 큰 비극인가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이에서 어른으로의 과정을 말하는데 역자의 말처럼 이소설이 종교가 더한 영적소설이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성장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 생각의 결과끝에 내린 결론은 종교를 가진 이들, 가정을 둔 부모 그리고 나이를 먹었으나 여전히 독립되지 못한 다 큰 자녀들이라면 소설에서 느끼는 바가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 근거나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 조금씩은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족을 사랑하는 참된 방식을 몰랐던 가장도 있을 것이고 종교가 자랑이나 자기반성적인 장치가 아닌 온전한 사랑임을 깨닫게 되는 신자들도 있을 수 있다. 단편적인 이야기가 우리의 시각을 틀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던 저자 아디치에의 말처럼 어느 한편에서만 봐서는 안된다. 유진이 자신을 지식과 부의 세계로 인도한 가톨릭만을 보지말고 모든이를 죄와 심판만이 아닌 사랑으로 품었던 신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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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순간을 남기면 보이는 나 - 평범한 일상이 선물이 되다
사라 태스커 지음, 임지연 옮김 / 프리렉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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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순간을남기면보이는나

#사라태스커

#인플루언서

#me_and_orla

#hashtagauthenticbook

평범한 아이엄마였던 저자 사라 태스커는 육아휴직 중 무료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인스타그램을 발견, 매일 포스팅을 목표로 한 결과 한달만에 천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게 된다. 열심히 하는데 그녀처럼 팔로워가 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내가 정말 잘하는 것' 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의 중요성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는 평소에도 가끔 저자의 계정을 찾아가 사진을 보면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과 아이 그리고 자연스러운 구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를 배울려고 읽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폰 화면에서만 보던 사진을 '소장'하고 싶었던 이유였다. 그런데 왠걸. 읽으면 읽을수록 그 어떤 심리치유서나 자기개발서보다 훨씬 더 내 스스로에 대해, 내가 원하는 사진과 삶에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우선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맘에 드는 사진을 포스팅하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것은 정말 쉽다. 태그나 텍스트가 한 자 없는데도 그렇다. 저자의 말처럼 사진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고,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아동들조차 교육현장에서 사진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경험만 봐도 사진의 역할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멋진 사진을 찍는 인플루언서를 보면서 처음에는 장비가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기술부족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저자의 출발은 dslr이 아닌 스마트폰 카메라였다. 자신이 원하는 사진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말하고 전달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고 리스트로 작성한 다음, 목록중에서 실제로 사진에 옮길 수 있는 것을 선별하여 촬영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에 맞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지 모으는 것이 중요한데 마치 독서를 시작하기 전 취향을 알기 위해 도서관 혹은 서점에 방문하라고 했었던 지난 날의 나의 강의내용과 유사한 내용이었다. 추천도서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를 알고 읽는 것 만큼 몰입독서의 중요한 준비과정은 없다.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고 난 후 남이 보기에 좋은, 남을 의식한 사진을 쫓아 헤매기전에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얼핏봐서는 인스타그램은 더이상의 인플루언서가 필요없는 포화상태인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저자가 조언한 많은 내용 중 내게 핵심적으로 다가온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진 찍기에는 전통적으로 많은 규칙이 있고, 빛은 규칙의 목록을 지배한다. 하지만 다행히 규칙이란 깨지기 마련이므로, 당신은 창의성 넘치는 포토그래퍼롯 시각적으로 관심을 끄는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다. 74쪽

사실, 나는 처음으로 어떤 곳을 방문할 때면 먼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볼 장소를 찾기 시작한다. 새로운 지역으로 갈 때 멋진 술집, 카페, 해변이나 관광 명소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 사회에 의존할 수 있는 최신 실시간 가이드북을 챙기는 것 아니겠는가. 127쪽

부모, 보호자 뭐가 되었든 아이들 사진을 공유하는 건 골치 아픈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부모나 보호자라면 언제나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이가 충분히 컸다면 아이 스스로 이 문제에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192쪽

저자를 포함 아이들의 사진을 인스타 및 개인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때로는 범죄에 노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게 사실이다. 저자의 말처럼 어찌되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안전이라는 것과 아이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위의 내용들 외에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앱이 본문에 수록되어 있는데 VSCO, 컬러스토리, 포토샵 라이트룸, 스냅시드, 터치리터치 등인데 아마 이 모든 어플을 이미 사용중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직접 사용을 해보고 잘 맞는 것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나 지나친 포토샵이나 편집은 자제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앱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광고성 팔로워를 언팔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주의도 담겨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또 시작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향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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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트이는 90일 영어 글쓰기 - 듣기, 말하기, 읽기가 저절로 따라오는 최강의 공부법
이명애 지음 / 라온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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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들이지 않아서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끝까지 해내지 않아서다. 29쪽

나이 서른을 넘기고 나니 다이어트, 영어공부, 공무원 합격등 20대에도 하기 어려운 걸 해낸 뒤 인생역전을 했다는 글을 보면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그 중 가장 부러운 것은 천권의 독서와 영어로 인생역전을 한 사람들인데 책 <영어가 트이는 90일 영어 글쓰기>의 저자는 스스로를 '영어 글쓰기로 인생을 바꾼 여자'라는 타이틀이 걸맞는다고 말한다. 요즘 세상에 영어잘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그 많은 사람중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다. 특히나 영어만큼은 남들앞에서 잘한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데 그것도 글쓰기를 잘한다니 책을 읽기전부터 관심이 컸다. 자신만 잘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그녀의 영어공부법은 무엇일까.

