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러 갔다. (성인은 1만 원, 수능수험표를 소지한 딸은 6천 원을 받는다.)
영화가 무섭진 않고 옛생각만 난다. 집안의 우환 때문에 굿거리를 한 적이 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번은 아버지 때문에, 또 한번은 언니 때문에. 그리고 얼마 후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사탄'이라는 단어도 귀 따갑게 듣곤 했다. 그래서 낯익은(?) 내용이라고나 할까. 영화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자꾸 옛생각이 나는 걸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는가보다.
그건 그렇고.
딸아이 친구는 이 영화가 무서워서 못 봤다며, 딸아이가 그런다.
"내 친구는 무서운 게 뭔지 몰라. <검은 사제들>보다 무서운 건, 아까 읽은 만화책 <송곳>이고, 그것보다 무서운 건 수능이야."
간단하게 말하면 이거다. 검은 사제들(허구)< 송곳(현실) < 수능(자신의 현실). 쯧쯧....딸아이가 재수를 하더니 한꺼번에 훌쩍 커버린 것 같다.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영화 대사 중에 이런 게 나온다.
" 넌 이제 선을 넘었다. 평생 악몽에 시달리고, 술 없인 잠도 못 잘 텐데. 아무도 몰라주고, 아무런 보상도 없을 텐데..?"
영화관을 나오며 남편과 나는 딸아이를 놀려댔다.
"딸, 너도 이제 선을 넘었구나. 이젠 어른이 다되었네."
결론. 이 영화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강동원은 정말 잘 생겼다, 는 말에 세 식구 모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