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읽어주는 여자 -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음식에 관하여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지희정 옮김 / 어바웃어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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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읽어주는 여자

모리시타 노리코의 <맛 읽어주는 여자>는 국내에는 <일일호시일>이라는 책과 동명의 영화 원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일러스트 또한 저자가 직접 그렸을만큼 식음료에 관해서는 정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 관한 역사와 개인적인 추억이 함께 담겨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중에서 카스테라편과 다도와 장어덮밥과 관련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카스테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시대에 포르투갈 선교사들에 의해 나가사키에 처음으로 들어온 카스테라는 달콤한 맛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어 지금은 카스테라 제조법을 배우러 사람들이 나가사키로 찾아올 정도지만 안타깝게도 선교사들에 원했던 포교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천주교도들을 향한 심한 박해로 관련 영화와 소설이 있을만큼 잔인하게 학대받았다고 한다. 9월에 한국 순교성인들을 기리는 기념일이 있어서인지 더 가슴에 남았던 것 같다. 역자 서문에 적힌 것처럼 어떤 음식은 맛보다 마음에 더 남는다는 말이 이런 느낌인가 싶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일일호시일>의 저자인만큼 수십년간 배운 다도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데 장어덮밥마저 되찾아줄 수 없었던 여름날의 더위를 차와 그리고 곁들임 음식이 주는 달콤함에 관해 들려주었다. 만쥬속에 들어있는 커다란 알밤이라는데 먹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다른 음식보다 훨씬 더 그 맛이 궁금해졌다. 여러가지 이유로 한동안 일본음식을 현지에서 먹기란 쉽지 않기에 최근들어 예전에 입과 마음 모두 나를 감동시키고 웃게했던 음식들과 추억이 책을 읽는 내내 힘들게했다. 저자의 말처럼 말캉말캉 투명해 은빛 수저로 몇번 건들다가 입안에 넣으면 금새 쑤욱 하고 목으로 넘어가는 젤리, 대단한 역사를 가진 만큼 그 풍미를 잊을 수 없는 돈가스, 책의 시작이자 일본음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라멘까지! 그 맛을 알면 알아서 재밌고 모르면 몰라서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책, <맛 읽어주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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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 - 관계가 버거운 이들을 위한 고요한 밤의 대화
윤채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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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 윤채은 지음

오롯이 날 위해 울어주기.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건 ‘날 위해 울어주는 것’이었다. 저자말처럼 늘 남을 위해 혹은 남에 의해서만 울었던 내가 <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을 읽으면서 ‘날 위해서 울어야지’했던 맘과 함께 과하게 남에 의해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의 만났던 사람들이 간혹 꿈에 다녀갈 때가 있다. 어떤 관계를 떠나 현재 만나지 않거나 혹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일 경우 하루종일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래 마음이 스산했다. 책제목처럼 ‘마음 둘 곳 없는’날들이었다. 관계를 종용하려할 때 성급했던 것은 아니지만 단 번에 끝내려고 했던 적이 많았다. 너무 성급하게 이별을 고해서도 안되지만 막다른 길까지 끌고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님을 저자는 말해준다. 헤어질 때 덤덤해질 수 있는 여유를 나는 물론 상대방에게도 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아픈 건 아픈 것일 뿐 나쁜 것은 아니란 말도 크게 위로가 되었다. 아픔은 나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가 책속에서 거듭 말해주는 내용 중 하나가 그때의 상처, 과거의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더는 상처가 아픔이 아닌 나를 더 강하게, 혹은 상대를 강하게 키울 뿐 아니라 헤어졌더라도 후에 떠올렸으니 고맙고 기쁜 추억이 된다는 것이었다.


