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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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은 그녀는 겁쟁이에 멍청이처럼 군 자신을 저주했다. 도서관으로 가 『세계문학안내서』에서 울어라, 사랑하는 조국이여를 찾아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코리네 축구팀에 보낼 간식을 만들어야 했고, 베이비시터가 전염성 단핵증에 걸렸고, 느닷없이 컬럼비아로 출장을 가게 된 카터의 짐 싸기를 도와야 했고, 차고 방 변기에서 뱀이 나와 갈퀴로 때려죽여야 했고, 블루가 문구용 수정액 한 통을 들이켜는 바람에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죽게 될지 확인해야 했다(죽지는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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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가 -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
미하엘 하우스켈러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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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미하엘 하우스켈러가 작가와 철학자 중 10명의 저작들을 정리해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나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이 서평을 읽기 전 다음의 발췌글을 염두하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작가들이 철학이나 문학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평가하지 않으려 애썼으며
-중략-
어떤 경우든 그들이 ‘옳은지‘ 혹은 ‘그른지‘를 판단하기보다는 그들이 ‘무엇‘을 말해야만 했는지에 더 깊은 관심을 두었다.
16쪽


우선 저자는 각 장을 한 작가 혹은 철학가에게 할애해 정리하여 서술했지만 결국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저자서문에 밝힌 것처럼 어느 누군가의 답이 옳거나 정의라기 보다는 각자 스스로 가치를 찾는 것은 오롯하게 각자의 몫이다. 내가 찾아가는 길에 도움이 되어주었거나 공감했던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신앙생활을 하다보니 ‘신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관심이 갔다. 키르케고르의 말처럼 윤리적인 삶은 곳 종교적인 삶이기도 하다. 이웃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속여서는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것이 많다. 하얀거짓말이라던가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과연 그것이 최후에는 누구에게 어떤 선을 가져오는지 인간인 우리는 확신하거나 책임질 수 없다. 그런점에서 허먼 멜빌처럼 인간 자체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접고 절대 선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신들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삶은 어떤가. 이렇게 되면 인간인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는 것이 지나치게 허망하게 느껴진다. 어차피 우리는 서로에게 집착하거나 상처내는 존재이며 사랑또한 결국 이런저런 허울과 변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감정으로서 사랑이 아니라 좀 더 큰 가치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런 사랑을 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랑한다는 이유로 연인밖에는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자면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는 우리의 존재의미가 ‘초인‘이라고 본 니체의 이야기는 꽤나 호감이 갈 것이다.


인간 존재에는 우리가 아직 실현하지 못한 혹은 실현하는 법을 잊어버린 잠재력이 담겨 있다. 세상과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면 우리는 초인이 될 수 있다.
239쪽


앞서 해당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진정한 자신이 되는것, 고통을 감내하고(설사 극복하기 위해 고통을 재생산하더라도)견뎌내야 하는 삶은 초인이 되기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인간을 극복해야 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결국 우리는 지금 상태로가 아니라 그것이 고통이든, 내면적 자신이든 이겨내야만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게보면 인간이 사는 이유는 결국 더 나은 존재, 더 나은 가치를 향해서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자전적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는 책을 읽고 쓰고 예술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하는 시간만이 가치있는 시간이며 곧 그런 시간으로 채워져야 가치있는 삶이라고 말한다. 이런 삶또한 결국 고통과 불행한 여러 사유들을 견뎌내었을 때만이 가능하다. 비트겐슡인은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그것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위해서라면 죽음마저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절망이라는 것이 죽음밖에는 해결방법이 없다는 믿음을 가져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말한 키르케고르의 말이 다시금 소환된다. 결국 저자의 말처럼 이런 삶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고 또 틀리다고도 할 수 없다. 가치있는 삶을 위해 각자가 생각해놓은 정의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이들의 말을 통해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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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케이시 맥퀴스턴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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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캐릭터들을 잘안다. 알렉스와 헨리는 사랑스러운 책벌레의 면면한 전통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 우리가 잘 알고 기억하는, 아마도 우리 자신의 어떤 모습일 테고 그래서 책벌레인 나는 그들이 예쁘다.
473쪽


