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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비밀정원 - 숲 속 오솔길에서 열네 살 소녀를 만나다
신순화.김미조 지음 / 나비장책 / 2013년 1월
평점 :
엄마의 비밀정원.
타이틀과 표지 그리고 내지 레이아웃이 전부 바껴서 재출간되었을 때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었다. 당시에는 책의 내용을 전부 읽지 않았고 일부 보고 싶던 페이지만 골라보던 때라 섣부르게 판단하고 얘기했던것이 아쉽고 미안하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적고 있는 지금에서야 선인쇄를 해놓고 그 비용까지 감당하며 재 출간을 했어야 했는지 알것 같다. 훔쳐보기는 무슨. 그곳은 엄마의 비밀정원이었고 모두에게 열린 블로글이었기에 아는 이들만 아는 비밀정원에 딸이 들어가보는게 딱 맞는 제목인듯 싶다.
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한 엄마가 블로그 까지 개설, 글을 올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딸은 조심스럽게 글을 읽기 시작한다. 글속에서 딸은 깨닫는다.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은 내가 '엄마'라고 부르는 그 모습이었고 그외에 다른 모습은 아에 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글과 타인의 이야기만 담아내던 딸이 이제는 엄마의 글을 이야기 한다. 초반은 두번째 읽었던터라 쉬이 페이지가 넘어갈 줄알았는데 또봐도 재미있다. 특히 기대도 않했는데 고득점을 받아온 엄마를 자랑하고 싶었다는 부분은 나역시 크게 공감한다. 부모가 아이의 성적표를 보는거랑은 사뭇 다르다. 점수가 좋아도 행복한데 높으면 행복하면서도 슬프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느라고 그 좋은 공부를, 정작 하고 싶은 엄마는 하기싫은 아이에게 양보하고 있었던게 아닐까싶다.
p127
내가 잡고 있는 이 기억은 수비게 떠내려갈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기억이겠지. 아무리 세찬 비로도 씻어 내릴 수 없으니.
블로그에는 딸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한쪽면만 바라보았던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겨져 있었다. 비로도 씻어낼 수 없었던 두 분의 기억을 먼저 물어보지 못했던 딸의 아쉬움이 읽고 있는 내게까지 전해져왔다.
p.195
요즈음은 키보드를 안 보고 글쇠를 칠 수도 있다.
우리 막내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우리 부모님이 아실지 모르겠다. 컴퓨터를 제일 먼저 가르쳐드리고 사다드린 것은 맞지만 그 이후에 전화로 무언가 물어오시면 엄청 화를 냈었다. 한번 가르쳐드렸던 걸 물어보시던 때에는 심한 말도 참 많이 했었기에 더 울었다.
엄마의 글, 그 글을 보거나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며 부연설명 혹은 느낌을 적는 딸의 글이 뒤따라 온다. 엄마의 글만 읽으면 웃음도 나고 참 예쁘고 고운 아줌마다, 울엄마 생각난다 싶다가도 딸이 쓰는 글을 읽을 때는 공감도 공감이지만 참 나란 딸은 정말 모진 딸이구나 싶어서 괴로웠다. 기구한 운명을 사는 소설속 주인공 때문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착한 인물을 괴롭히는 악인 때문에 화가나는 것이 아니었다. 괴로운것도 화가나는 것도 모두 다 내 자신 때문이었다. 엄마의 블로그에는 딸이 알지못하고 기억할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엄마를 엄마로 보는게 아니라 '여자, 혹은 그냥 사람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2년 전 나도 엄마에게 블로그를 개설해 드렸었다. 안타깝게도 엄마 전용 컴퓨터가 없었던 터라 엄마는 금새 블로그를 놓으시고 다시금 손편지로 해외에 있는 언니에게 그리고 핑계가 많아 내려오지 않는 막내딸인 내게 종종 적어보내신다. 엄마의 편지를 받은 날에는 언니도 나도 엄마의 글솜씨를 자랑하느라 침이 마를정도로 대화를 한다. 책을 읽기 전부터 그리고 읽으면서도 내내 엄마에게 컴퓨터를 선물해드려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p.273
'만약 학교를 제대로 다녔으면 좀 더 지혜로운 어머니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