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덜컥 사버렸다. 캄보디아에 6년간 체류했다는 작가의 안목을 느껴보고 싶다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주말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았다는 만족감은 주었다.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마셔보는 낮술 같은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게 했다. 아주 잠시.
낮술이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였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어느 호숫가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벌건 대낮에 마신 맥주의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알딸딸한 취기에 젖어 깜빡 잠에 빠져들 때는 인생이 아름답고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고작 30여 분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허나 낮술에 대한 추억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낮술에 취할 만큼 일상이 만만하던가, 어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마음을 풀어놓았다. 열대과일인 잭푸르트, 두리안, 용과, 망고스틴, 파파야의 맛을 떠올려보는 것도 괜찮았다. 그리고 작가가 지어낸, 리얼 3할 상상력 7할쯤 되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잠시 빠져보는 맛도 괜찮았다. 텁텁한 열대기후, 강렬한 열대스콜, 달콤한 열대과일, 매력적인 사람들 이야기에 그냥 젖어보는 맛...낮술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