양보와 타협의 과정에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내려놓으세요. 기분 좋게,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정도로요. 배려와 이해도 스스로에게 고통스럽지 않은 선에서 이루어져야 해요. 그걸 못 해낸다고 내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에요. 120쪽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타인의 잘못이나 나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에 맞서지 않고 받아들이고 심지어 용서까지 하라는 말들에 내 자신을 더 괴롭힐 때가 많았다. 물론 제대로 밝혀두자면 무조건적인 용서라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너그럽지도 관대하지도 못한 스스로가 혹 믿음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이중으로 괴로워지는 것이다. 나와 같은 신앙인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위와같은 저자의 말들이 스스로낸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연고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다독여지고 아물게 된 이야기들은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 같은 상황에 빠져 힘겨워 할 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부터가 내 마음을 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을 읽거나 서점에서 집어들었을 사람들 모두 이럴 때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놓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주길, 문장 하나하나가 다 위로받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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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교과서 인문학 - 교과서가 쉬워지는 배경지식 읽기
장선화 지음 / 의미와재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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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교과서 인문학 (4,5,6학년용)

교과서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어떻게 하면 학교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관심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학습 주제는 중고등학교에서 더욱 넓고 깊게 배우게 됩니다. -중략-
교과서에 실린 공부거리 중에서 몇 가지 주제를 골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여는 글 중에서(6,7쪽)


짧게 요약하자면 교과서 따로, 인문학 따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통해 인문학을 더 잘 공부할 수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교과점수와 인성교육을 별개로 나뉘어 가르쳐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배우는 입장의 학생은 물론 부모님과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인 것이다. 1~3교시 각 영역별로 나뉘어져 사회과목부터 실과에 이르기까지 인문학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던 과목들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본문 시작전에 실린 ‘인문 통합 추천도서’리스트는 강추할 만하다. 해당 리스트는 국립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사서 추천도서 목록과 경기도 학교도서관 사서협의회를 바탕으로 선별된 도서로 요즘처럼 재택수업이 잦은 경우에는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또한 교과서로 공부할 당시 보충교재나 선생님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런 내용들과 부합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1교시 영역에서는 고대국가와 관련해 법률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단답형식으로만 외웠던 ‘함무라비법전’에 대한 추가설명이 포함되어 있는가 하면, 3,4차 산업혁명의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차수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전달해주고 경제영역에 있어서는 세금이야기나 투자개념을 동화등을 언급하며 풀이해준다.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여러 나라를 설명할 때는 해당 문화의 대표적인 상품 혹은 양식등을 제시하며 아이들이 재미있게 교과서의 내용을 숙지하고 인문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직 아이가 어린 부모들은 해당 책을 통해 교과서를 활용해 인문학 공부를 가르칠 수 있는 방편을 모색할 수 있고, 선생님들은 기존의 수업방식에서 부족한점을 찾거나 오류를 발견하며 좀 더 양질의 수업을 준비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과정에서 교과서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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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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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심한 욕을 내뱉을 때가 있다. 바로 출퇴근 지옥철 혹은 광역버스안에서 였다. 내 손과발을 내맘대로 할 수 없는 그 시기에 난 정말 엄청난 욕을 마음속에 품으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의 이혜린 저자도 그랬단다.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본문에 앞서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평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위로한다. 동감한다. 누군가에게 화살이 되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물론 심한 욕을 하는 내 스스로가 비참해질 때도 있지만) 직장인들이 가지는 애환 중 하나로 여겨줄만 하다. 이처럼 회사기 밉고 사람이 밉고 너와 내가 미울 때가 분명 있다.

물론 저자의 모두 화살이 공감되고 납득되는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 앞으로 100년도 더 살텐데 돌잔치는 가족들끼리 하라는 말에는 조금 상처가 되었다. 아이가 무사히 백년 이백년을 떠나 가족은 물론 많은 분들에게 덕담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물론 그다지 친분이 없거나 평소에 상대방의 경조사에 무관심했던 이들이 초대한다면 당연히 욕할일이지만 그런 전제없이 모든 ‘초대’를 혐오하는 듯한 저자의 발언을 보면서 결혼 전 내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는커녕 비혼주의자였던 내게 ‘낳아봐야 알지’라는 말 자체가 잔소리처럼 들렸던 때였다. 글속에는 미혼 여성인 저자의 시선으로 불편한 현실들이 보여진다. 이는 저자뿐아니라 이시대의 모든 미혼인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불만과 불편일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만약 미혼이었더라면 더 많은 공감과 통쾌함이 있었을거라 생각된다.

