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박노해의 시.

 

나 거기 서 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아 레바논이여!

팔레스타인이여!

바그다드여!

홀로 화염 속에 떨고 너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피에 젖은 그대 곁에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지금 나 거기 서 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이 구절에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했다. 우리 가족이 그랬으니까. 우리 나라의 중심, 지금은 세월호 유가족이다. 명심하시라, 제발.

 

위 시는, 도서관에서 찾은 박노해의 아래 책에 실려 있다. 절판된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직도 판매중이다.

 

 

 

 

 

 

 

 

 

 

 

 

 

 

 

침묵의 나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 성취한

자랑스런 나의 조국은 침묵했다

 

까나 마을에 폭격이 퍼부어지고

36명의 아이들이 학살당할 때

말 잘하는 나의 정부는 침묵했다

 

많은 나라들이 가장 강력한 말로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할 때

싸움 잘하는 나의 국회는 침묵했다

 

민주와 개혁을 거침없이 외치던

나의 대통령과 지도자들은

금처럼 찬란하게 침묵했다

 

코리아는 침묵의 나라

불의와 학살 앞에서는

금처럼 침묵하는 나라

 

일본이 독도를 건드릴 때마다

국제 심판이 오심을 내릴 때마다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즉각 애국투사로 소리치면서도

 

학교에서 내 아이가 무시당하고

밥집에서 내 순서가 뒤로 밀리고

거리에서 내 차가 추월당하면

즉각 정의의 투사로 돌변하면서도

 

대낮에 남의 영토를 침략하고

아이들과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야만 앞에서는

금빛 침묵으로 동조하는 나라

 

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코리아여

국익 앞에서만 다이내믹한 나라여

네가 짓밟히고 피에 젖어 울부짖을 때

세계는 너의 침묵을 찬란히 돌려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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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의 책은....요약과 쉬운 설명이 대단한 장점이자 매력이지만 깊이는 좀 아쉽다. 리스트에 넣다가 읽은 책도 별로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까 싶어, 넣다가 만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2년 10월
17,500원 → 15,750원(10%할인) / 마일리지 870원(5% 적립)
2014년 09월 24일에 저장
절판
처음에는 간단 명료한 해설에 혹해서 책에 빠져드나 물이 너무 얕아서 그만 걸어나오게 되는 책.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2- 서양미술사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4년 1월
18,500원 → 16,650원(10%할인) / 마일리지 920원(5% 적립)
2014년 09월 24일에 저장
절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열흘에 걸쳐 읽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명쾌한 정답을 보는 기분이 든다. 요약정리의 힘이다. 2014.9.24.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 '인문학 특강''생존경제학' 최진기의 리얼 인생 특강
최진기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4년 09월 24일에 저장
절판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 (특강DVD 포함)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3년 3월
18,500원 → 16,650원(10%할인) / 마일리지 920원(5% 적립)
2014년 09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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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말 그대로 하루종일 근 8시간을 컴퓨터 작업하던 시험출제원안지를, 오늘 수정작업하는 중 3/5이 날아가버렸다. 순간 자신감 급추락을 동반한 두뇌의 백지화 현상이 창졸간에 일어났다. 잠시후, 다행스럽게도 외장하드에 백업해놓은 게 떠올랐다.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일은 마무리했으나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책 한 줄 못 읽은 것에 대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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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덜컥 사버렸다. 캄보디아에 6년간 체류했다는 작가의 안목을 느껴보고 싶다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주말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았다는 만족감은 주었다.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마셔보는 낮술 같은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게 했다. 아주 잠시.

 

낮술이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였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어느 호숫가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벌건 대낮에 마신 맥주의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알딸딸한 취기에 젖어 깜빡 잠에 빠져들 때는 인생이 아름답고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고작 30여 분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허나 낮술에 대한 추억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낮술에 취할 만큼 일상이 만만하던가, 어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마음을 풀어놓았다. 열대과일인 잭푸르트, 두리안, 용과, 망고스틴, 파파야의 맛을 떠올려보는 것도 괜찮았다. 그리고 작가가 지어낸, 리얼 3할 상상력 7할쯤 되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잠시 빠져보는 맛도 괜찮았다. 텁텁한 열대기후, 강렬한 열대스콜, 달콤한 열대과일, 매력적인 사람들 이야기에 그냥 젖어보는 맛...낮술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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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2690 2014-09-2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이현 님의 책<알자스>를 잼있게 읽었었거든요..
그기억이 떠올라 이책을 맘에 두고 있다가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었는데,
님글이 흡인력이 있네요^^*

