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키츠 러브레터와 시
존 키츠 지음, 김용성 옮김 / 바른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사계절


사계절이 채워져야 한 해가 되듯

사람 가슴엔 사계절이란 게 있지

봄은 활기차 해맑은 공상이 술술

별별 아름다움 다 흡수하는 계절

여름은 달콤한 봄의 생각 샘솟아

생기 넘치게 빛깔 나게 즐기면서

되새겨 천국 가까이 맛보는 계절

가을은 고요한 작은 만을 품어서

영혼에 날개 고이 접어 유유하게

흐뭇이 안개도 보고 젖어 가다가

빠져드니 다 무심히 아름다운 것

그리 개울처럼 흐르게 두는 계쩔

겨울은 하얗게 말라 가는 껍데기

천성대로 담대히 놓고 가는 계절


낭만주의 시인 중 한명인 존 키츠. 문단과 독자에게는 <나이팅게일에게 부치는 노래>등이 많이 알려져있지만 내게는 서두에 발췌한 작품 <사람의 사계절>이 가장 와닿았다. 통속적으로 사랑을 노래하지 않았고 자연에서 영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선을 가진 작가라는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고 사람에게 사계절이 있다고 노래했음에도 정작 본인은 26세에 요절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폐결핵으로 엄마아 동생 그리고 자신도 결국 폐결핵으로 인해 사망했던 그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접했기에 처음에는 문학이 아닌 의학과 약학을 공부했고 실제로 의사 및 약사 자격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그러다 시를 통해 영혼을 치유하는 쪽으로 자신의 삶을 정한 후 제대로된 문학, 시작법을 배운적도 없으면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쓴 존 키츠. 책의 서문에는 번역시가 독자에게 외면당하는 까닭이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번역되어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번역시의 경우 역자의 역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쓴 러브레터와 시,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다름아닌 러브레터였던 내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20대의 청년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리타분하게 적진 않았으리라 생각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문체가 시인의 러브레터처럼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시는 또 달랐다. 내가 기대했던 자연과 삶의 대한 진지함과 자기만의 색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역자와 문단이 칭찬했던 바로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같은 역자의 번역이고 생각해보니 시인으로 시를 적을 때와 사랑하는 여인에게 편지를 쓸 때의 청년일 때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 어느정도 헤아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러브레터 부분은 시작품을 읽은 뒤 다시 돌아와 다시금 읽게 되었다. 불치병을 앓고 있고, 사랑하는 여인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저 생각한다는 것자체로 나를 호흡하게 할 만큼 사랑스러운 그 여인에게 편지를 쓰는 청년의 문체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자신이 위로받았던 시를 첨부하기도 하고, 때론 연인에게 보낼 시를 찾다보니 본인도 다시금 위안이 받기도 한다. 환경적으로 또 병세로 인해 자주 쓸 수 없지만 연인에게는 하루 빨리 자신에게 답장을 써달라고 재촉도 하고 질투도 하면서 사랑해 마지 않는 연인에게 아, 이보다 더 어떻게 진지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가볍다고 느꼈던 것은 그저 '시인'이란 테두리에 가둔 내 선입견때문이었나 싶어졌다.


1820년 2월


내 사랑 패니에게


-중략-


네가 나를 여전히 '내 사랑'이라고 불러주면 참 좋겠어. 행복하고 기분 좋아하는 널 바라보기만 해도 내겐 커다란 위안이 되거든. 내가 회복되어 네가 행복해져도 그 행복은 실은 절반도 안 되는 행복이라고 내가 그리 믿게 해주면 안될까?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과는 달랐다. 아, 얼마나 간절하게 연인의 답장을 기다리고,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혹 감추진 않을까 싶어 조바심내는 그저 한 남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역자서문에 적혔던 다음의 말이 무슨뜻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키츠 작품을 잘 이해하려면 '존 키츠'라는 명성에 빠져들기보다, '이름 없는 이십 대 중반 한 청년'이 되어 그의 러브레터와 시를 진솔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서문을 다 읽고서도 난 역자가 우려했던 바를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고 만것이다. 지금이야 유명한 시인이지만 발표 당시에는 빈민 출신이라 외면당했고, 또 질병으로 인해 미래마저 불투명했을 청년 키츠. 러브레터에게 기대했던 나와 같은 독자들이여. 부디 나처럼 우를 범하지 말고 역자의 조언을 꼭 들어주길 바란다.





존 키츠 러브레터와 시/ 존 키츠 지음/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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