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 내 안의 여신을 발견하는 10가지 방법
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 열림원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94   어느 날 그들이 흑인 노예들을 잡으로 왔어. 나는 가만히 있었지. 왜냐하면 나는 흑인이 아니니까. 그다음에는 그들이 유대인들을 잡으러 왔어. 그때도 나는 가만히 있었어. 왜냐하면 나는 유대인이 아니니까. 그다음에는 그들이 공산주의자를 잡으러 왔지. 그때 역시 나는 가만히 있었지. 왜냐하면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니까. 그다음엔 그들이 또 동성애자들을 잡으러 왔어. 그때도 나는 가만히 있었지.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니까. 마지막엔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어. 그때 나는 억울하게 잡혀 죽을 수밖에 없었어. 왜냐하면 나를 보호해줄 이웃들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먹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책 읽기. 들여다보기 독서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김화영 예술기행 김화영 문학선 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기에도 신분을 가를 수 있다면, 이 책은 단연 귀족. 프랑스 문학의 도도한 흐름을 알고 있다면 의미있게 읽힐 책. 인도여행 부분은 다소 단순 관광객 수준: 전공과 비전공의 차이에서 오는 깊이의 문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일 무렵, 예전에는 이 무렵이 되면 친구들과 포도밭에 가곤 했었다. 아쉬운 방학을 마무리하는 행사였다고나 할까. 80년대 얘기다.

 

한때 포도밭이 있었던 그 동네에는 아직도 내 친구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평생 농사를 지으시며 다섯 명의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셨다. 철없던 중학생 시절, 나는 그 친구네 집에 툭하면 놀러가곤 했는데 친구 엄마는 한번도 귀찮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점심 무렵에 놀러가면 밭에서 일을 하시다가도 다시 집에 오셔서 새 밥을 해주시곤 했다. 그게 쉽지 않은 대접이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은 이랬다. 집-교회- 우체국-버스정류장-기찻길 건널목-밭길-산길-군부대 초소-밭길-논길-친구네. 걸어서 30~40분 걸렸다. 어느 해 겨울방학엔 스케이트가방을 어께에 메고 매일 그 친구네 집으로 갔다. 어느 해 여름에는 그 친구방에서 밤새 수다를 떨며 날을 새우기도 했다.10대와 20대에 걸친 10여 년 동안 그 친구와 그 친구네집은 내 외로움을 달래주는 공간이었다.

 

내가 살던 고향에서 유일하게 좋아했던 공간이 되어주던 그 친구네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그리고 한 때 수박밭이었던 곳이 이제는 포도밭이 되었다. 포도밭이 생기니 친구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오늘 그 친구네서 옛친구들을 만나 포도를 먹고, 깻잎을 따고, 고추를 땄다.

 

나는 아무래도 내 친구보다 내 친구의 집과 친구네 가는 길을 더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친정 같은 곳.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4-08-1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씻어 건져 놓은 포도송이들이 침 고이게 하네요. 델라웨어, 청포도, 그리고 알이 큰건 캠벨인가요?
저도 친지 중에 포도농원 하시는 분이 계셔서 한번 놀러간 적 있어요.
평택이면 시아버님 돌아가시기 전에 사시던 곳, 제 남편이 나서 자란 곳이기도 하네요 ^^
오늘 저도 초등학교때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 nama님도 친구분들과 좋은 시간 가지셨어요.

nama 2014-08-10 09:33   좋아요 0 | URL
캠벨은 아니고 새로 접목시켰다고 하더라구요. 왼쪽 아래의 작은 송이는 알갱이가 약간 타원형인데 이름은 모르겠어요. 국내에서 재배하는 포도종류가 300가지가 넘는다고 하네요.
남편분이 평택분이시군요. 평택이 넓은데 어디신지요...동향 사람을 만나면 꼭 확인하는 습성은 어쩌지 못하네요^^

2014-08-10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0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나는 타고난 소질이 있다고 지금까지 믿어왔다. 바느질이면 바느질, 레이스뜨기면 레이스뜨기, 그림이면 그림...내가 서예를 배우지 않은 이유: 서예에 빠져버릴 것 같아서. 이런 자만심 가득한 내가 도예를 하게 되면 아주 잘 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 번에 걸쳐 기본적인 도예작업을 해본 결과 얻은 결론은. 도저히 도자기세계에 빠져들 수 없다는 것이다.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소위 예술작품을 보면 도자기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가는데, 꼭 공부 못하는 아이들처럼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연속적으로 끌어대는 것이다.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에 몰입하지 못하여 끝내는 그 세계에서 이탈하는 경험은 이전에도 있었다. 미대 진학을 위해 그림을 그릴 때도 늘 마음이 무겁고 삭막하여 세상과는 동떨어진 낯선 세계를 헤매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렇게 헤매다가 고3이 되어서 공부에 전심전력을 기울일 때의 그 해방감이라니...