저아래 스마트폰 안쓰고(나두 외계인취급당하고 있어요^*^),
아 글구 왜 그걸 써야하는지!!
그 무엇보다 여행이 우선이고,적금은 1년짜리만! 내얘긴줄 알고 순간 놀람ㅋㅋ

아~콜레스테롤 낮추기는 아몬드가 짱이에요..
특히 고밀도콜레스테롤(혈관청소부라 일컫는) 수치 올려주는데 효과짱!
전반적으로는 식전사과 한알이 수치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커요..
어려운거 아니니까 한번 습관들여보세요..
운동으로 수치 낮추기는 힘들더군요~갑작스런 스트레스 받아도 팍팍올라가요ㅎㅎ

nama 2014-09-25 07:4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외계인끼리도 스마트폰 없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이 있어서 좋군요ㅎㅎ

이눔의 콜레스테롤...어떤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해요. 그게 다 제약회사 좋은 일 시키는 거라구요. 누구의 말에 장단을 맞춰야하는지 사실은 좀 헷갈리지만 한번 주입된 가치를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아요. 아는 것이 병이라고나 할까요.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라는 게 더 속상한 일일뿐이지만.
고맙습니다. <알자스>도 한번 눈여겨보겠습니다.
 

 

 

 

 

 

 

 

 

 

 

 

 

 

 

열등생에 관한 책이어서 반갑다. 세상엔 우등생보다 열등생이 더 많지 않을까. 1등을 제외한 대다수가 스스로를 열등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막연한 늪지에서 질척거리'게 하는 죄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글을 보고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부진아수업을 해보면 안다. 다음 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이들은 '축적된 슬픔, 두려움, 걱정, 원한, 분노, 채워지지 않는 부러움, 광포한 포기, 이 모든 게 켜를 이루고 있는 양파'라는 사실을 순간순간 깨닫게 된다. 때로는 내가 그들의 학교생활을 망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의감에 사로잡힌다는 것도. 물론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p.81~82  우리의 '공부 못하는 학생들'(앞날이 없다고 여겨진 학생들)은 학교에 결코 홀로 오지 않는다. 교실에 들어서는 것은 한 개의 양파다. 수치스러운 과거와 위협적인 현재와 선고받은 미래라는 바탕 위에 축적된 슬픔, 두려움, 걱정, 원한, 분노, 채워지지 않는 부러움, 광포한 포기, 이 모든 게 켜를 이루고 있는 양파. 저기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라. 성장해가는 그들의 몸과 책가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거운 짐들을. 수업은 그 짐이 땅바닥에 내려지고 양파 껍질이 벗겨져야만 진정으로 시작될 수 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단 하나의 시선, 호의적인 말 한마디, 믿음직한 어른의 말 한마디, 분명하고 안정직인 그 한마디면 충분히 그들의 슬픔을 녹여내고 마음을 가볍게 하여, 그들을 직설법 현재에 빈틈없이 정착시킬 수 있다.

물론 그런 호의는 일시적이며, 양파는 밖으로 나서는 순간 다시 겹을 두를 것이고, 당연히 내일 또다시 시작해야먄 할 것이다. 하지만 가르친다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선생이라는 직업이 필연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다시 시작하는 일. 만일 우리가 한 명의 학생을 우리 수업의 직설법 현재에 정착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의 앎과 그것의 활용에 대한 안목이 이 아이들에게 미치지 않는다면, 그들의 실존은 식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막연한 늪지에서 질척거릴 것이다. 물론 우리 선생들만이 그런 갱도를 파낸 것도 아니고, 그걸 메울 줄 몰랐던 것도 우리 책임만은 아니지만, 그때 그 아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 혹은 몇 년의 어린 시절을 우리 앞에 마주앉아 함께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망쳐버린 학교생활 일 년은 하찮은 게 아니다. 어항 속에서는 영겁의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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