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보다 더 소박한 책은,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다.

 

여행에 관한 한 기라성같은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소박한 소지품만으로 여행을 했는지를, 아주 소박한 최소한의 단어만 가지고 설득력있게 써나간, 더 이상 소박할 수 없는 소박함 그 자체의 책이다. 내용과 형식이 소박함으로 통일된 독특한 책이다. 틀림없이 이 책의 저자 역시 군더더기 없는 소박한 삶을 영위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존 뮤어에 대한 짧은 설명에 이어 그의 여행가방 속 내용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 고무줄 덧댄 가방에

  빗, 브러시, 수건, 비누, 갈아입을 속옷

  번스 시집 사본

  밀턴의 <실락원>

  우드의 <식물학>

  작은 신약성서

  일기장

  지도

 *식물압착기

 

천 마일에 걸친 도보여행의 짐꾸러미가 이러했다고 한다. 이 간단한 여행가방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소박한 가방 만큼이나 간결한 설명이지만 호소력은 강하다. 여행도 삶도 이렇게 간결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조용한 암시.

 

"사람은 홀로 침묵 속에서 짐가방 없이 떠나야 진정으로 황야의 심장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지 않은 여행은 모두 먼지와 호텔과 짐가방과 수다에 지나지 않는다." 는 존 뮤어의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레이먼드 카버의 '카버의 법칙'도 있다. 친구인 테스 갤러거가 명명했다는 이 법칙은 "미래를 위해 물건을 쌓아두지 않고, 날마다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다 써버리고는 더 좋은 것이 생기리라 믿는" 카버의 습관을 말한다고 한다.

 

 

이 책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언젠가는 읽게 되리라는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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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9-3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하면 떠오르는 일이 '여행 준비물'이고 '여행 가방 꾸리기'인데, 천 마일에 걸친 도보여행의 짐꾸러미가 저러했다니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네요. 문득 소로가 말했던 '간소하게 살라'는 외침이 새삼 절실하게 와닿기도 합니다.

* * *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두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하루에 세 끼를 먹는 대신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어라. 백 가지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여라. 그리고 다른 일들도 그런 비율로 줄이도록 하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nama 2013-09-30 14:2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늘도 저는 '먼지와 호텔과 짐가방과 수다에 지나지 않는'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데, 늘 잊지 말아야지요. '단순하게 살 것'을...
 
[수입] Habibi: Algerie De Ma Jeunesse
살림 하라리 (Salim Halali) 외 노래 / Warner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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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내용은 몰라도 하나같이 절창으로 이루어진 중동지역의 노래들. 낯설어서 좋고 이색적이어서 좋으니 한동안 빠져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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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
후 샤오시엔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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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감탄사를 남발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2005년 대만에 다녀온 후 늘 보고싶어서 안달하던 영화였다. 오늘 도서관에서 대만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DVD가 눈에 띄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속으로. 역시 도서관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서관에 올 때는 되도록 책을 갖고 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책을 뒤지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그리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다. 대만의 현대사(일본 패망 이후, 우리의 5.18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인 2.28 양민학살)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은 물론 영화에 나오는 네 형제의 인생역정의 줄거리도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영화에 비하여 화질이 많이 떨어지고, 자막처리도 중국어 위에 한글을 덧씌우고 있어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케이스 뒷면에 소개된 줄거리를 중심으로 네 형제 이야기를 겨우 꿰맞추고, 한글 자막 찾아서 겨우 내용 파악 들어가고...에고...이 영화가 궁금했던 건, 스토리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주펀이라는 동네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 멋진 동네를 심란한 시골 마을로 의미축소해버리는 슬픔을 맛보았다고나 할까. 하기야 영화 내용상 근사한 풍경을 자랑하는 것도 어울리지는 않겠다. 1989년에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배우 양조위가 이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사실 연기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좀 많이 경직된 모습이다.

 

그래도 명불허전이라는데 이 영화에서 명장면을 꼽으라면 엔딩크레딧이 나오기 직전의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다.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네 형제에게 차례차례 닥치는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폐인으로 남은 셋째 아들과 자식들을 잃은 늙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나머지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평소처럼 밥을 먹고 평소처럼 (아마도)마작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쓸쓸하다고도 즐겁다고도 말할 수 없는 장면이 2~3분가량 정지된 화면으로 이어지다가 막을 내린다. 분명히 땅을 치고 곡을 해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조금도 슬퍼하는 기색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것은 없다, 독할 정도로. 절제된 슬픔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묘한 밝은 분위기, 그래서 더 애잔하고 쓸쓸해지고 슬퍼진다. 밝고 화기애애한 슬픔이라니...