우선 영어글쓰기를 하려고 마음 먹고 난 후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무작정 관련 책을 사서 문장을 통째 외우는 방식, 내가 적고 싶은 글이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패턴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시도하기 쉽다. 저자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자기가 쓰고자 하는 소재를 찾은 뒤 어순이 다른 영어에 맞게 재구성 하는 것을 먼저 했다. 그러고 난 후에는 12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완성해가는데 다음의 순서로 진행했다고 한다.

1. 다음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다.
2. 단어를 사용한 예문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다.
3. 나의 단어로 바꾼 후 주어, 동사의 수와 시제를 일치시킨다.
4. 내용이 잘 연결되었는지 확인한다.


이런식으로 시간을 투자한 저자의 방식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왜냐면 저자는 영어공부를 할 때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 것과 독서하기 그리고 돈이 아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부분에서 반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공신 강태성도 공부를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라고 말한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난 날 제대로 해보겠다고 수강신청을 하고 교재를 사들였던 비용에 비해 순수하게 공부한 시간을 따져보아도 스스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기 쉬울 것이다. 쳅터 2 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영어공부를 해야하는지와 함께 실제로 영어작문을 해볼 수 있도록 설명과 함께 직접 일기를 적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별도의 교재를 사지 않아도 충분히 이 책 한권으로 영어글쓰기를 실습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마지막 쳅터에서는 저자외에도 영어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의 실례가 담겨있어 좀 더 현실적인 조언처럼 느껴졌다. 자기개발서와 영어학습서를 후속편으로 출간하는 보통의 방식과는 달리 한 권으로 모두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시간과 돈을 절약해주고 책을 읽고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게으른 사람들도 이 책만큼은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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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빼앗긴 세계 -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반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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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정보를 인간의 뇌에 직접 부착하거나, 아니면 인간의 뇌보다 더 뛰어난 인공두뇌를 뇌에 연결할 수 있다면 좋죠."

-중략-  "미래에는 구글의 작은 버전을 뇌에 끼워 넣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1부 생각을 독접하는 기업들, 57쪽-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작품들 중 웹 혹은 미디어를 포함하는 테크기업들의 서비스가 인류에게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일정 부부분의 광고를 봐야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제공된 서비스안에 갖춰 제한된 사고를 하게끔 만든다는 내용들이 그러하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고 분별해서 수용하면 그야말로 시간이 돈이 세상에 이로운 서비스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프링클린 포어의 책<생각을 빼앗긴 세계>를 읽다보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테크 기업들에게 생각의 지휘권을 빼앗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테크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경쟁이 아닌 독점이라고 말하는데 이때 독점이라는 의미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아무리 뛰어난 천재더라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습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관련 서비스를 통해 수혈받고 증식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독점과 이것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바로 수긍이 되지 않는다면 구글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의 모든 서지사항을 데이터화 하는 시스템을 예로 들면 될 것이다. 저자는 구글을 비롯한 테크기업들의 역할이 이러한 독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이것이 지구전체의 지식을 한데 모으면서 공유하고 발전하는 방식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60~70년대 히피, 즉 LSD가 불법이 아니었던 반문화운동에서부터 비롯되었음도 알려준다. 지식을 독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곳에 모아서 모든 이들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이런 모토가 구글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내용이 1부에서 다루고 있다. 더불어 구글이 하고 있는 사업 검색엔진에서부터 물건을 사고파는 온라인 마켓을 넘어 의학, AI에 이르기까지 구글이라는 사명에 걸맞게 거의 무한대에 이르렀으며 저자가 우려하는 것처럼 종교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또 다른 인류(AI)를 통한 재림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여진다. 중세 이후로 인간이 로봇에 거는 기대는 지금보다 결코 부족하지 않으며 데카르트의 예를 보더라도 '사고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앞으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를 하게 되는 AI의 영향력이 어느정도로 커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전에 읽었던 AI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공포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2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들의 '생각'이 빼앗기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독점이라는 것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비춰본다고 하더라도 꽤나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 쉽다. 행동과학을 살펴보면 나름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아주 간단한 배너광고, 혹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트래픽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지식을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혹은 테크 기업이 의도하는 바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페이스북은 우리가 어떤 내용을 보고 좋아요를 눌렀는지만 분석해도 직접적으로 어떤 정당의 후보에 투표할지까지는 정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지, 어떤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는지까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바라는 것은 이미 지구전체의 지식을 한데모으고 또 그것을 관리하는 테크기업을 제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개인정보 보호제도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도 저자의 의견에 어느정도 동조했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에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혹은 내 스스로가 생각을 빼앗기고 있는가 확인해보는 차원이었다면 책을 읽으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서움이 일었다. 우리에게 무료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상대로 개인정보만 빼앗기고 있다고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설마 SNS를 이용하지도 않고 구글의 엔진이나 아마존 등에서 물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마저도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웹 트래픽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사실 행동과학의 한 분야이다. 사람들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클릭을 하며, 어떤 글에 다른 글보다 더 끌리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2부 생각을 빼앗긴 세계, 178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듯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보호국(Date Protection Authority)이다. 환경과 개인정보는 둘 다 그냥 내버려두면 시장에 의해 파괴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의 환경 파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일정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처럼,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같은 제한을 두어야 한다. -3부 생각의 회복, 256쪽-

