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심한 욕을 내뱉을 때가 있다. 바로 출퇴근 지옥철 혹은 광역버스안에서 였다. 내 손과발을 내맘대로 할 수 없는 그 시기에 난 정말 엄청난 욕을 마음속에 품으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의 이혜린 저자도 그랬단다.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본문에 앞서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평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위로한다. 동감한다. 누군가에게 화살이 되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물론 심한 욕을 하는 내 스스로가 비참해질 때도 있지만) 직장인들이 가지는 애환 중 하나로 여겨줄만 하다. 이처럼 회사기 밉고 사람이 밉고 너와 내가 미울 때가 분명 있다.

물론 저자의 모두 화살이 공감되고 납득되는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 앞으로 100년도 더 살텐데 돌잔치는 가족들끼리 하라는 말에는 조금 상처가 되었다. 아이가 무사히 백년 이백년을 떠나 가족은 물론 많은 분들에게 덕담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물론 그다지 친분이 없거나 평소에 상대방의 경조사에 무관심했던 이들이 초대한다면 당연히 욕할일이지만 그런 전제없이 모든 ‘초대’를 혐오하는 듯한 저자의 발언을 보면서 결혼 전 내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는커녕 비혼주의자였던 내게 ‘낳아봐야 알지’라는 말 자체가 잔소리처럼 들렸던 때였다. 글속에는 미혼 여성인 저자의 시선으로 불편한 현실들이 보여진다. 이는 저자뿐아니라 이시대의 모든 미혼인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불만과 불편일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만약 미혼이었더라면 더 많은 공감과 통쾌함이 있었을거라 생각된다.

연애나 친구들과의 문제도 그렇다. 상처를 차곡차곡 쌓아났다가 마치 폭격하듯 쏘아붙이거나 혹은 혼자만 피해자인척 행동하는 지인, 특히 엄청나게 친분이 두텁다고 믿었던 이들의 공격은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다. 저자역시 이부분을 이야기한다. ‘나만 나쁜 사람’으로 끝나버리는 그들의 만행을 속시원하게 다뤄준 저자의 ‘나쁜 마음’이 고맙다.

회사 때문에, 사람 때문에 혹은 스스로에게 욕하고 싶고, 욕한 적 있고, 욕할 것 같은 사람들이여.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를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