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소설 / 민음사

 

 

"이제 나는 완절무결해. 우리 모두 완전무결하지. 하느님이 지금 당장 우리를 부르신다면 우리는 곧장 천국으로 갈 거다. 곧장 천국으로. 연옥의 정화는 필요 없을거야." 아버지는 눈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고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박자에 맞춰 핸들을 두드렸다. 137쪽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첫 장편소설인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이웃에게 베풀줄 아는 호인임과 동시에 가정에서는 폭력을 저지르고 압박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그의 딸 캄빌리의 영적, 정신적 성장을 다루고 있다. 같은 가톨릭 신자로 부모님이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내게 있어 온 가족이 미사에 참례하고, 묵주기도를 드리며, 이웃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물론 작품을 읽기전부터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었기에 좋은 면이 강하게 드러날수록 악한 면이 그만큼 더 깊이 파고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음에도 그러했다. 폭력적인 성향은 시간순으로 쓰여진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금새 드러났다. 자자가 영성체를 하지 않는 것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바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가 뒤를 잇는데 그 과정이 지루하지도, 지나치게 모호하지도 않아서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우선 역자의 말을 통해 보자면 이 소설은 청소년인 캄빌라와 자자의 영적 및 정신적 성장소설이기는 하나 종교가 더해지면서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내용이라고 소개한다. 과연 성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해 부터 청소년지도사를 준비하며 청소년과 관련된 다양한 개론과 방법론을 공부하다보니 성장이란 단어가 엄중하게 다가왔다. 과연 캄빌라는 성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말이다. 우선 아버지(유진)가 캄빌라와 자자에게 최고급 교육과 혜택을 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성장기와 비교하며 아이들을 다그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비단 유진 뿐 아니라 한국의 현 부모세대들만 보더라도 유진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모가 많다. 힘들게 야근과 회식을 하면서 가정을 소홀히 했던 것은 모두 부양가족을 위한 것이었고, 오히려 풍족하게 지원해주는것에 비해 좋은 성적, 대기업 혹은 공무원으로의 취업으로 보상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로 인해 가족이 분열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진의 경우는 한술 더떠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는 종교적인 이유가 더해지면서 수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유진의 동생이자 아이들의 고모는 가톨릭 신자이기는 하지만 '완전무결'한 상태를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하느님이 바라시기에 합당할 만큼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분명하게 파악하며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전통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자와 캄빌라에게 유진의 세계만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로인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결말이 다가오지만 과연 어떤 것이 더 큰 비극인가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이에서 어른으로의 과정을 말하는데 역자의 말처럼 이소설이 종교가 더한 영적소설이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성장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 생각의 결과끝에 내린 결론은 종교를 가진 이들, 가정을 둔 부모 그리고 나이를 먹었으나 여전히 독립되지 못한 다 큰 자녀들이라면 소설에서 느끼는 바가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 근거나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 조금씩은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족을 사랑하는 참된 방식을 몰랐던 가장도 있을 것이고 종교가 자랑이나 자기반성적인 장치가 아닌 온전한 사랑임을 깨닫게 되는 신자들도 있을 수 있다. 단편적인 이야기가 우리의 시각을 틀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던 저자 아디치에의 말처럼 어느 한편에서만 봐서는 안된다. 유진이 자신을 지식과 부의 세계로 인도한 가톨릭만을 보지말고 모든이를 죄와 심판만이 아닌 사랑으로 품었던 신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 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