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과 시클로 - 이지상 베트남 여행기
이지상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지상의 여행기를 여러 권 읽어보지만 역시 그의 진가는 여행 자체의 기록-시간별 일정이나 여행지 소개 등-보다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닐까 싶다.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p.204  예전에는 고통스런 현실이 더 소중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고통조차 소멸시키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그 단단해 보이는 현실은 모두 시간 속에서 소멸하고 있었다. 그 소멸 속에서 모든 것은 환상이 되어갔다. 눈앞에 흐르는 세상을 부정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도 없었다. 다만 눈부시게 빛나는 소멸의 미앞에서 종종 가슴이 떨려왔다.

 여행을 오래한 자의 노래같다고나할까. 이런 대목에서는 음유시인 레오나드 코헨의 저음의 노래나  어깨춤 임의진이 선곡한 노래들을 듣는 것 같다. 묘한 중독성마저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1993년 부터 2005년 사이에 네 번을 다녀와서 쓴 책이라서 베트남의 변화된 모습을 잘 엿볼 수 있었다. 여행 연륜이 읽혀지는 여행기이다. 알듯 모를 듯하던 베트남 전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힌두교 왕국이었던 참파왕국(p.224)에 대한 부분이나 특히 관심이 가던 호이안(p.202)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어느 정도 갈증을 풀 수 있었다. 1511년 포루투갈의 멜라카 점령과 1540년 호이안과의 교역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아쉬웠지만 관심을 갖게되면 언젠가는 다시 접할 기회가 있을테니까 우선은 이런 사실만이라도 반가운 내용이었다.

p.294 ....그런 여행과 글쓰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이들은 이런 여행기를 사주는 분들인데, 그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따스한 시선 덕택이었다.

이 말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따스한 시선'은 모르겠지만 그가 여행을 오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오늘도 나는 그의 책을 구입하고 읽는다. 나도 오래오래 여행하는 게 꿈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