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좋은 빌 브라이슨을 떠롤리게 하는 책이다. 한마디로 입담 하나는 끝내주는 책이다. 영국 남자도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 있구나, 하는 발견의 기쁨이랄까. 뭐, 하여튼 재밌다. 직장에서 틈틈이 읽기에 딱 알맞다. 인터넷 검색하는 시간을 아낀다면 가능.

 

이 책을 쓰기 위해 프랑스로 이주한 것인지, 하다보니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프랑스 시골 생활은 적절한 선택이었고 책으로 정리한 기획도 돋보인다. 실수나 실패마저도 요리의 재료로 삼는 재주가 부럽다고나 할까.

 

특히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영국인의 생각을 엿보는 게 재밌다. 프랑스의 관료주의를 비꼬는 내용이라든가, 동네 어귀에서 만나는 프랑스 할머니들의 잔소리 같은 거, 이런 걸 어디에서 읽겠는가. 아쉬운 게 있다면, '영국에서 사흘'에 해당하는 삶의 궤적같은 게 좀 아쉽다. 저자에게는 뻔한 것일지 몰라도 독자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도 있는 건데.

 

재밌는 책을 읽는만큼 딱 그만큼 일상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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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3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책은 재미져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nama 2017-06-30 16:20   좋아요 1 | URL
일상이 지루하고 짜증나는데 책마저 그러면...안 되지요. 못 읽지요.^^
 

 

 

 

 

 

 

 

 

 

 

 

 

 

장루이로 설정된 인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유형이다. 외국에서 부모와 살다가 귀국한 후 사립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잠시 일반초등학교에 적을 둔다는 설정은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이다. 게다가 어린이답지 않은 배짱(백지시험지 제출)과 짱짱한 지식(미래의 대체식량인 곤충에 대한 이해)을 갖춘 아우라 넘치는 설정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오윤기보다 장루이가 주인공처럼 돋보이고 오윤기는 빛나는 조역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억에 오래 남는 인물은 굵직한 성격의 장루이가 될까, 하나씩하나씩 성장해가는 오윤기가 될까. 아무래도 장루이가 되지 않을까. 제목도 그렇고.

 

 

하루하루 길고 긴 학교생활에서 친구 하나 없는 어떤 아이가 있다.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아이를 도와줄 방법이 거의 없다. 친구를 만들어주기보다 차라리 내가 그 아이의 친구가 되는 편이 빠를 수도 있다. 책이 무슨 방법이 될까 싶어 이 책을 읽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경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장루이나 오윤기는 둘 다 좋은 부모를 두고 있고, 문제라면 두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오윤기에게는 주변에 친구가 되어주는 아이들이 여럿 있으니 설사 장루이가 친구로 남지 않는다 해도 크게 상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쌓는 친구가 된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와 함께 살아온 아이는. 우선 옆에 부모가 없고, 함께 어울릴 학교 친구가 없다. 공부에 관심이 없으니 성적따위 아무래도 좋고, 그저 자기방에서 휴대폰이나 들여다보는 걸 낙으로 삼고 있다. 친구를 만들려는 적극적인 의지도 없으며 그저 친구 없는 것을 슬퍼할 따름이다. 아무런 꿈도 욕심도 취미도 없는 무기력으로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과에 조용히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이 아이에게 이 책을 주고 읽으라고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기쁨이라도 느낄 수 있으려나? 소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떤 아이에게는 이 책이 잔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책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내 마음도 안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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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밥으로 허기를 달래듯 좋은 글 한 두 문장이 하루를 배부르게 할 수도 있다.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하루를 꽉 차게 하는 글이 있다.

 

화살에 맞으면 아픔을 느끼되 그 아픔을 과장하지 말라고 붓다는 충고했다. 병이 난 제자를 찾아가서도 아파하되 그 아픔에 깨어 있으라고 가르쳤다. 상처에 너무 상처 받지 말 것, 실망에 너무 실망하지 말 것, 아픔에 너무 아파하지 말 것-이것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이다. 잠시 아플 뿐이고, 잠시 화가 날 뿐이고, 잠시 슬플 뿐이면 되는 것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맑고 투명해진다.     -137쪽

* 첫 번째 화살을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두 번째 화살은 그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134~135쪽)

 

그대가 무엇을 행하든 사랑의 마음으로 하라. 미움의 마음으로 하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해도 부정적인 결과만 얻을 뿐이다.  - 188쪽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204쪽

 

 

다음 글.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는다>(104쪽~) 류시화가 왜 류시화인가, 를 알게 해주는 글, 내게는 그랬다.

