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 Dao. D자는 왼쪽 직선 가운데에 - 선을 그어주고 o 자는 위에 -선을 눈썹 긋듯이 그어 넣어야 베트남 사람들이 쓰는 글자가 되는데 도저히 그렇게 쓸 재간이 없어 말로 풀어 쓰는 수 밖에 없다. 매화를 가리키는 베트남 단어다. "화 다오" 비슷하게 읽는단다.
사군자. 매난국죽. 이 중에서 매화를 노래한 시 한 편 딱 떠올라줘야 글에 폼이 날텐데 시험지 앞에두고 머리가 창백해지는 학생 꼴이 되어버린다. 봄에 흔하게 보는 개나리나 진달래보다 더 접하기가 힘든 tv 화면에서나 보는 먼 동네의 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리라.
운이 좋거나 아니면 평소에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는 이 매화를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원없이 보았다. 집집마다 상점마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마냥 화분에 심거나 화병에 담아서 눈에 잘띄는 곳에 모셔놓고 있었다. 우리가 머문 호텔이나 우연히 들어간 식당, 기차역 대합실...매화가 없던 곳이 있었던가를 생각해내기 힘들 정도다.
사파의 Mountain View Hotel 에 머물며 영어가 시원찮은 종업원에게 겨우 물어서 꽃이름까지는 알 수 있었으나 이 꽃이 왜 베트남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의 의사소통 영역 밖의 일이었다.
긴 가지에 어쩌다 한두 송이 피어있는 매화를 보면 어렸을 적-아마 7~8살 무렵- 산너머 공동묘지로 가는 한겨울 눈덮인 오솔길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던 기억이 더듬어지기도 하고, 지금은 연락없는 옛 친구와 함께 한 어느해 5월의 덕유산 등산 길에 발 밑으로 흩날리던 꽃잎이 새삼 생각이 나기도 한다. 음, 그 꽃은 산벗꽃이었지, 아마.
한겨울 나목의 긴 가지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이 매화를 사랑하는 베트남 사람들. 집집마다 모시며 기복을 기원하는 지극히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그네들의 신과 더불어 그네들의 마음에 피어오르는 매화 한송이는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속에 핀 매화를 더듬어보게한다. 참 아련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