케이시 맥퀴스턴의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의 원제는 Red, White and Royal blue˝로 미국 첫 여성대통령의 아들 알렉스와 영국 왕세손 헨리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 아들과 세손이라면? 내키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재미있게 읽었다. 중간중간 과한 연애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은 스킵하면 그만이고 이 두 사람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아웅다웅, 경멸을 오가다가 느닷없이 사랑을 고백하고 돌발 연애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이게 지루한것이 아니라 너무 오랜만이라 즐거웠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도 줄곧 등장하지만 팬픽을 재미있게 읽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뻔한 소설이 주는 흥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로열패밀리의 동성애나 대통령 아들이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하는 일은 그냥 생각해봐도 단순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알렉스의 엄마는 올해 재선을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아들된 입장에서 자신의 연애가 편할리가 없다. 성인남녀가 연애를 하는데에도 이런저런 고난과 어려움, 오해와 다툼이 있는데 누군가에게 들켜서도 안되는 관계라면 그것이 긴장감을 더해 사랑을 돈독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온갖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왜 ‘왕실의 자손일까?, ‘나는 왜 대통령의 아들일까?‘라는 태생적인 부분까지 거슬러 올라가 누군가를 탓하거나 자신이 받은 모든 혜택이 멍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서두에 언급한 내용은 역자의 후기에서 발췌했는데 알렉스와 헨리외에도 알렉스의 누나인 준과 두 사람의 절친 노라 등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순전히 노력과 열정에 기인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울고불고 운명을 저주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그리고 서로 도와가며 해결해간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 모습들은 우리가 지금껏 소설에서 보아온 바로 그 방식이라는 점이 고루함과 동시에 묘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이 모든 장치가 어차피 허구와 상상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자면 책을 읽는 그 시간동안은 그야말로 ‘말도안되는‘상황에 즐겁에 미쳐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말이 되면 말이 되니까 도움이 될테고, 말이 안되는 상상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너드 이면서 몹시 잘생기고, 몹시 흐트러져있으면서도죽을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을 간만에 다시 만나니 나는 후자측면에서 충분히 즐거웠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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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일심동책 - 디테일로 보는 책덕후의 세계 일상이 시리즈 6
김수정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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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후 내가 격하게 공감하며 울고 웃었던 책들은 ‘육아‘와 관련된 책들이었다. 그러다 암투병 이후 엄마로서 자녀 양육만큼 자신을 돌봐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의에세이를 읽은 후 여러가지 이후로 잠시 소홀해진 종교서적과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줄곧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시간에는 책 읽는 삶이었다.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몇 주간 낮잠시간도 줄어들고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느라 책을 읽는 것도 어쩌다 남편의 배려로 읽긴해도 서평쓰는 것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 책<일상이 일심동책>은 화장실 갈 때라도 들고다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책덕후에게 이 책인 그냥 타인에 대신 써준 자기고백 수준이라 할 정도였다. 특히 중간 중간 등장하는 그림들은 책, 서재, 독서하는 모습등이 담긴 작품들로 과거의 내 모습이거나 현재의 내 책상 혹은 미래에 꼭 갖고 싶은 서재 등이었다. 책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어우러지는 후속글까지 참 탐나고 맛나는 글이었다.

네이버 ‘책을 좋아하는 사람‘ 카페에는내 서재 자랑하기‘ 카테고리가 있다. 맘에 드는 서재를 보면 수첩에 스케치해 둔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북카페 카페 꼼마‘ 의 높은 천장 인테리어가 맘에 든다. 이쪽도 괜찮겠다. 언젠가는 그런 서재를 손에 넣고야 말겠다. 나도 책 카페에 호화찬란한 내 서재를 자랑해야지. 같은 DNA가 흐르는 우리 종족 모두의 꿈을 열렬히 응원한다. 123쪽


저자가 부러워 하는 애서가들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런 사람이 여기도 있어요 라고 쓰여진 부분을 읽을 때면 나또한 ‘그런 사람 추가요!‘하고 맘속으로 때로는 아주 작은 소리로 대꾸하며 웃음이 나왔다. 읽기 위해 태어났다는 저자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육아의 피곤함을 책으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삶 속에 독서가 힘이 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 작은 판형까지 어쩌면 이렇게 센스가 있을까. 전자책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도 여전히 가방이나 큰 주머니가 달린 코트를 입을 때면 이정도 크기의 책을 꼭 동행한다. 이것만 봐도 이 저자는 그야말로 나와 같은 책벌레라는 것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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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일심동책 - 디테일로 보는 책덕후의 세계 일상이 시리즈 6
김수정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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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을 좋아하는 사람‘ 카페에는내 서재 자랑하기‘ 카테고리가 있다. 맘에 드는 서재를 보면 수첩에 스케치해 둔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북카페 카페 꼼마‘ 의 높은 천장 인테리어가 맘에 든다. 이쪽도 괜찮겠다. 언젠가는 그런 서재를 손에 넣고야 말겠다. 나도 책 카페에 호화찬란한 내 서재를 자랑해야지. 같은 DNA가 흐르는 우리 종족 모두의 꿈을 열렬히 응원한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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