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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
후 샤오시엔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0년 7월
평점 :
아...감탄사를 남발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2005년 대만에 다녀온 후 늘 보고싶어서 안달하던 영화였다. 오늘 도서관에서 대만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DVD가 눈에 띄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속으로. 역시 도서관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서관에 올 때는 되도록 책을 갖고 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책을 뒤지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그리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다. 대만의 현대사(일본 패망 이후, 우리의 5.18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인 2.28 양민학살)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은 물론 영화에 나오는 네 형제의 인생역정의 줄거리도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영화에 비하여 화질이 많이 떨어지고, 자막처리도 중국어 위에 한글을 덧씌우고 있어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케이스 뒷면에 소개된 줄거리를 중심으로 네 형제 이야기를 겨우 꿰맞추고, 한글 자막 찾아서 겨우 내용 파악 들어가고...에고...이 영화가 궁금했던 건, 스토리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주펀이라는 동네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 멋진 동네를 심란한 시골 마을로 의미축소해버리는 슬픔을 맛보았다고나 할까. 하기야 영화 내용상 근사한 풍경을 자랑하는 것도 어울리지는 않겠다. 1989년에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배우 양조위가 이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사실 연기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좀 많이 경직된 모습이다.
그래도 명불허전이라는데 이 영화에서 명장면을 꼽으라면 엔딩크레딧이 나오기 직전의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다.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네 형제에게 차례차례 닥치는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폐인으로 남은 셋째 아들과 자식들을 잃은 늙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나머지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평소처럼 밥을 먹고 평소처럼 (아마도)마작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쓸쓸하다고도 즐겁다고도 말할 수 없는 장면이 2~3분가량 정지된 화면으로 이어지다가 막을 내린다. 분명히 땅을 치고 곡을 해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조금도 슬퍼하는 기색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것은 없다, 독할 정도로. 절제된 슬픔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묘한 밝은 분위기, 그래서 더 애잔하고 쓸쓸해지고 슬퍼진다. 밝고 화기애애한 슬픔이라니...
The City of Sadness(원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