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담한 시절에 이런 한가한 책을 읽고 있자니...처음 몇 장은 꼼꼼하게 읽다가 뒤로 갈수록 급기야 두 장 넘겨 한 줄 읽기가 돼버렸다. (나는 원래 자녀교육 관련 서적을 잘 읽지 않는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우리 아이들은... ' 이런 표현, 멋진 두 아들의 엄마니까 자연스레 나오려니, 이해가 되지만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책이 동네아줌마의 수다처럼 가벼워지는 건 좀 아쉽다. 7개 국어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러나 영어 이전에 국어 공부를 확실히 시켜야한다는 말에는 공감이 간다. 모든 공부의 기초는 국어이고, 국어 실력은 결국 책에서 나온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 만만찮다. 그러다보니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국어 공부부터 시킨 다음 영어를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어가 부족한 아이한테는 책에 재미를 붙이도록 해서 독서를 통해 우리말 개념을 익힌 뒤 영어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영어부터 달달 외우게 하는 지금의 학습 방법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 독서의 생활화, 학원 대신 여행을 선택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고, 여행을 하려면 부모부터 여행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여행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먹고 살기 바빠서야 여행은커녕 책 한 권 읽기도 쉽지 않은데, 일상은 늘 팍팍하고 몸은 피곤에 찌들었는데 책, 여행...쉽지 않다. 그러니 결국 사교육에 의지하게 된다.
나도 어느 정도 책과 여행을 통해 아이를 키웠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얘기에 거의 전적으로 공감을 하면서도 왠지 반발심을 느끼는 건 왜일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런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집안 여기저기에 책이 굴러다니는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어쩌다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아이가 기념품으로 반친구들에게 립밤을 하나씩 돌렸더니 시큰둥하게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부러워서 시큰둥할 수도 있는 거니까.
'애도 대학에 들어갔는데 이런 책은 왜 읽어?' 묻는 남편에게 '언어 교육에 관한 책이잖아.'하면서 기꺼이 책을 집어들긴 했지만... 괜히 읽었나보다. 둘째를 임신한 후배에게나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