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비고사 세대다. 커트라인이라는 게 있어서 지역별 합격, 불합격 점수가 분명했었다. 보통 340점 만점에 200점은 넘어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커트라인이라 부르는 점수였다. 당연 지방의 커트라인은 200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에서 실시하는 본고사를 치르고서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내가 예비고사를 치르고나서 2년 후, 학력고사라고 불리우는 시험이 예비고사를 대체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수능이 생겨났다. 대학입시와는 관계없는 시절을 보낼 때라서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굳이 궁금하지도 않다. 

그리고 교직에 들어온 이후 몇 번인가 대학입학관련 시험에 감독으로 차출되었다. 2010년 수능감독으로, 그러니까 어제도 그 몇 번째의 시험감독으로 차출되었는데 모처럼이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머리가 무거워졌다. (감히)수험생 못지않은 긴장감을 풀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시험 감독관이라고 말할 수있다. 감독을 해보면 이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감독 잘 못하면 일년치 재수 비용까지 물 수도 있다는 사전 교육까지 받고나면 이건 스릴만점의 초특급 영화 한 편 보는 것 이상이라고나 할까. 흠,온몸으로 보는 영화가 있다면 모를까....과장이 좀 심했다. 

하여튼 초긴장 무료함(이 말 뜻을 아실런지)의 감독을 모두 마치고나니 이미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고, 학교 교문밖 도로엔 학부모의 차량들로  빈 틈이 없었고, 학부모들이 초조하게 서성이며 자녀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능시험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며 세계다. 그것도 교묘하게 진화하는 세계다. 예비고사에서 학력고사로, 다시 수능으로 진화하면서 확실하게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세계다. 인간이 만든 제도에 옴짝달싹 못하고 매어있는 꼴이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한심한 세계임에 틀림없는데 감히 이 세계를 이탈할 꿈을 꾸지 못한다.  

영어를 예로 들어보자. 예비고사 시절의 영어 문제와 지금의 영어 문제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원시성에 가까운 예비고사를 치렀던 세대에겐 지금의 문제 수준이 가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학습과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고도로 진화되고 발달된 학습 덕택에 시험 수준이 상당히 높은 단계에 진입했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몇 년에 한번씩 수능 감독을 하게 되면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수준이 한없이 높아진 문제에 잠시 넋이 빠져버린다. 이래도 되는가?하고. 시험이라는 이 비본질적이고 물질적이고 몰인간적인 거대한 권력 앞에 그저 눈치나 보며 하나라도 더 정답을 맞추기위해 온갖 굴레와 비굴함을 언제까지나 참고 견뎌내야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그것도 자자손손 대대로. 언제까지나. 

참으로 재미없는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 서른 살 오핸로 혼자 걷는 1,400km
김지영 지음 / 책세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가볍지 않은데 가볍고, 무겁지 않은데 무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저 몇 구절 옮겨본다. 기억해야 할 것 같아서다.

p.138 Hezbollah was created with three purposes. First, the paramilitary organization was to use guerrilla tactics to rebuff the Israeli invasion and push the Israeli Defense Forces out of Lebanon. Second, Hezbollah was to be an arm of Iran that would work toward exporting the Iranian Revolution. The most pious and capable Lebanese Shi'a were recruited as operatives committed to bringing about an Islamic Republic of Lebanon that would mirror Iran's thereocracy. Third, Hezbollah committed itself to the destruction of the State of Israel and the return of Palestine to the Palestine people. 

   Hezbollah has never been an organization that acts with automy. It has been developed and sustained by logical, material, and financial support from both Iran and Syria.  

p.153 UN Resolution 1559 called for the disbanding and disarmament of all Leganese and non-Lebanese militias. 

p.173 (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refugee camp에서) " How do you feel when people describe you as terrorists?" ..."We get used to the West, they cover one eye and see by the other. What they see is the violence, but they do not see the context. They don't see that we want to study and get jobs. They don't see that we use computers, and we enjoy movies. I don't think I have ever seen on CNN or BBC images of Palestinians playing the same sports as young people in the United States. Do you agree?"

 시리아에서 한 시리아인의 도움을 받고 감사의 표시로 얼마간의 돈을 건네자 거절하면서 오히려 " Shukran, habibi."하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195. I didn't understand why he should be the one to say thanks when he was the one who had helped me-and I told him as much. He explained that life in Syria is difficult and there are virtually no opportunities for young people to talk about their dreams and their hopes. Mazen was thanking me for having shown an interest, for having cared enough to ask. He was saying thanks for listening.        

208.  In Iran,it(admirable sights) was about seeing Persepolis; in Syria, Palmyra; in Iraq, the ancient citadels; and in Lebanon, Baalbak.  

20대의 유태계 미국인인 저자가 이란,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지를 다니며 같은 20대의 젊은이들을 통해 중동의 실상을 읽어내는 과정이 눈물겹다. 유태인이며 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적진에 뛰어들어 직접 사람들을-때론 헤즈볼라도 만나고 팔레스타인 무장투쟁 전사들과도 끊임없는 접촉을 시도한다-만나는 과정들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때론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이런 현장감있는 장면을 읽어나가다 보면 사전을 뒤적이며 읽어야하는 고통스런 과정들이 어느덧 즐거움으로 변한다.  

이들 중동 지역의 20대를 통해 서구에 잘못 알려지거나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사실들을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기록하고 또한 가능성과 희망을 찾고 있는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기행문의 그 말랑말랑한 것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굉장히 학구적이면서도 모험적이다. 그래서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여행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한다. 

p7...I realized that one day in these regions yielded more knowledge than six months in a classroom. The adventures were addictive. not simply for the exciting stories I'd later be able to tell, but because I walked away from these experiences with a perspective I couldn't have gained in any other way. I wanted to hear those voices that weren't heard and wanted to be a megaphone for them.(이런 지역에서 경험하는 하루는 교실에서 보내는 6개월 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모험에 빠져들게되는 것은, 단순히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중에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깨달음을 이런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들을 수 없었던 것들을 듣고 싶었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을 대신해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다.)

p.s...특히 쿠르드족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이라크 북부의 한 귀퉁이에서 외롭게 자기들만의 세계를 이루고자 고군분투하는 쿠르드족에 대해서는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다음의 책이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 내 생애 마지막 영어 공부법
고수민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 공부에 대한 전의를 일깨워 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칠리아의 한 식당에서 수습기간을 보낸 저자의 맛깔스런 이야기이다. 이딸리아의 요리 세계를 살짝 엿볼수 있었고 무엇보다 저자의 입담을 읽는 맛이 좋았다. 한겨레 ESC 에서는 읽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 역시 책으로 엮여져야 한꺼번에 읽는 맛이 있다. 중대 문창과 출신이라...술집에서 어울려  노닥거리며 떠드는 한담처럼 혹은 자랑처럼, 혹은 모험담처럼 구수하게 풀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문창과의 흥겨운 술판이 그려진다고나 할까. 그립다.  

시칠리아,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김영하. 그곳에서 한 철을 보낸 후 엮어낸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과는 무관한 생각이겠지만, 시칠리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