 

월든 호수에 처음 갔을 때 그곳의 평범함과 일상성에 실망했다.(중략) 무엇보다 내 기대를 무너뜨린 곳은 인도였다. (중략) 초기의 나의 여행은 이런 실망감의 연속이었다.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중략) 그때는 몰랐던 것이다. 장소는 자신의 속살을 쉽게 보여 주지 않는다는 것을. (중략) 우리가 장소에 대해 실망하는 것은 아직 그 장소가 가진 혼에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슴을 그곳에 갖다 대지 않은 것이다. (중략)

 

그 후 나는 월든 호수를 열 번 가까이 갔다. (중략)

라다크는 여섯 번을 갔다. (중략)

갠지스 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는 25년째 해마다 가고 있다. 내 눈이 깊지 않아선지 이제야 조금씩 보인다. 장소들과 그곳에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에 가려진 웃음과 슬픔의 물감 축제들이. 이제는 바라나시만을 무대로 여행기 한 권을 쓸 수도 있게 되었다.(중략)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 줄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정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잡으라.(중략)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쉽게 읽히는 글일수록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닐 것이다. 류시화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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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6-1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시화 저도 가볍게 안본답니다 ^^
고3때 학력고사 점수 발표하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을때 선물받은 책 한권이 류시화의 책이었고 다른 책은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였어요. 6권이었는지 더 됐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데, 류시화의 책은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는데 삼국지는 끝내 다 못읽었어요 ㅠㅠ

nama 2017-06-11 17:50   좋아요 0 | URL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그런 시절이 있지요, 누구나.
바라나시를 해마다 가는 분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존경 그 자체! 그러면서 이제야 조금씩 보인다니...겸손이 대단한 분이지요.
 

 

 

 

 

 

 

 

 

 

 

 

 

 

 

그간 수많은 여행기를 읽어봤지만 이런 생고생담은 흔하지 않다. 고행 중의 고행이다. 벼르고 벼른 여행이어선지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음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관한 책, 영화 등 아이슬란드에 대한 열망을 오랫동안 품어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간절함으로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은 저자의 인생이 오롯이 담긴 눈물겨운 여행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구구절절,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팔랑팔랑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 한 글자도 설렁설렁 읽지 않고 꼼꼼하게 읽다보니 읽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쉽게, 가볍게 읽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경외감을 갖고 읽었다고나 할까. 부디 다음 여행기도 읽을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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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6-07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팟캐스트를 가끔 들어요.
지리산 이분 사시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곤 하지요.


nama 2017-06-07 08:0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책 내용으로봐서는 이쁜 꽃밭을 가꾸며 소박하게 사시는 듯해요. 궁금하지요?
 

 

 

 

 

 

 

 

 

 

 

 

 

 

 

참회록 같은 부분이 심금을 울린다.

 

일이라는 게 뭘까? 늘 내가 일에 미쳐 사는 바람에 모든 이들이 떠났다. 유일하게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어머니 한 분이다. 나는 평생 사랑한다는 말을 할 줄 몰랐지만 요즘 어머니에게는 자주 한다. 덕분에 어머니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제 동생이다.

나는 왜 그동안 외로움을 자처했던 것일까? 일이란 뭘까?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감? 평생 동안 책을 끼고 살았지만 책이 가르쳐 주는 교훈을 실천하지 못했다. 결국 내 삶이 허망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는지 모른다. 내가 하는 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두 저마다의 삶이 가장 소중하다. 그 소중한 삶에 나는 전화 한 통 걸어 주는 아량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조금만 빨랐다면 어땠을까? 

 

주기적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마음에 병이 있는 동생 이야기도 가슴이 찡하지만....손가락이 아파 못 옮기니 그 부분은 직접 읽어보시라.

 

인생의 마무리는 정말 중요하다. 앞으로 내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이뤄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세상과 잘 이별하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 어느 순간 내가 사라지면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만들어 놓고 조용히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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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3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