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걸어서 지구 한 바퀴
장 벨리보 지음, 이희정 옮김 / 솔빛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2000년 8월 18일 출발. 2011년 10월 16일 귀가. 

 

'11년 2개월. 7만 5543km, 신발 54켤레... 이 책은 한 미련한 여행자의 이야기다.'

 

여행을 떠날 때 지구에 60억 명이 살고 있었다.   집에 돌아갈 때는 10억 명이 늘어 있었다. ( 277쪽 )

 

여름 한철 무더위와 열대야에 궁시렁거리며 이 책을 읽자니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작은 벌레 같은 기분마저 든다.

 

무모함과 배짱으로 똘똘 뭉친 사람의 거침없는 도보여행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배가 고프고 무릎이 아픈데 미친놈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냥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내일이라도 뤼스와 함께 집에 있을 텐데.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가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 그 생각을 잠깐 하는 것만으로도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고통에는 고통으로 맞서라는 말처럼 나는 차라리 계속 가는 걸 택하겠다.   (31쪽)

 

'집에 돌아가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 이 말이 내내 가슴에 와닿았다. 직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상대해야 할 때, 의무의 양이 권리의 양을 앞설 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싶을 때....한번쯤은 꿈을 꾼다. 지금 당장 모든 걸 버리고 길을 떠나고 싶다고. 그러나 어김없이 발걸음은 집에서 직장으로, 직장에서 집으로 향한다. 주말을 기다리며, 휴가를 기대하며 방황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는다. 이게 일상이다. 그런데 이런 일상을 과감하게 벗어나 전세계를 걸어서 여행했다니...감탄사 밖에 안 나온다.

 

그러나 도보여행은 절대 만만하지 않아 지은이는 도중하차를 생각하는데...

다음 날 뤼스에게 내 결심을 알리는 긴 메일을 보냈다. 나는 돌아갈 거야. 쉬고 싶어. 뤼스의 답 메일은 일주일 후에 도착했다....

"사랑해. 돌아오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는 여기에 있을게. 하지만 너무 서둘러서 결정을 내리진 마. 당신이 돌아오면 지난 4년은 그냥 잃어버린 게 되어버리니까. 당신 꿈은 끝날 거고.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거야."  (130) 

 

동반자 역시 놀랍다. 세상엔 놀라운 사람도 많다.

 

도보여행을 통해 지은이는 더욱 인간적인 깊이를 더해가는데...

내가 그녀(뤼스)의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넘었다. 지배와 풍요로움, 효율성과 성과 위주의 세상. 서구 사람들은 내게서 무엇을 볼까? 4년 동안 남반구의 일상에 녹아들면서 내 마음 속에는 쓰라림이 가득 찼다. 남아메리카 농민들의 분노를 함께 나누었고, 버림받은 검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며 마음 아팠고, 옛 식민지 사람들의 좌절감을 이해했다. 예전에 품었던 선입견은 사라졌고 백인이 악행을 너무 많이 저지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 모든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67)

 

왜 이른바 가난한 나라에서 자살률이 낮은 걸까? 세계 어느 곳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아이들의 웃음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던 건 왜일까?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진정한 부란 무엇일까?   (182)

 

아들과 나누는 대화는 마치 무슨 영화 대사 같은데...

"토마 에릭, 우리는 자유로워. 자유가 뭔지 잘 봐. 다들 자유를 말하지만, 나는 자유를 몸소 체험하며 살고 있단다, 알겠니?"

  토마 에릭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애기 배워나갈 것이라고 읻었다. 아버지로서 물려줄 재산은 없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열린 삶,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하는 삶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아들의 대학 공부가 거의 다 끝나서 학생으로서 마음 편히 지내던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애는 벌써 은근히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그 애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89)

 

괴리감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발 딛고 있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 넓은 세계를 두루 돌아다녀보면 저와 같은 믿음을 갖게 될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자식 걱정에 마음 한쪽이 무겁기만 한데.

