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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 되기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11월도 지나 12월, 해의 마무리 시점에 읽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타인의 작품들이 등장하는 이 책은 작가의 다이어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더 크게 들었다. 마치 작가도 우리처럼 멋진 구절이나 대사를 메모에 연필로 적는 버릇을 가진 사람처럼. 그러면서 내가 만났던 책이나 영화 그리고 노랫말이 나오면 마치 새학기에 낯선 옆자리 짝궁이 금새 단짝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는거다.
"당연하다. 나에 대해 정통한 건 그녀뿐이다. 그녀는 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 대해 정통할 수 있는거다." 이말은 소설가 야마다 에에미가 쓴 공주님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대사다. 전혀 알지 못하고 읽어볼 생각이 없었던 작품을 통해 연애에 핵심을 듣는다.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것. 허나 정작 자신은 누군가로부터 끊임없이 알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덕분에 하나를 배웠다.
그런가 하면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라는 노래를 나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그러고 보니 난 한번도 챠우챠우가 무슨의민지를 궁금해 한적이 없었다. 심지어 책속에서 결국 개짓는 소리다! 라고 말하기 까지 멍멍이 짖는소리 챠우챠우와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를 연결짓지 못했으니까. 난 그래도 작가처럼 허망하지 않다. 내게 있어 양쪽의 챠우챠우는 결국 다른것이니까.
그러다 다시금 씁쓸한 공감을 한다. 그것은 모 제과점의 폐점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난 그 제과점 빵을 딱 한번 맛보았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가 홍대에 있었는데 마침 사장님께서 그 집빵을 좋아해 직원들을 위해 사다주셨을 때였다. 그 회사가 내게 여러가지 추억을 안겨줬고 그만둔 날 사장님께서 편지와 선물을 주셨던 만큼 그분이 좋아하셨던 빵집 또한 내게도 없는 추억이라도 만들고픈 장소였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익숙치 않았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가본적 없던 내게도 그 빵집의 폐점은 마음이 아팠던거다.
반복되었다. 공감하다 난 좀 다른데 하다가 결국 공감이다.
어른의 시간이 온다라는 건 결국 그런거 아닐까. 사람, 사랑 그리고 삶이라는 건 다 똑같다 싶다가도 누구나 외롭고 혼자다라고 느끼는 것. 그러고선 결국 그 외로움을 연인, 가족 혹은 어쩌다 만난 그, 그녀에게서 위로받으려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의 시간이 오고 있음을 알게되는 것이라고.
백영옥 작가의 책은 이래서 좋다. 뻔한 듯 하면서도 결국 모든 것을 말하고, 타인의 작품으로 생색내는 듯 하면서도 우리가 알던 모르던 그 작품들의 다른 모습, 잊힌 대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힘. 그녀와 함께 어른의 시간을 맞을 수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