연애나 친구들과의 문제도 그렇다. 상처를 차곡차곡 쌓아났다가 마치 폭격하듯 쏘아붙이거나 혹은 혼자만 피해자인척 행동하는 지인, 특히 엄청나게 친분이 두텁다고 믿었던 이들의 공격은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다. 저자역시 이부분을 이야기한다. ‘나만 나쁜 사람’으로 끝나버리는 그들의 만행을 속시원하게 다뤄준 저자의 ‘나쁜 마음’이 고맙다.

회사 때문에, 사람 때문에 혹은 스스로에게 욕하고 싶고, 욕한 적 있고, 욕할 것 같은 사람들이여.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를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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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법한 연애소설 - 당신이 반드시 공감할 이야기
조윤성 지음 / 상상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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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소설 #추천로맨스 #밀레니얼 #조윤성작가 #있을법한연애소설 #연애소설추천




브런치 170만뷰의 인기 로맨스 소설인 <있을 법한 연애소설>은 저자 조윤성과 그의 지인들의 연애담이 잘 어우러져 90년대생들이라면 소설 제목처럼 '있을 법한' 혹은 '바로 내 이야기'같은 작품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처음 읽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비슷하게 느껴졌기에 아마도 그의 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조윤성 작가의 작품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독자의 연령은 20대 초 중반일 듯 싶다. 


 


서른이 되면 직장에서도 '팀장'이라는 직함이 생길거라는 기대, 한강이 보이는 오피스텔에 홀로 거주하며 경제적으로도 완벽하게 독립할 뿐 아니라 나도 예쁘고 나와 만나는 '그'도 외적으로 완벽해 누가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 소설 속 인물들이 지나치게 찌들고 처절한 삶을 사는 것이 '너무 소설같다'라고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숨이 트여지는 배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인물의 배경을 떠나 연애는 누구에게나 괴로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첫사랑에 완벽하게 성공, 더이상 두 번째, 혹은 그 이상의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 한 번의 이별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더 마셨을까. 어슴푸레 밝아온 새벽하늘을 달려 방으로 돌아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중략-

외롭다고 느끼는 것도 그냥, 술기운인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목소리가 김 서린 거울마냥 희미했다. 145-146쪽


이별이 처음부터 쉬운 사람이 없다. 작품 속 수아처럼 남부러울 것 없는 여성도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바람을 피워 세상의 끝을 맛보기도 하고 그 상처를 견디지 못하 맘에도 없는 이성을 만나고 지독한 술로 몸까지 상처입힌다. 연예인의 연애담을 들을 때 가장 공감하는 때도 바로 '이별'의 상처를 견디지 못해 방황했던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일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지는 그들조차 연애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원한 건 사랑, 그 하나일 뿐인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행복해지고 싶었고, 행복하기 위해 더 사랑할수록 나는 점점 비어가는 기분이 슬프기 짝이 없었다. 45쪽

 



<있을 법한 연애소설>은 그런 부분이 제대로 잘 녹아들어 있었다. 에쿠니가오리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을 읽으며 이별 상처를 극복했다는 저자의 말이 납득이 갈 만큼 에쿠니가오리가 가진 그 서정적인 분위기와 다소 과감하면서도 유연하게 녹아내리는 사랑을 하는 연인들의 감정들이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반하게 만들었던 부분들이 느껴졌다.




로맨스소설은 마치 자기개발서처럼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공감하는 순간 '내 얘기'이자 '내 미래'가 되길 바라는 바로 그 이야기들. 해당 장르를 좋아하거나 90년대생들의 연애도 결코 그 이전이나 이후와 다르지 않고 사랑앞에서는 모두 다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있을 법한 연애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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