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 정도면 됐어..
(그 남자)
그래.. 그 정도면 됐어.
너무 애쓰지 마.
나, 오늘 니가
그런 이야기 할 줄 알고 있었어.
내가 원래 좀 똑똑하잖아.
여기 너무 조용한데..
나도 무슨 말을 좀 해야 할 텐데..
근데 나는, 다 이해해.
그러니까, 나는 우리가 끝까지,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가 결혼을 하거나..
그럴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 안 했어.
내가 나 자신을 더 잘 아니까.
그만 울어..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겠다..
근데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니가 미안하다는 말은.. 좀 웃긴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는 좋았거든.
살면서 제일 좋았던 것 같아.
늙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스물일곱, 스물여덟..
그 때 내 삶은
니 덕분에 초라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다고..
여기 공기가 너무 답답하다.
우리, 그만 일어나자!
(그 여자)
니가 덜 착했으면
내가 덜 힘들었을 텐데..
그랬으면,
끝까지 너한테 매달릴 수도 있었겠지?
우리 부모님께,
너에 대해 제안을 할 수도 있었을 거야.
니가 아니면 죽겠다고,
도망이라도 가겠다고..
그런데 너한텐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
넌 너무 착하니까.
넌 처음부터 그랬어.
다른 사람의 발에 걸려 넘어진 내가
다짜고짜, 앞에 있던 너한테
왜 발을 거냐고 마구 화를 냈을 때
넌 영문도 모르고
내 사나운 말들을 다 들어 줬잖아.
내 화를 다 받아 주고 난 뒤에,
넌 그제야 그랬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친 곳은 없냐고..
그 때 그 서점에 갔던 거, 넘어졌던 거
그리고 이렇게 착한 너를 알아봤던 거..
나는 너무 후회해.
나 때문에
너의 스물일곱이, 스물여덟이
너무 초라해질까 봐
나는 너무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