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드카드, 대한민국 영어공부
송봉숙 지음 / 부키 / 2010년 3월
평점 :
혹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혹 현재의 상황을 타파할 혁신적인 주장이 있을까. 혹 현상황을 대신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을까...하는 기대감에 책을 집어들었다.
'원어민처럼 하려는 것은 바보짓이다.' 이 말을 유학가고서야 깨달았다고? 원어민처럼 영어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다. 절대로 될 수도 없거니와 될 필요도 없다. 죽자하니 따라해서 잘한들, 그래서 그네들과 의사소통이 원만해진들 남는 게 뭐가 있을까. 승리를 알리기 위해 죽자하고 달려와서 끝내는 죽음으로 마감했다는 이야기와 뭐가 다를까.
세월이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는-영어는 필요한 사람만 하면 되는 것이다. 태교 때부터 시작하는 영어 광풍에 온 국민이 휩싸여 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식민지도 이런 식민지가 없다. 차라리 총칼 들고 싸우라면 싸우는 대상이라도 확실하지, 이 영어라는 공공의 적 앞에서는 적이 누구인지도 무엇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는다. 도저히 파악되지도 않는 적 앞에서 대적거리는 커녕, 있는 것 없는 것 다 바쳐가며 온갖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공이 또 있을까.
(167쪽)'...영어 교육 열풍에서 빠뜨릴 수 없는 건 영어 교육 시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노력이다.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영어 교육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세계가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릴수록 그들의 일자리는 많아지고 영어 교육 관련 수익이 높아질 테니 말이다.'
이 대안도 없고 대책도 없는 이른바 '영어 몰입'국가에서 영어교사로 있는 이 책의 저자 얘기는 구구절절 하소연 내지는 넋두리 처럼 들린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인가 얻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사실을 사실대로 썼을 뿐이고 일반의 상식을 상식대로 썼을 뿐이다. 당연하다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들이다. 이 당연한 것들을 2년 반의 유학을 톻해서 확인했다는 정도라고 할까.
대한민국에서 영어교사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해석하며 이 책을 덮자니 심정이 착잡해진다. 숨이 턱턱 막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