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으로 드디어 딸이 교복에서 벗어났다. 더불어 나도 드디어 교복 세탁에서 벗어났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6년 동안 딸아이의 교복을 손세탁 해온 나로서는 해방감에 마음이 가벼워지다못해 설레기까지 했다. 특히 여름 생활복은 단 한 벌뿐이어서 밤 10시 넘어 집에 돌아오는 아이의 옷을 벗겨 매일 빠는 일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했으므로 더욱.

 

내가 학생이었을 때 우리 어머니는 내 교복을 아주 정성껏 빨아주셨다. 블라우스는 비누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깨끗한 물에 몇 시간씩 담가 놓으셨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세탁만큼은 반드시 손세탁을 했다. 생활복은 예외로 탈수는 세탁기를 이용했다. 건조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으므로.

 

그 교복을 오늘 마지막으로 빨았다. 그냥 버리더라도 깨끗이 빨아서 버리고 싶었다. 그간 손으로 빨았던 교복을 더럽게 마구 버리고 싶지 않았고, 딸도 교복을 버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이제는 꾀가 나서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이용하고 싶어졌다. 혹여 구길세라 (나는 평소 거의 다림질을 하지 않는다.) 교복만큼은 반드시 손세탁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입을 일도 없으니 좀 구기면 어떠랴싶어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이용해보자고 생각했다. 6년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이용한 교복세탁은 나름 모험적인 실험인 셈이었다.

 

결과는?

 

세탁기로 빠나 손으로 빠나 구김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이걸 이제야 알았다니...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 고마워. 나는 이 다음에 세탁기로 빨아야지."

 

 

(딸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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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22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어쩌죠.... 가슴이 너무 아픈...... 하지만 저는 손세탁 거의 하지 않아서_ 귀찮으면 속옷마저 세탁기에 겉옷이랑 한데 돌리는 막 나가는 스타일이라...... 우와 우리 엄마랑 시엄마 같다! 하고 감탄했어요. 하지만 손세탁에 관한 가슴 아픈 역사가 있어서 진짜 가능하다면 손세탁은 하고 싶지 않아요;;

nama 2015-02-23 07:28   좋아요 1 | URL
저도 실은 검정 겉옷과 하얀 속옷을 한꺼번에 세탁기에 넣어서 빨아요. 종종 회색으로 만들어버리지요. 그러나 교복만큼은 손세탁을 고집했는데...지금은 손목 건염이 살살 시작되고 있어요. 교복 좀 빨았다고 그런 건 아닐테고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겠지요.

라로 2015-02-2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전 따님보다 나마님이 부러워요!!!! 그렇게 헌신적인 어머니라니!!!!!! 막 눈물 흘리며 자러갑니다!!!!!!!

nama 2015-02-23 15: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왜 이러시나요? 헌신적? 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 댓글 보면 막 비웃을 거예요.
헌신과 미련은 다른 거랍니다.ㅋㅋ

라로 2015-02-24 03:53   좋아요 0 | URL
아니요,,나마님의 어머니요!!! 넘 헌신적!!! 부럽습니다. 지금도 나마님의 어머님은 헌신적이시겠죠!!!!!^^

nama 2015-02-24 06:26   좋아요 0 | URL
아니요...저희 어머니는 지금 요양병원에서 말년을 보내고 계시는데 자식조차 반가워하지 않으세요. 삶을 놓으신 것 같아요. 그렇게 헌신적으로 보살핀 자식들은 어머니께 그다지 헌신적이지 못하지요. 자식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