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었지만 영어에 대한 자세나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영문과에 진학한 학생이나 영어를 잘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어공부 방법이 매우 실질적이고 현명한 공부방법이 될 터이다. 영시를 낭독하고, 동서양의 고전을 두루 읽고, 서양철학을 이해하면 좀 더 세련되고 유창한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일정 기간 자신의 모든 것을 영어라는 대상에 몰입하고 영어와 진한 애정행각을 벌여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영어에 푹 빠지지 않는 맨 정신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라고 본다. 대학 시절, 영시 한 편을 이해하기 위해 온갖 논문을 살펴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렇게 면밀히 읽은 시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고 노력한 만큼의 희열을 주지만 그 노력은 고통스러웠다. 거기서 조금만 더 한걸음 깊숙이 들어갔다면 이런 시니컬한 리뷰 따위는 쓰고 있지 않을텐데.....

 

어쨌거나 그래도 이 책은 매우 재미있다. 그간 몰랐던 소소한 사실을 알게되는 작은 기쁨이 곳곳에 숨어 있다.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가 자메이카식 영어로, 뜻은 'No, my girl, do not cry'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소개하면 '여자가 없으면 울지 마라.' 라거나, '여자가 아니면 울지 마라.'라는 둥 좀 이해하기 힘든 제목이었다.

 

juggernaut라는 단어. '한 분야에서 빼어난 사람을 뜻하는 단어', '업계나 트렌드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 또는 회사'를 뜻한다. '인도의 종교 행사 때 힌두교의 신 크리슈나의 조각을 나르는 수레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해는데 인도에서는 이 수레가 지나가면 모든 사람이 공경의 뜻으로 절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트렌드를 주도하는 연예인, 기업, 또는 나라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mogul이라는 단어도 인도의 무굴제국 시대에 화려한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 정도로 잘 살았기 때문에 '재벌' 또는 '엄청난 부자'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책에는 이런 글도 있다.

 

만약 지금 내가 영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면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는 200개 단어 이해에 1년 정도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이 단어들의 패턴을 파악하면 이를 토대로 복잡한 단어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어휘 능력'이 발달한다. 따라서 이 방법은 어렵고 느린 것 같아도 사실은 가장 쉽게 영어 어휘 능력을 높이는 방법임을 이제는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나도 '영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내가 영어로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거나...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도를 닦듯 지금도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이 영어란 놈은 내가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감히 써먹다니...모셔야 할 존재이다. 대학 때 나는 이미 그 사실을 깨닫고 절망했다. 영어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 왜?

 

한 언어권의 상식이 다른 민족에게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지식으로서의 영어는 피곤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그녀에게는 일반적인 상식이라는 게 없는 듯하다. 그럴 수 밖에. 똥 기저귀 한번 빨아보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식을 대학에 보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뭇사람들에게는 상식이 그녀에게는 영어단어처럼 일일이 배우고 암기해야할 지식이 되는데 그녀는 그 공부도 게을러서 못했다. 주변 인물이 그 공부는 시키지 않았나보다. 너무 잘 알면 안 되니까.

 

 

이 책의 저자가 이 글을 읽으랴마는....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바빠서 아니 이제는 늙어서 영어공부가 만만치 않으니 이 책 같은 책을 또 써주십시오. 단어와 문장 예시가 아주 풍부한 책으로, 내용이 많으면 연속물이어도 좋습니다. 기꺼이 구매하겠습니다. 재능기부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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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11-0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지막 줄 말씀은 진심어린 칭찬이시네요!
No woman no cry 가 그런 뜻이었군요. 저는 No pains no gains 같은 형식의 문장인줄 알았어요. 여자가 없으면 눈물도 없다, 여자가 있으면 울기 마련이다...뭐 이렇게 ^^
글 속의 그녀는 누굴 말씀하신걸까, 궁금합니다 ^^
오래전 <공부기술> 썼을 때부터 저자를 관심있게 봐왔고 저자의 어머니가 쓴 책도 여러권 사서 봤어요. 이 책도 구입할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요. 믿음가는 nama님 리뷰덕분에요 ^^

nama 2016-11-02 08:28   좋아요 1 | URL
`그녀`요? ㅂ ㄱ ㅎ 지요.^^
저자의 어머니가 쓴 책도 있군요! 역시!

2016-11-04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5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