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지 않을 수 없는 이유.
하나.
될 수 있는 한 책을 덜 사는 방향으로 나가던 나의 전의가 기껏 사은품 하나에 흔들렸다. 그간 두 군데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것으로 만족했는데 이 베개 앞에서 마음이 무지 약해지고 말았다.
다른 예쁜 것들을 놔두고 내가 이 놈을 고른 이유는 딱 하나...때가 덜 탈 것 같아서다. 지성이 넘쳐흐르는, 지성 전용 샴푸를 써야하는 내 머리카락의 성질상 실사구시를 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서의 괴로움? 아니 사은품의 괴로움!
둘.
http://blog.aladin.co.kr/nama/7108794
위의 글을 보신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1박2일 디톡스>라는 책을 읽고 직접 그 한의원을 찾아가서 책에 실린대로 디톡스를 했는데, 드디어 그 결과를 확인했다.
의사의 지시대로 약재를 써서 8월과 9월에 걸쳐 두 차례 신장정화와 간정화를 실시했다. 10월 초쯤 지방간 검사를 받아보면 간이 깨끗해져 있을 거라고 해서, 어제 기대를 한아름 안고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지간신경종 수술을 받을 때 검사한 간 초음파 사진과 비교해봤는데, 의사왈, 별로 달라진 게 없단다. 지방간이 그렇게해서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체중조절이 중요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단다. (누가 이 말을 모르느냐고!)
남편까지 끌어들여 이 짓을 하느라고 비용도 적잖이 들어갔는데...남편 왈, "한 번 이렇게도 해봤다는 거지."
누구 탓을 하랴. '기본에 충실'하게 살고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좀 더 쉬운 길이 없을까 고개를 이곳저곳으로 돌린 나의 얄팍함이 문제다. 책도 함부로 읽을 일이 아닌 것 같다. 제대로 읽을 자신 없으면 애초부터 가까이 하지 말던가.
물론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체중이 좀 줄고 허리곡선이 아주 조금 살아났으니까. 어제는 한 동료가 나보고 슬림해졌다며 비결을 묻기에 1박2일 디톡스 덕이라고 했더니 눈을 반짝이면서 궁금해하기에 간초음파 검사 결과 나오면 자세한 방법을 가르쳐주겠노라고 대답했다. 그간 내 주위에 있는 여러 동료들이 초음파 결과를 나 만큼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내 결과가 좋았더라면 그 한의원에 벌떼처럼 몰려갔을 텐데...
그래도 웃음이 나온다. 초음파검사비가 10만 원 넘게 나왔다. 그래서 더욱 크게 웃는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