생각을 빼앗긴 세계 /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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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키츠 러브레터와 시
존 키츠 지음, 김용성 옮김 / 바른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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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사계절


사계절이 채워져야 한 해가 되듯

사람 가슴엔 사계절이란 게 있지

봄은 활기차 해맑은 공상이 술술

별별 아름다움 다 흡수하는 계절

여름은 달콤한 봄의 생각 샘솟아

생기 넘치게 빛깔 나게 즐기면서

되새겨 천국 가까이 맛보는 계절

가을은 고요한 작은 만을 품어서

영혼에 날개 고이 접어 유유하게

흐뭇이 안개도 보고 젖어 가다가

빠져드니 다 무심히 아름다운 것

그리 개울처럼 흐르게 두는 계쩔

겨울은 하얗게 말라 가는 껍데기

천성대로 담대히 놓고 가는 계절


낭만주의 시인 중 한명인 존 키츠. 문단과 독자에게는 <나이팅게일에게 부치는 노래>등이 많이 알려져있지만 내게는 서두에 발췌한 작품 <사람의 사계절>이 가장 와닿았다. 통속적으로 사랑을 노래하지 않았고 자연에서 영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선을 가진 작가라는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고 사람에게 사계절이 있다고 노래했음에도 정작 본인은 26세에 요절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폐결핵으로 엄마아 동생 그리고 자신도 결국 폐결핵으로 인해 사망했던 그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접했기에 처음에는 문학이 아닌 의학과 약학을 공부했고 실제로 의사 및 약사 자격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그러다 시를 통해 영혼을 치유하는 쪽으로 자신의 삶을 정한 후 제대로된 문학, 시작법을 배운적도 없으면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쓴 존 키츠. 책의 서문에는 번역시가 독자에게 외면당하는 까닭이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번역되어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번역시의 경우 역자의 역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쓴 러브레터와 시,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다름아닌 러브레터였던 내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20대의 청년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리타분하게 적진 않았으리라 생각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문체가 시인의 러브레터처럼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시는 또 달랐다. 내가 기대했던 자연과 삶의 대한 진지함과 자기만의 색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역자와 문단이 칭찬했던 바로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같은 역자의 번역이고 생각해보니 시인으로 시를 적을 때와 사랑하는 여인에게 편지를 쓸 때의 청년일 때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 어느정도 헤아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러브레터 부분은 시작품을 읽은 뒤 다시 돌아와 다시금 읽게 되었다. 불치병을 앓고 있고, 사랑하는 여인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저 생각한다는 것자체로 나를 호흡하게 할 만큼 사랑스러운 그 여인에게 편지를 쓰는 청년의 문체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자신이 위로받았던 시를 첨부하기도 하고, 때론 연인에게 보낼 시를 찾다보니 본인도 다시금 위안이 받기도 한다. 환경적으로 또 병세로 인해 자주 쓸 수 없지만 연인에게는 하루 빨리 자신에게 답장을 써달라고 재촉도 하고 질투도 하면서 사랑해 마지 않는 연인에게 아, 이보다 더 어떻게 진지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가볍다고 느꼈던 것은 그저 '시인'이란 테두리에 가둔 내 선입견때문이었나 싶어졌다.


1820년 2월


내 사랑 패니에게


-중략-


네가 나를 여전히 '내 사랑'이라고 불러주면 참 좋겠어. 행복하고 기분 좋아하는 널 바라보기만 해도 내겐 커다란 위안이 되거든. 내가 회복되어 네가 행복해져도 그 행복은 실은 절반도 안 되는 행복이라고 내가 그리 믿게 해주면 안될까?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과는 달랐다. 아, 얼마나 간절하게 연인의 답장을 기다리고,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혹 감추진 않을까 싶어 조바심내는 그저 한 남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역자서문에 적혔던 다음의 말이 무슨뜻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키츠 작품을 잘 이해하려면 '존 키츠'라는 명성에 빠져들기보다, '이름 없는 이십 대 중반 한 청년'이 되어 그의 러브레터와 시를 진솔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서문을 다 읽고서도 난 역자가 우려했던 바를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고 만것이다. 지금이야 유명한 시인이지만 발표 당시에는 빈민 출신이라 외면당했고, 또 질병으로 인해 미래마저 불투명했을 청년 키츠. 러브레터에게 기대했던 나와 같은 독자들이여. 부디 나처럼 우를 범하지 말고 역자의 조언을 꼭 들어주길 바란다.





존 키츠 러브레터와 시/ 존 키츠 지음/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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