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로에 다녀온 딸아이가 잡지 한 권을 사들고 들어왔다. 빅이슈,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잡지이다. '5,000원 가운데 2,500원이 홈리스 판매원에게 돌아'간다며 이 잡지를 파는 아저씨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해서 기꺼이 사왔다며 내 눈치를 살핀다. 나도 환하게 웃으며 "정말 잘했어."했더니 "역시 깨인 엄마야." 책 한 권에 순간 멋진 엄마로 등극한다.

 

 

잡지를 펼치다보니 두 장의 종이가 툭 떨어진다. 손글씨를 복사한 종이다. '파같은 사람', '기분 나쁠 정도로 지나치게 현실적인 명언','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사람' 이런 제목이 쓰워져있다.

그중 몇 개를 옮겨보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박명수

'만약 지옥을 통과하는 중이라면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처칠

'타인의 눈물은 물과 다름 없다.' -?

 

'파같은 사람'이란 글은 또 뭐지? 하며 읽는데 내용이 좋고 글도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파는 아저씨의 글인가 싶기도 하고...검색해보니 어느 카피라이터의 글이었다. 후우...아쉬움이 남는다.  판매원 아저씨 본인의 글이라면 더 좋았을 텐데.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한 두줄의 글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강하면 강한대로, 약하면 약한대로. 평소 자신에게 던지는 말일 수도, 자신을 위로하는 말일 수도, 자책의 말일 수도...이 분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게 어쩐지, 아직은 조심스러워 '일단'은 남의 좋은 말을 베꼈을 것이다. 두 장의 손글씨 글에 마음이 짠해진다.

 

 

손글씨 복사지에는 이런 글도 있다.

'말을 조심하라. 일단 내뱉은 것은 용서될 뿐,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누구의 말일까?

혹시 판매원 아저씨?  그러나 일단 내뱉은 것일지라도 용서되지 않을 때가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사과 발언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논리가 허술한 이 글은 그렇다면 판매원 아저씨의 글이 맞을까? 상관없지 싶다. 차라리 판매원 아저씨의 글이라면 좋겠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니까. 자신의 생각 없이 남이 써준 대본을 그대로 읽는 지도자를 견뎌야하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