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읽기는 재밌는데 읽은 후 무언가를 쓴다는 게 그리 재밌는 일이 아니다. 그냥 읽은 것으로 만족하고 싶은데 이렇게라도 읽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언젠가 또 읽을 것 같아 짧게나마 기록하고자 한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을 처음 접했다.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해 살았다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작가의 삶 때문에 읽게 되었다. 

 

여기에 실린 소설은, 단편 하나하나마다 그 자체로 완성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수작이라고 하나. 내용이나 문체가 깔끔하면서 분명하다. 물론 내용 그 자체는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재능은 있으나 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들, 배우자가 있으나 내연의 관계를 어쩌지 못해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는 했다.

 

 

 

 

 

 

 

 

 

 

 

 

 

 

 

 

읽는 김에 더 읽자 싶어 <잠복>을 잠시 집어들었으나 이 책은 후일로 미룬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다른 책을 못 읽을 것 같아서다. 일단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의 맛은 본 셈이니...

 

 

 

 

 

 

 

 

 

 

 

 

 

 

 

이 책은 구입한 지 좀 되는데 이리저리 굴리다가 끝내 읽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무심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으련만.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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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책 중에 꺾어온 개나리와 생강나무.

때가 되면 꽃이 필 것을 미리 불러냈다.

산수유와 생강나무꽃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산수유는 꽃 밑에 가냘픈 목이 달렸고, 생강나무는 목 없이 가지에 바짝 붙어있다.

생강나무는 향이 그윽하고 달콤해서 천연방향제로도 제격이다.

다만 생강나무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눈 밝고 발 빠른 사람에게나 눈에 띈다는 것이다.

십수 년 전에 봐두었던 곳을 다시 가보았다.

덕분에 하루종일 비몽사몽 헤매며 낮잠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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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1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강나무 처음 듣는 것 같아요.
아마 있어도 모르니까 그냥 지나갔을거예요. 집안으로 봄을 가져오셨네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nama님,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nama 2018-03-19 16:19   좋아요 1 | URL
호호호, hnine님이랑 혼동하셨군요.

서니데이 2018-03-19 16:33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합니다.아침에 급하게 쓰느라 실수했어요.^^;;;

nama 2018-03-19 18:53   좋아요 1 | URL
죄송은요...재밌었어요.^^

서니데이 2018-03-19 18:5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갠지스를 부르는 108가지 이름>중에서

 

1. 갠지스

2. 비쉬누 연곷 같은 산아래에서 태어나다

5. 산속 나라를 흐르다

7. 카필라 성자가 노려보자 재로 변한 사가라의 60,000 아들의 해방

12. 행복한

15. 하늘, 땅과 공기 또는 지하, 세 개의 세상을 통하여 흐르다

18. 네 그루의 우유나무에 있는 거품

23. 두려움을 없애다

24. 사라지지 않는다

28. 영원히 순수하다

30. 격려하는 자

35. 처음부터 존재하다

42. 초승달을 꼭대기에 가지다

47. 세 가지 덕을 가지고 있다

50. 근심을 없애주다

51. 행복을 가져다주다

57. 달을 머리에 이다

65. 영원하다

66. 가을 달을 닮다

70. 하늘로 가는 계단처럼 흐르다

77. 망상을 깨게 하다

81. 병든자를 보호해주다

82. 해탈에 이르게 하다

84. 죄를 없애주는 강

88. 옛날부터 있다

93. 순수한

94. 삼세계를 정화하다

99. 모든 생명체의 친구

108. 무지의 암흑을 밝히는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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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친구들과 하늘공원에 가려고 했으나 기형도추모행사가 있다기에 갑자기 장소를 바꾸었다. 하늘공원이야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지만 추모행사는 일 년에 한번 뿐이므로 마음 먹는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말 그랬다. 광명역 근처에 있는 기형도문학관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다. 인천과 경기도 경계에 있는 우리집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20~30분이면 후딱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면 지그재그로 무한정 가야 한다. 교통이 고도로 발달한 대명천지에 이 무슨 70년대식 유목 이동을 해야 하는지...

 

3시간 넘게 이어진 행사에 몇 명의 시인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나희덕, 황인숙, 박 준, 유희경 그리고 평론가 유성호. 유희경이 사회를 본 평론가 유성호와 나희덕 시인의 대담이 있었고, 이어 시낭독이 있었으나 한 편씩 하는 시낭송은 좀 감질만 났다고나 할까.

 

대담이 끝날 무렵 어떤 청중이 시를 잘 쓰는 방법을 물었다. "시를 읽고 감동하면 독자가 되는 거고, 시를 읽고 질투를 하면 시인이 된다."는 평론가 유성호의 대답에 순간 청중들 입에서 '아' 하는 공감인지 감동인지 모를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기형도가 교과서에 실리지 않아서 자퇴하겠다."는 어느 고등학생 얘기도 재미있었다. 지금은 교과서에 실렸다나.

 

1989년 7월10일 3쇄 발행. 이 때 나온 시집을 읽었던 나는 그 시절이 오히려 낯설다. 그러니까 벌서 29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애써 한편 읽어본다.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을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29세에 죽은 기형도는 이미 그 나이에 노인이 되어 있었다. 무슨 총량의 법칙대로라면 그는 이미 그 나이에 살만큼 다 산 것이라고 하겠다.

 

         노인들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을 느꼈다고 하지만 이미 그는 그 나이에 이르렀던 건 아닐까. 그만 부러져버리고 죽었으니까. 부러진 날렵한 가지였던 그는 절대로 추악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가 보다.

 

나는 부러질까봐 전전긍긍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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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3-1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세에 죽은 시인이 이미 <노인들>이라는 시를 남겼군요.
시를 읽고 질투하기 보다 저는 시를 읽고 감동하는 편이 더 행복하네요 ^^

nama 2018-03-12 18:35   좋아요 0 | URL
감동하는 편이 더 행복하지만 종종 질투가 나기도 하지요. 어쩌려고...

비로그인 2018-03-1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의 29주기가 이즈음이었나요. 마침 오늘 저는 뜬금없이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을 떠올렸지요. 기형도의 시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입니다.
유성호 평론가의 말, 매우 수긍하게 되네요- 저는 독자입니다ㅎㅎ

nama 2018-03-13 07:22   좋아요 0 | URL
29살에 죽고 죽은 지 29년 되었어요. 나희덕 시인은 요절하지 못한 불운을 아쉬워하는데 그래도 독자가 더 행복한 듯 싶지요.
 

 

하늘과 햇빛.

간절히 보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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