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다른 여행기와 다른 점은, 여행영어를 접합 수 있다는 점이다. 배낭여행을 처음 떠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듯하다. 쉬운 영어가 대부분이지만 영어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이런 표현도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 책에 실린 짧은 표현들을 미리 연습하고 가면 도움이 될 터이다. 책을 읽어가며 영어표현을 소리내어 읽다보면 마치 내가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여행기도 있다니.... 

 

예를 들어보면,

 

방을 찾고 있는데요.

Excuse me, I am looking for a room.

 

빈방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I wanna know if you have vacant room or not.

 

외국여행자와의 대화도 재밌다.

 

나 빈대에 물렸어.

I was bitten by bedbugs.

 

봐봐!

Show me.

 

이건 빈대가 아니라 벼룩이야. 패턴이 달라. 빈대는 한 곳을 집중적으로 물고 벼룩은 선을 형성하면서 물어.

This is not  bedbugs but fleas. Pattern is different. Bedbugs bite concentrate fo one point but fleas along to line.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거칠지만 진한 맛이 나는 여행기이다, 어디까지나. 연수 받으러 다니며 이 책을 전철에서 읽었더니 연수에서 여행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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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근무조로 출근했을 때. 교무실내의 싱크대에는 설거지를 기다리는 5~6개의 컵이 놓여 있었다. 그날이 월요일이었으니까 그 전주의 금요일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학기중이라면 십중팔구 학생들을 시켜 설거지를 시킨다. 봉사활동이라는 미명하에 말이다. 그런데 방학이다보니 만만한 학생은 없고, 그럼 누가 하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교무보조원이 하게 되나?

 

두 아이의 엄마인 교무보조원에게 이런 일까지 부탁하는 것은 아니다싶어, '그래, 매일 하는 일, 내가 하지 뭐.'하고 후딱 설거지를 하는데...화가 치솟았다. (나는 화를 잘낸다. 원래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옆에 있던 30대 남교사 들으라고 큰소리로 내 심사를 알렸다.

 

"먹는 사람 따로 있고, 설거지 하는 사람 따로 있나. 이거 이래도 돼?"

 

누가 이 컵을 사용했는가를 속으로 따져보았다. 교장, 교감, 근무조 교사들일까? 아니면 방과후하는 교사들?

 

몇년 전 우리반이 4명의 교사가 근무하는 작은 교무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었을 때, 한 여학생이 교무실 청소를 그만두겠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들이 사용한 컵을 씻는 게 역겨워서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집에서조차 하지 않는 설거지를 학교에서 하는 게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 학기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조금만 더 참으면 봉사활동 10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도저히 더 이상 못참겠다는 것이다. 울며불며 하소연하는데 참 난감했다. 부모님과도 전화통화를 하고 다시 아이도 설득했지만 한번 바뀐 마음은 돌이킬 수 없었다.

 

내가 사용한 컵을 아이들한테 맡기지 않게 된 것은 아마도 이때쯤이었을 것이다. 내가 사용한 컵을 내가 닦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다.

 

며칠 전. 연수 받느라고 피곤해진 몸으로 집에 돌아왔더니 개수대에 라면봉지며 닦지 않은 냄비가 그대로 있었다. 일주일간 방학을 맞은 고3 딸아이가 라면을 끓여 먹은 흔적이었다. 모처럼 집에서 쉬는데 엄마인 나는 연수랍시고 자식 점심도 차려주지 못하는 게 좀 마음이 아프긴 했으나 이 아픔보다 설거지 안 해 놓은 게 더 심금을 때렸다고나 할까. 버럭 화가 났다.

 

공부하러간 딸아이에게 당장 문자를 넣었다. "설거지 안 해 놓으면 밥 안줌."이라고. 오후 7시가 지났기에 저녁밥 준비를 해야 했으나 딸아이가 올 때까지 그냥 기다렸다. 얼마 후 돌아온 딸아이, 30여분을 걸어오느라고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아팠다. 나도 참 모질기도 하지, 까짓 설거지 얼른하고 밥하면 될 것을 꼭 딸에게 설거지를 시켜야하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딸아이는 하루종일 집에서 쉬고 있었고 나는 판교에서 강남으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피곤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자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채 땀도 닦지 못하고 설거지 먼저 하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긴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딸아이는 설거지를 꼭 해놓는다. 그것도 밥을 전혀 먹지 않은 것처럼.

