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어 번 중고책을 사러 간다.
책을 산다,는 행위는
사치로 느껴졌었다.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낯선 외국어로 책을 읽어야 하는 현실과 되도록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실제로 돈이 없(다고 느꼈)었던 때도 많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도 되는데
적다 보니 나는 늘 도망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중고책을 사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갖고' 싶다.
옷도 보석도 아닌, 책을.
(책 읽기를 좋아하는 건지 책을 사모아 꽂아두는 걸 좋아하는 건지 이 즈음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번에 열 권 이상씩
깨끗한 책을 헐값에 골라오는 날은 기분이 좋다.
책꽂이 앞에 서서 어디에 꽂을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것도 좋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골라온 책이 썩 괜찮은 읽을 만한 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좋다.
갑자기 심심할 때 책꽂이 앞에서 책의 제목과 작가들을 훑고
아직 읽을 책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동시에 좌절도 하고
몇 권 꺼내어 살짝씩 첫 페이지를 염탐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어 꽂아도 보면서 놀면 좋다.
(물론 책을 읽는 속도는 사들이는 속도와 전혀 상관 없다.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 나는 대체로 글을 빨리 읽는 편인데
우리 글이 아닌 것을 읽으려니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짚으며 읽어나가야 해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모르는 단어는 너무도 많고. ㅠㅠ
책은 '뉘앙스'로 읽는 것!이라고 최면을 걸고 있다...)
가장 최근에 산 책들이다.
이 사진의 책들 중 익숙한 작가의 이름은
장 폴 뒤부아, 오르한 파묵, 필립 로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정도일 것이다.
장 폴 뒤부아의 책은 옛날옛적에 <프랑스적인 삶>밖에 읽은 게 없다.
두 권 중에 번역되어 있는 책은 <Homme entre eux : 남자 대 남자>.
오르한 파묵, 필립 로스, 아직 읽은 책 없음,
외국어의 프랑스어 번역판이라 아주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음.
에릭 엠마뉴엘 슈미츠, 저기 제일 얇은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를 지난 주에 읽었다.
오르한 파묵, <Le musée de l'innocence : 순수박물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Oska et la dame rose: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L'Evangile selon Pilate : 빌라도 복음서>
필립 로스, <Némésis : 네메시스>
같은 날 다른 중고매장서 구입한 책들.
아는 이름은 앙드레 지드.
1925년에 발표한 <위폐범들>을 쓰면서 기록한 일기와 같은 기록문이다. 1929년에 나옴.
소설을 먼저 읽어야 겠다.
때로는 화려한 책표지가 나를 유혹하기도 한다.
프랑스 소설책 표지가 이렇게 이쁘기는 쉽지 않지요. 암요.
그래서 덥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