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디 넓은 인도에선 북쪽 사람과 남쪽 사람이 만나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결국 영어를 사용하게 된다. 계급이 높을수록, 부자일수록 영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 그러다보니 영어를 못한다는 건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를 못해 자식과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아낙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그리 특이한 소재는 분명 아닐 것이다. 영화답게 그것도 인도영화답게 이 영화 역시 과장법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중상층의 젊은 아낙이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것, 재즈를 '차즈'로 발음하는 사람이 3~4주만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는 것, 프랑스 남자와의 아슬아슬한 로맨스, 결국 해피엔딩의 결말....뻔한 전개인데, 그래도 재밌다. 결말에 대한 관객의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데도 유쾌하다. 뻔한데 재밌다는 것, 이것이 인도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생이 이렇게 예측 가능하다면 얼마나 사는 게 단순하고 즐거울까.

 

주인공 아줌마가 영어를 사용하게 되자 남편과 자식들이 그제서야 아내다운 엄마다운 대접을 해준다는 게 좀 씁쓸하지만 영화니까 그렇다고 치는 수밖에. 우리는 또 얼마나 다를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bina 2015-06-15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달 전인가 저도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영어배우기가 영화에서처럼 해피엔딩이면 저도 한 번 다시 도전해 보겠는데요,
저의 영어 관련 결말은 늘 해피하지 않더라구요. ^^


nama 2015-06-15 18:43   좋아요 0 | URL
영화 끝부분에서 여럿이 어울려 춤추는 군무 장면이 나오는데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관람했던 인도영화 <신상>이 잠시 떠올랐어요. <신상>에서 흐르던 곡조가 언뜻 섞여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요. 굉장히 강렬한 영화였지만 얼마전에 다시 보니 너무 지루해서 볼 수가 없었어요. 중학교 때 그 지루한 영화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영어, 평생 웬수 같은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