 

종교도 그랬다. 강요에 의해 카톨릭으로 개종을 하고 나름 신앙생활을 충실히 한다고 생각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온갖 이유와 비난과 불평에 사로잡히게 되어 끝내는 그 세계에서도 나와야 했다.

 

그러면 지금은? 난 아직도 공공연히 '학교를 싫어한다.'라고 말하곤 한다. 학교를 좋아해본 적?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다녀야하니까 다녔을 뿐이다. 지금은? 생각을 애써 하지 않을 뿐이다.

 

나이 먹으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내가 원하던 길을 확실히 걸어가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속절없이 머리만 하얗게 세고 있을 뿐, 그저 하얗게 세가는 머리를 보며 애써 젊어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려 애를 쓸 뿐. 머리마저 까맣게 물들이면 행여 내 처지를 착각할까싶고, 그래서 하얀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인생의 유한성을 순간순간 깨닫곤 한다.

 

도자기 연수 마지막 날인 오늘, 연수생들과 함께 연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리움미술관에 다녀왔다. 삼성공화국에 살고 있음을 또 한차례 확인한 셈이지만.

 

 

 

흥미가 가는 작가들 이름을 적어왔다. 데이미언 허스트, 박서보, 수보드 굽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순식간에 정보가 좌~악 뜬다. 그런데 이들 작품을 알아서 뭐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지식을 쌓아서 뭐하지?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될 때마다 드는 회의. 이걸 알아서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4-08-09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미언 허스트는 며칠 전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 가보니 거기서 하고 있더군요. 사실 데미언 허스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천안에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함께 떠오르는데 서울보다 천안이 좀 더 가까운데도 아직 못가봤어요. 박서보와 수보드 굽타는 저도 처음 들어봐요. 이름을 보니 수보드 굽타는 인도 사람인가봐요?
저도 예전에 직장 그만두고서 혹시 잉여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이것 저것 시도해본 것들이 꽤 있는데 지금은 그것들이 아무 소용없더라고 했더니, 옆에서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알고 보면 다 연결이 되지 않느냐고요.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도 같은게, 전혀 연관 없어보이는 일들인데 전혀 무관하지도 않더군요.
미대 진학을 위해 그림을 배우셨었군요!

nama 2014-08-09 07:22   좋아요 0 | URL
천안에 그런 갤러리가 있군요. 백수시절에 천안 거리를 하릴없이 거닐곤 했었지요.
데미언 허스트는 자극적인 면이 도드라지는데 그게 강한 인상을 남기네요. 수보드 굽타는 인도사람인데 인도인의 일상용품을 작품으로 만들어 다시보기를 권유하고 있어요. 도시락을 커다란 대리석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을 봤는데 나름 의미가 있어보였어요.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누구의 말처럼 예술 역시 창조하는 게 아니라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특히 현대미술이라는 것을, 미술관에서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고 내린 결론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미친 짓을 글쎄 딱 끊어버릴 수 있을까 싶어요. 또 불평을 해대면서 뭔가를 꼼지락거리고 있을 거예요.

sabina 2014-08-1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언가를 알고자 하면서 이걸 알아 뭐하지? 란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돌이켜 생각해보니 얼추 내 나이 오십에 가까워 지면서 인것 같습니다.
나이듦의 반증처럼 ...
살아온 나날의 무상함을 문득 느낄 그 나이 즈음, 앞으로 알아지는 것들에 대한
허무와 실망를 예감하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때로는 머릿속에 게획과 바램을 담아보기도 하지요.
언제 실현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nama님은 불평을 하면서라도 연수를 통해 끊임없이 배움을 실현하고
있으니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것 같네요.

nama 2014-08-15 09:04   좋아요 0 | URL
사실,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더 힘들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주변에 훌륭한 분들이 무척 많지요.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보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그 재미도 일종의 놀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