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빼앗긴 세계 -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반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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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정보를 인간의 뇌에 직접 부착하거나, 아니면 인간의 뇌보다 더 뛰어난 인공두뇌를 뇌에 연결할 수 있다면 좋죠."

-중략-  "미래에는 구글의 작은 버전을 뇌에 끼워 넣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1부 생각을 독접하는 기업들, 57쪽-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작품들 중 웹 혹은 미디어를 포함하는 테크기업들의 서비스가 인류에게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일정 부부분의 광고를 봐야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제공된 서비스안에 갖춰 제한된 사고를 하게끔 만든다는 내용들이 그러하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고 분별해서 수용하면 그야말로 시간이 돈이 세상에 이로운 서비스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프링클린 포어의 책<생각을 빼앗긴 세계>를 읽다보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테크 기업들에게 생각의 지휘권을 빼앗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테크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경쟁이 아닌 독점이라고 말하는데 이때 독점이라는 의미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아무리 뛰어난 천재더라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습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관련 서비스를 통해 수혈받고 증식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독점과 이것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바로 수긍이 되지 않는다면 구글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의 모든 서지사항을 데이터화 하는 시스템을 예로 들면 될 것이다. 저자는 구글을 비롯한 테크기업들의 역할이 이러한 독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이것이 지구전체의 지식을 한데 모으면서 공유하고 발전하는 방식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60~70년대 히피, 즉 LSD가 불법이 아니었던 반문화운동에서부터 비롯되었음도 알려준다. 지식을 독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곳에 모아서 모든 이들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이런 모토가 구글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내용이 1부에서 다루고 있다. 더불어 구글이 하고 있는 사업 검색엔진에서부터 물건을 사고파는 온라인 마켓을 넘어 의학, AI에 이르기까지 구글이라는 사명에 걸맞게 거의 무한대에 이르렀으며 저자가 우려하는 것처럼 종교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또 다른 인류(AI)를 통한 재림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여진다. 중세 이후로 인간이 로봇에 거는 기대는 지금보다 결코 부족하지 않으며 데카르트의 예를 보더라도 '사고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앞으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를 하게 되는 AI의 영향력이 어느정도로 커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전에 읽었던 AI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공포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2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들의 '생각'이 빼앗기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독점이라는 것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비춰본다고 하더라도 꽤나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 쉽다. 행동과학을 살펴보면 나름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아주 간단한 배너광고, 혹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트래픽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지식을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혹은 테크 기업이 의도하는 바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페이스북은 우리가 어떤 내용을 보고 좋아요를 눌렀는지만 분석해도 직접적으로 어떤 정당의 후보에 투표할지까지는 정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지, 어떤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는지까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바라는 것은 이미 지구전체의 지식을 한데모으고 또 그것을 관리하는 테크기업을 제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개인정보 보호제도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도 저자의 의견에 어느정도 동조했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에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혹은 내 스스로가 생각을 빼앗기고 있는가 확인해보는 차원이었다면 책을 읽으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서움이 일었다. 우리에게 무료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상대로 개인정보만 빼앗기고 있다고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설마 SNS를 이용하지도 않고 구글의 엔진이나 아마존 등에서 물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마저도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웹 트래픽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사실 행동과학의 한 분야이다. 사람들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클릭을 하며, 어떤 글에 다른 글보다 더 끌리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2부 생각을 빼앗긴 세계, 178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듯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보호국(Date Protection Authority)이다. 환경과 개인정보는 둘 다 그냥 내버려두면 시장에 의해 파괴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의 환경 파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일정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처럼,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같은 제한을 두어야 한다. -3부 생각의 회복, 256쪽-

생각을 빼앗긴 세계 /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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