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포를 부쳤다는 연락이 왔다. 원래 1주일 전에 떴어야 하는 소포인데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보냈다고. 일주일 만에 배송비가 올랐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붙는 추가요금이 킬로당 2천원 가량이 더 올랐다고. (추가요금은 또 뭔가요 @@) 14킬로 보내는데 19만원을 냈단다. 같은 무게에 지난주보다 2만원 넘게 더 낸 셈. 정말 엄청 올랐군.ㅠㅠ
읽고 싶은 책을 종이책으로 구입해 꽂아두고 싶다는 열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자책으로 사면 바로 읽을 수 있고 보관할 공간도 필요없는데 말이다. 비싼 배송비를 내고 오랜 시간 기다렸다 손에 쥐는 그 마음은 뭘까? 나에게 필요한 건 이북리더기가 아닐까? 최선의 타협을 해야 하지 않나?
전자도서관을 이용한 지 몇개월째다. 빌려보면 책을 사는 횟수가 줄겠지 했다. 빌려보고 정말 갖고 싶고 자꾸 읽어보고 싶은 책만 사자 했다. 그러나 전자도서관에는 아직 없는 책이 많았고 나는 언제 될 지 모르는 업데이트를 기다릴 여력이 없다. 종이책 구매 금액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늘을 날아온 책들은 읽힐 차례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기다리는 중이다.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책들의 목록도 길어져가기만 한다. 갈수록 가관이다.
슬며시 마음이 반항을 한다. 내가 책을 사면 안되는 이유는 뭐야? 대체 왜 안 되는데?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둘 자리가 없어 쌓아두더라도, 박스에 담아 두게 되더라도, 나중에 처치곤란 애물단지가 되더라도, 다 끌어안고 살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크다. 내 대책 없는 성격은 이럴 때 매우 낙천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 어차피 버릴 수밖에 없다면 그 전에 누구누구들에게 나누어 보내주어도 될 것이고, 이 근방이든 대도시든 한글학교 같은 곳에 기부를 해도 된다고 생각해 버린다. 더 큰 상상도 한다.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한 공간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그곳을 개방하고 싶다는 상상. 한국책 읽고 싶은 사람들 와라. 한글은 당연히 배워야지. (아... 내가 이래서 프랑스어를 못하나?ㅠㅠ) 이 시골 구석까지 어떤 프랑스사람이 한글책을 읽고 싶다고 오겠냐마는, 안 와도 좋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해도 나는 이런 꿈을 꾸었을 것이다. 상상을 하다 보면 그 책꽂이들에 꽂힐 책들은 어떤 책들인가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책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 상상은 때론 유익하다. 책들을 통해 보게 되는 나의 모습.
그러니까, 오늘의 질문.
종이책을 계속 사? 말아?
오늘까지인 적립금 2천원을 쓰려고 보관함과 장바구니를 오가다가 배송비 19만원이 생각나서 ㅠㅠ 책 말고 노트를 샀다.(읭?)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체국에서 선박배송을 한다고 하니 이제는 웬만하면 배로 책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배송추적도 안 되고 중간에 사라져도 어쩔 수 없고 2~3달을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지만 20킬로 6만원(아마 이것도 올랐겠지) 선이면 엄청나게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까. 아낀 돈으로 책을 더 사겠지만.ㅎㅎ 배로 받는다 생각하고 맘놓고(?) 노트를 산다. (트윈링 노트 검색하면 스누피 사진밖에 안 뜬다. 나는 늘 다른 걸 산다.)
책을 사 말아 해놓고는! 배로 받을려면 이번달엔 책을 빨리 사서 빨리 보내라고 해야지 다짐하는 나, 19만원을 배송비로 날려먹으면서 적립금 2천원 아깝다고 2만원어치 노트를 사는 나는 도대체 뭔가. 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