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법정 스님의 책을 거론하는 게 어색하다. 늘 함께 했다. 마시는 물처럼 숨쉬는 공기처럼.  

이상하지만 스님의 입적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다. 스님은 완전한 삶을 사셨다. 완성을 보여주셨다. 슬픔 보다는 경외감이 고인다.  

   

<서 있는 사람들>은 30여 년 전, 대학 시절 처음으로 읽은 법정 스님의 책이다. 그 때의 감동과 놀라움, 그리고 알 수 없는 편안함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였다.    

 

  

 

범우사에서 나온 이 <무소유>를 읽고나서였을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것도 쓸 데 없는 것들로 꽉 차있다는 것을. 그건 깨우침이자 아픔이었다. 

   

   

 

1989년인가 1990년인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법정 스님의 이 기행문은 내가 최초로 읽은 인도여행기로 나를 인도로 인도했다. 나는 지금도 '인도'하면 법정 스님이 먼저 떠오른다. 나의 스승이시다. 

   

 

 읽고 또 읽었던 스님의 여러 책들. 물이며 공기였던 책들.  스님, 감사합니다. 큰 절 올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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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미술 수업 - 한 젊은 아트컨설턴트가 체험한 런던 미술현장
최선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과장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겸손 떠는 것도 아닌 글에 신뢰감이 생긴다. 이 책이 그렇다. 뒷 표지에 적힌 " 학위도, 경력도, '빽'도 없었다. 하지만 그림이 미치도록 좋았다!"는 과격(?)하고 거친 표현이 유일하게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던 지은이가 미술을 만나 생각지도 못했던 길로 접어들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읽었다. 화가에 대한, 혹은 미술계 사람들에 대한 적당한 소개와 정보도 유익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 에세이라는 장르에서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의 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잠시. 

그래서 알게 된 샤반이라는 화가. 

(105쪽)...샤반은 그간 서양 미술사에서 한 줄이나 다뤄질까 말까 할 정도로 심하게 과소평가되었지만, 사실은 피카소, 마티스, 쇠라, 고갱과 같이 서양 근현대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상징주의와 나비파 화가들이 샤반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샤반의 이름이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은 그가 어떤 특정한 '주의'라는 사조 안에 함께 묶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지녔기 때문이다...후기인상파 화가들 중 샤반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화가는 조르주 쇠라이다....폴 고갱은 쇠라에 비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더 깊은 영향을 받은 화가이다...이렇게 1880년대에 유럽에서 새롭게 유행한 상징주의 그립들은 샤반의 존재를 무시하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피카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피카소의 청색시대나 장밋빛시대 작품들이 샤반의 화풍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중국의 현대 작가, 쟝 샤오강과 웨 민쥔- 쟝 샤오강이 회화 요소를 강조하고 개인의 내면세계를 세련된 기법으로 그리는 쓰촨 분지 화가들을 대표한다면, 웨 민쥔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담아내는 베이징 화가들을 대표한다. 웨 민쥔의 트레이드마크는 '웃음'이다. (279)

언젠가 전시회에서 보았던 얼굴 큰 남자의 꽉 찬 웃음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아마도 웨 민쥔의 작품이었던 듯싶다. 가물가물한 기억.  

내 세계가 될 수 없었던 그림판의 세상, 은 내게는 늘 짝사랑과도 같다. 한 때 그림에 뜻을 두었다는 게 평생 이렇게 미련으로 남아 있다니, 새삼 내 미련스러움에 원망과 한숨이 서린다. 이제와서..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래서 즐거움과 동시에 아픔을 동반한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원망이랄까. 미술계를 하나 하나 알아가고 세계를 넓혀가는 지은이가 그래서 몹시 부러웠다. 지식과 안목이 축적되어 삶이 넓게 그리고 깊게 펼쳐지는 인생이란 얼마나 황홀한가. 

데미언 허스트- 영국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신'적인 존재라는 사람. 그가 말하는 현대 예술이란? "이야기를 하는 거다. 모든 예술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아주 많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이다. 일단 이야기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것을 들려주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379) 

지은이의 다음 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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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41192

 

김예슬씨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전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우리들의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나는 25년간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채찍질 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다시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되었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큰 배움없는 '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그러나 동시에 내 작은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겐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탐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두고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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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의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
김수현 지음 / 음악세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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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읽는 맛이 있다, 이 책은. 

방송 기자, 뭐 특별한 게 있겠나 그 세계라고. 그럼에도 감동을 주는 글이 몇 개 있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에서는 결코 경험해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취미이자 일이기도 한 공연 관람에 대한 여러 경험담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물론 부럽기도 하고. 

1년간의 영국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내가 해 보지 못한 것이니까. 

일요일.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 때문에 집 밖으로는 한발짝도 내딛기 싫을 때, 연주회는 둘째치고 영화조차 버거워 꼼짝하기 싫을 때, 이럴 때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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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나만의 완소 여행 4
김지선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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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물 셋에 떠났던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20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88만원 세대'의 절망과 꿈틀거림을 읽자니 묘한 감상에 젖는다. 나는 그 나이에 무엇을 했던가? 저 암울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 과외 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해괴한 제도 덕택에 이른바 '몰래 과외'를 하며 대학 나온 값을 하려고 비루한 나날을 숨 죽이며 보냈었다. 지랄같은 시절이었다. 

(355쪽) ...그냥 산다는 것이, 시간이 흐르고, 저절로 늙는다는 사실이 우리는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지은이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서 한 달을 살기로 한다. 자발적인 시간의 유예, 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내게는 그저 로망으로 남아있을 뿐. 책 곳곳에서 보일 듯 말 듯 드러나는 산티아고 순례나 장기적인 여행은 부럽기 그지없다.  

엄살이 가미된 아픔. 20대이니까 용서할 수 있는 낭만 같은 방랑 내지는 방황. 그것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을 안다. 정의될 수 없는 황홀한 시절. 시간이 저절로, 무의미하게 흐를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고개를 젓는 시절. .....20대.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밑줄긋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내게는 그 시점이 책의 절반쯤에서 시작된다. 왜 그런지는 아직 따져보지 않았다. 아무튼 내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 역시 절반 쯤 되어서야 몇 개의 문장에 눈길이 머물기 시작했다. 

(187)...그런데 말이지.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포르투갈은 좀 아껴두고 싶으시대. 포르투갈은 여전히 전통이 살아 있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도 상업화가 되지 못해 안달인 다른 곳을 먼저 찾고, 포르투갈은 좀 더 나이가 들어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해도 될 만한 곳이라는 거지. 이곳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언제부턴가 포르투갈에 관심이 가 있던 차에 이 부분을 읽고는 피시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늙어가는구나, 라고. 마카오에서 흐릿하게나마 감지되었던 포르투갈의 냄새를 이 책에서 흠뻑 맡게되어서 책 읽는 재미가 내내 쏠쏠했다.  

하나 더.  

(275)...도시를 멀찍이 떨어져 보는 법. 이것은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나만의 여행 방법이다. 유명 관광지의 유적지나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에 시간과 정성을 쏟지 말 것. 대신 거리를 두고 그 도시를 한눈에 담아볼 것. 

정신이 바짝들게 하는 야무진 문장이다. 그대의 젊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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