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으로 드디어 딸이 교복에서 벗어났다. 더불어 나도 드디어 교복 세탁에서 벗어났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6년 동안 딸아이의 교복을 손세탁 해온 나로서는 해방감에 마음이 가벼워지다못해 설레기까지 했다. 특히 여름 생활복은 단 한 벌뿐이어서 밤 10시 넘어 집에 돌아오는 아이의 옷을 벗겨 매일 빠는 일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했으므로 더욱.
내가 학생이었을 때 우리 어머니는 내 교복을 아주 정성껏 빨아주셨다. 블라우스는 비누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깨끗한 물에 몇 시간씩 담가 놓으셨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세탁만큼은 반드시 손세탁을 했다. 생활복은 예외로 탈수는 세탁기를 이용했다. 건조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으므로.
그 교복을 오늘 마지막으로 빨았다. 그냥 버리더라도 깨끗이 빨아서 버리고 싶었다. 그간 손으로 빨았던 교복을 더럽게 마구 버리고 싶지 않았고, 딸도 교복을 버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이제는 꾀가 나서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이용하고 싶어졌다. 혹여 구길세라 (나는 평소 거의 다림질을 하지 않는다.) 교복만큼은 반드시 손세탁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입을 일도 없으니 좀 구기면 어떠랴싶어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이용해보자고 생각했다. 6년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이용한 교복세탁은 나름 모험적인 실험인 셈이었다.
결과는?
세탁기로 빠나 손으로 빠나 구김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이걸 이제야 알았다니...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 고마워. 나는 이 다음에 세탁기로 빨아야지."
(딸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