 

The City of Sadness(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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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1
태원준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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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의 아들이 60세의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

 

일찍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너는 사람도 아니다."라는 엄마의 절망어린 한숨을 들어가며 집 밖으로 나돌던 나 같은 사람은 꿈도 꾸어보지 않은 일이 부모와의 여행이다. 그래서 부럽다기 보다는 부담감으로 읽었던 이 책. 결국 나란 인간은 나 밖에 모르는 인간임을 확인하게 되는 책.

 

엄마와 하는 여행. 쉽지 않으리라. 여행은 세상 그 누구와 여행을 해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자신을 그 길로 인도했던 후배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해대는 소설가 서영은(<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그 불만과 투정이 사실은 솔직한 반응이리라. 사회적인 연륜 혹은 인품, 나이값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갈등이 여행 중에 생기는 갈등이다. 그 갈등을 헤쳐나가는 게 여행 속의 또 하나의 여행이 된다.

 

부모와의 갈등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으련만, 이 책의 지은이는 갈등을 잘 헤쳐나가며 300일간의 세계여행을 마쳤다. 감동보다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여행이지 싶다.

 

나라별 인상적인 부분을 적어보면,

 

*인도...일정상 인도 여행이 빠져서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하는 여행처럼.

*라오스...이 분보다 조금 일찍 다녀왔던 라오스가 더 망가진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결국은 나 같은여행자들이 그 지역을 망쳐놨다.

*중국의 리장...일주일을 머물러도 더 머물고 싶은 곳. 중국하면 늘 리장이 떠오른다.

*이스라엘...가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나라라고...그럴 것 같다.

*요르단의 페트라...패키지 여행으로 가기에는 몹시 아쉬울 듯.

*스리랑카...머지않아 가리라고 마음 먹고 있는 곳인데 역시 예상외의 좋은 여행지로 소개되어 있어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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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상원사. 월정사에서 차를 타고도 한참 올라가야한다.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일까?

 

 

 

상원사 오르는 길

 

 

 

고양이 석상...세조의 목숨을 구해준 고양이에 대한 보답이 담긴 석상이라 한다.

 

 

 

상원사 경내 불교미술관에서 구입한 다탁보. '비움'이라고 쓰여있는 낙관이 인상적. 실제 원화로 보는 파르라니 깎은 머리는 가슴이 시릴 정도...

 

 

---- 다음은 법수치에서. 이름일랑은 차차 알아보리...

 

 

 

 

 

나팔버섯

 

 

 

 

 

용담

 

 

 

 

 

키위와 비슷한 산다래.

 

 

 

     

 

  버섯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듯...이 책을 봐도 버섯이름을 모르는 게 많다니.

 

 

 

 

 

 

 

 

 

 

        

 

 

 

 역시 이 책 한 권으로는 어려운 듯....세상은 넓고 공부할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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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9-3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수치 계곡은 이맘때쯤이면 벌써 가을 정취가 한그득이 아닐까 싶네요.

2008년 가을에 '법흥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을 때가 10월 초쯤 된 듯한데, 그때 법수치 계곡을 처음 봤어요. 작년 봄에도 어머님을 모시고 법흥사를 다녀왔는데, 그 땐 초봄이어서 가을과는 많이 다른 정취가 느껴지더군요. http://blog.aladin.co.kr/oren/5794113

nama 2013-09-30 14:11   좋아요 0 | URL
법수치 계곡은 양양에 있는 건데요.
영월에도 있나요?

oren 2013-09-30 15:47   좋아요 0 | URL
제가 법수치 계곡에 대해 착각했었네요. ㅎㅎ
nama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아차~ 싶네요.

저는 2년 전 겨울에 설악산과 주문진으로 놀러 갔을 때, 한 겨울에 법수치 계곡을 찾아가 봤던 기억이 있네요. 겨울이라 사람을 거의 만날 수 없었고, 계곡은 물 반 얼음 반이었는데 '가을'에 한번 찾아보면 참 아름답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