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즈 가수인 웅산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45명의 중3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선 오늘 2년 마다 있는 맞춤장학이 있는 날이었다. 일종의 학교 평가 같은 건데 더불어 학부모 공개수업까지 있었다. 두 학급 콘서트 관람건을 제의한 옆 선생(20여년 지기)을 따라 이 공연 관람을 준비한 것은 지난 4월 부터였다. 물론 미리 구두로 교감한테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5월에는 일찌감치 예매까지 마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학교의 큰 행사인 맞춤장학과 날짜가 겹쳤다. 맞춤장학 날짜가 발표된 것은 6월 초였다. 예술회관은 거기대로 사정이 있어서 환불은 불가능하다 하고, 학교에선 교감이 절대 불가하다고 끝까지 결재를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힘들게 다녀왔다.
줄거리는 이렇게 단순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참 여러번 한숨을 토해내고 달갑잖은 회의에 빠져 들곤 했다. 학교 행사와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절대 불가를 외친 교감은 내부결재를 낸 옆 선생을 몇번씩이나 오라가라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보다못해 아니 견디다못해 이번에는 교장한테 가서 사정을 말했다. 허락이 떨어졌다. 교장의 허락에도 불구하고 교감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또 오라가라 했다. 다시 교장한테 갔다. 역시 허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감은 우리가 기안한 출장 신청에 끝까지 사인을 하지 않았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지만 별 수 없다. 교감은 교감의 길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길이 있을 뿐이다. 서로 인정할 뿐, 필요 이상의 감정 낭비는 없어야 하는데...글쎄 내가 교감이라면 어떨까? 앞으로 그럴 일이 전혀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왜 그런 불편한 길을 걸어가려고 아우성들인지.....
이런 우여곡절 끝에 다녀온 콘서트는...훌륭했다. 아이들이 지불한 5,000원(학교에서 나오는 학급운영비로 개인당 2,000원을 쓸 수 있으니 합계 7,000원이 들어갔다.)이 절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 재즈 음악을 들어보길 했을까. 나 역시 그렇고.
아이들을 데리고 무슨 일인가를 벌인다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오늘도 그랬다. 주의를 그렇게 주어도 티켓을 분실하지 않나 교통 카드를 잃어버리질 않나. 그것도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절대로 뛰지 않는 게으른 녀석들을 다그쳐 겨우 도착하니 이미 공연은 시작되었다. 두 곡이 끝나 겨우 입장할 수 있게 되어 뒷좌석에 겨우 앉을 수 있었는데, 가수의 얼굴 윤곽만 겨우 보이는 거다.
웅산의 노래에 빠져들다보니 눈물이 찔끔 나온다. 옆 자리에 앉은 우리반 녀석들 생각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할 수 있는 게 재즈구나, 싶었다. 긴장된 몸과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지만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남겨두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게 재즈구나, 싶었다.
공연장을 나서면서 우리반 남학생 녀석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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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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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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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없는 부부들이 흔히들 '자식 때문에 산다'라고 하듯 나는 '학생들 때문에' 선생질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