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전봇대처럼 서 있을께
너 한번 지나가라.
그냥 아무렇게나 한 번
지나가거라.
옷깃 만져 보거나 소리내어 울거나
안 보일 때까지 뒷모습 주시하지도
않을 테니 그냥 한 번
시장을 가듯이 옆집을 가듯이
그렇게 한 번 지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