 

11년은 고사하고 한 1년, 미친듯이 걷다보면 콩알만 한 자유와 깊이가 생겨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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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8-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달이라도요. 아직 건강할때 해야할 일이 많더라고요. 또, 그때까지는 건강을 사수해야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아마도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데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비움에 대한 용기, 현실에서 비껴날 있는 내공 등도 필요할 것 같아요. 보통 사람으로선 어려울 거라는 얘기지요.

nama 2015-08-10 06:31   좋아요 0 | URL
`건강을 사수해야 한다` 공감하면서도 왠지 비장해지네요. 제 몸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병원에서 죽느니 길에서 죽는 게 낫다고요. 내공이 필요할 지 용기가 필요할지 두고봐야 알겠지요.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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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처럼 서울을 살아도 재밌을 것 같은데, 먼 곳이 아름답다고, 뉴욕을 갈망하게 한다. 짧은 여행으로는 얻을 수 없는 뉴요커의 섬세한 시선과 묵직한 감성이 페이지마다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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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하면 떠오르는 책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명성만으로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지만 아직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읽을 것 같지도 않다.

 

이름으로 익히 들었던, 간혹 제과점에서 사먹기도 했던 그 '마들렌'을 드디어 만들 기회가 왔다. 오븐이 없다는 핑계로 한번도 직접 만들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때마침 이쪽 분야의 연수를 3일 간 받게 되었다. 그래봐야 수박 겉핥기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안 해본 짓을 해본다는 건 어쨌건 흥분되는 일이다.

 

레시피대로 만드니 대충 모양과 맛이 나와서 감격스러웠지만.....재료를 들여다보면 감격은 당혹감으로 바뀌고 당혹감은 분노로 바뀐다.

 

 재료명  비율(%) 질량(g) 
 박력분  100  544 
 설탕  100  544
 계란   100       544(11개)     
 버터  100 544 
 베이킹파우더  2 11 
 레몬쥬스  1   5
 소금 0.5   3
 코팅용 초콜릿    250

 

당혹감을 일으키는 저 '100'이라는 숫자. 박력분, 설탕, 계란, 버터의 양이 똑같다. 계란은 그렇다치고 결국 이 마들렌이라는 쿠키는 밀가루, 설탕, 버터로 이루어진 열량 덩어리라는 얘기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는 도저히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손이 자꾸 간다. 일단 맛있으니까.

 

식구들에게 먹으라고 풀어놓긴 했지만 고깃국에 후추치듯 한마디 던진다. "몸에 해로운 거야."

 

나쁜 음식은 나눠 먹어야 빨리 없어지는데 누구랑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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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8-10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램수를 보니 집에서 한 가족 정도 먹을 분량은 아닌 것 같아요. 대용량!
워낙 달달, 느끼,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이런 쿠키류는 우리 나라 스낵 먹듯이 하지 않고 한두개 맛 보는 정도로만 먹는거라는데 그게 참...^^
이런 연수도 받으셨군요. 재미있으셨겠어요. 집에 오븐은 있지만 마들렌 전용 틀이 없다는 이유로 저도 아직 한번도 안만들어봤어요.

nama 2015-08-11 08:49   좋아요 0 | URL
다쿠와즈도 만들었는데, 비록 재료는 험하지만(?) 맛은 기가 막히네요. 이런 맛이라면 얼마든지 살을 쪄주마, 하고 먹을 정도예요.^^
요즘엔 연수가 무척 다양해요. 커피 연수, 스킨스쿠버 연수, 스포츠댄스 연수, 오카리나 연수, 도자기 연수....오늘부터 한국이민사 연수를 받기 시작했답니다. 얼마나 졸리던지....
 

 

 

 

 

 

 

 

 

<호야>라는 식물이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키운지 10년 쯤 되었다. 발코니에서 자라다보니 꽃도 안쓰럽게 핀다. 사진 찍다가 떨어진 꽃잎마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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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5-08-0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호야꽃, 처음봅니다. 꽃잎을 겹쳐서 오므린 다른 꽃의 봉우리와는 달리 꽃잎허리를 꺾은
듯이 맞대고 있는 봉우리 끝이 야무지고 앙증맞네요.
3,4년 된 호야를 갖고 있는데, 꽃피우도록 잘 키워야 겠습니다. ^^
덕분에 특이하고 예쁜 꽃, 감상 잘 했습니다.

nama 2015-08-09 08:44   좋아요 0 | URL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공처럼 둥글게 뭉쳐 핀 호야꽃을 볼 수 있는데요. 저렇게 엉성하지가 않아요 ㅠㅠ 그래도 10년만에 피었으니 매우 기특합니다.
 

 

 

2년 전 대부도에서 찍은 사진....롯데가의 '왕자의 난'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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