 

자기가 사용한 그릇 정도는 스스로 닦는 사위를 봐야 할 텐데....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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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4-08-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딸도 그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한 학기인가 교무실청소 담당이었죠.)
왜 선생님들은 자신이 사용한 컵을 씼지 않고 모아두었다 학생들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남이 사용한 루즈 묻은 컵 씼는 역겨움을 모르시는것 같다고.
(내~참, 사실 우리 학창시절엔 그런 내적갈등 없이 했던 것 같은데 ...)
그래서 제가 그랬던 것 같네요.
그것이 세상이다.
그 보다 더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많은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다.
그걸 견뎌야 할 상황이라면 견디는 인내를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너는 남에게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를 배우라고.


nama 2014-08-16 14:04   좋아요 0 | URL
우리 때는 겨울방학 숙제로 솔방울을 한 자루씩 가져가는 게 있었는데, 그걸 교무실 난로의 땔감으로 사용하면서도 막상 우리가 공부하는 교실에는 난로조차 없었지요. 그래도 감히 그 부당함에 대해서 입 한번 벙긋하지 않았지요. 그 시절엔 선생은 당당했고 학생은 어리석었지요.

sabina 2014-08-1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런데, 참 착한 딸을 뒀네요. ^^

nama 2014-08-16 13:59   좋아요 0 | URL
착하긴해요. 엄마의 말을 거스를 생각을 안하거든요. 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것 빼고요.
 

모처럼 도서관에 갔다가 여행기만 읽고 왔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책을 도저히 무심하게 안 본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나의 종교는 여행입니다.'

'국경을 넘는 건 사고의 경계를 넓히는 작은 퍼포먼스다.'

 

이런 구절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건 내가 먼저 써야 할 표현인데...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숲이 오늘따라 자작나무숲으로 보이고, 푸른 하늘은 저 멀리 히말라야의 라다크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래 이런 날은 이런 여행기가 제격이다. 약간의 한숨과 더불어.

 

p. 106...태초의 인류가 식량을 찾아 유랑한 것처럼, 여행은 영혼의 식량을 찾는 문화적 유랑이다. 숙련된 여행자일수록 대단한 것들을 구경하려고 욕심내지 않는다. 유랑하며 만나는 풍경에 마음을 주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만드는 우연한 시간을 사랑한다. 여행은 정신의 유목이다.

 

p. 185...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하면 으레 파키스탄과 이란이 등장했다. 다음으로는 시리아, 예멘, 리비아 순이었다....여행자들이 손꼽는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죄다 이슬람 국가라는 것이다.....가본 사람들은 안다. 이슬람 국가들은 순박한 천사들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이런...쯧... 파키스탄, 이란, 시리아, 예멘, 리비아.....모두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다. 다시 한숨이 나온다.

 

 

 

 

 

 

 

 

 

 

 

 

 

 

친구가 준 이 책은 진도가 안 나간다. 그간 인도여행기를 너무 많이 읽은 나는 이제 아주 까탈스러운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의 구성은 용모단정한 모범생을 연상시킨다. 마치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 여행을 한 것 같은 정형화된 구조 때문에 현장감이 몹시 떨어진다.

 

여행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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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짧아진 방학, 연수 받느라고 바쁘기만 하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내 스스로 내 목을 죄고 있다. 여행 못가는 상황과 심정을 애써 연수로 달래는 중이다. 뭐라든 해야 고3 학부모의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고3 학부모, 참 재미없고 고통스럽고 화가 나는 경험이다. 

 

온라인으로 15시간짜리 강신주의 철학강의를 들었다. 벌써부터 가물거리지만 그래도 몇몇 철학자들 이름이 여운을 남긴다. 왕충, 이탁오.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KOIKA 연수는 내일이면 끝난다. 성남까지는 멀다. 갈 때는 남편이 데려다주고( 남편은 또 무슨 죄!) 올 때는 판교에서 전철로 강남역까지, 다시 강남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허위허위 돌아온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 해외봉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

 

다음 주엔 도자기 연수가 잡혀있다. 그런데 손가락, 팔목이 아프다. 어제까지는 오른쪽 어깨죽지가 아프더니 오늘은 갑자기 왼쪽 손목이 아파온다. 통증이 온몸을 순회중이다.

 

아직 밝히기는 그렇지만 지금 나는 내 몸 가지고 건강실헝을 하고 있다. 책도 읽고 의사도 만나고 약도 복용중이고, 한마디로 바쁘다는 얘기.

 

내 삶의 현장을 이곳이 아닌 그곳, 저 여행지에 갖다 놓고 실컷 걸으며 촛점없는 눈빛을 한없이 발산할 수 있다면 이 모든 실험과 시행착오와 탐구는 깨끗이 내려놓을 수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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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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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밖에서 반자본주의적인 삶을 개척,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는 레닌의 말을 온 몸으로 보여준 어느 빵 굽는 사람의 이야기.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488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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