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결정으로 페낭을 다녀왔다. 6월의 어느 날, 페낭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는 오전에 항공권을 오후에 호텔을 예약했다. 페낭은 2012년 말레이시아 말라카를 여행할 때 이미 마음 속에 있었다. 페낭과 말라카를 저울질하다가 말라카를 선택했었다. 그후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 오랜 시간 꿈의 씨앗을 뿌리고 지속적으로 관심이라는 물을 주었다. 그러니 즉흥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결정적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증은 종이로 출력할 필요가 없는데도 여유분까지 2부씩 프린트했다. 이번엔 WhatsApp까지 깔았다. 호텔 체크인 문제로 호텔주인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WhatsApp은 또 하나의 신세계. 국내에선 카톡이라면 해외에선 WhatsApp이 유용하다. 자동번역 기능도 있어서 사용법도 쉽다. 영작문으로 메일을 보내던 게 옛날 일이 되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뭔가를 깔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 지난번엔 스마트패스앱 설치하느라 애를 먹었다. 실제 사용해보니 스마트하긴 했다.


Grab도 이용했다. 딱 두 번. 늦은 시각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 갈 때, 이른 새벽 호텔에서 공항터미널 갈 때. 그 외에는 일반버스와 무료셔틀버스를 거의 날마다 이용했다. CAT(Central Area Transit) 버스는 조지타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구역을 순환하는 무료셔틀버스인데 어떻게 알게 되었냐 하면...제미나이 덕이다. 버스 타는 방법을 물었더니 CAT버스도 소개해주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에게 인기가 있는 듯했다. 외국인으로서 무료버스를 타는 게 고맙기도 했고 이런 복지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섬 전체 면적이 울릉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 페낭에서 9박을 했는데 예상보다 갈 곳이 많았다. 차이나 로드와 리틀 인디아 사이에 있는 호텔을 중심으로 골목을 샅샅이 탐색했다. 신시가지에 있는 거니 플라자와 거니 파라곤 몰도 빠뜨리지 않았다. 물론 무료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심하게 다니는 게 우리(남편과 나)의 여행 의도였다. 여행 중 한국인은 딱 두 번 마주쳤다. 페낭 힐과 아르메니안 거리에서. 둘 다 유명한 관광지이다. 


혼종의 도시, 페낭인지라 먹거리는 다양하지만 입이 짧아진 나는 조심스러웠다. 점심을 온전하게 먹은 날은 저녁을 거의 굶다시피 했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니 배가 고프지는 않았는데 덕분에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동남아에서 금식이라니. 먹는 것과 별개로 기운은 남아돌아서 피곤한 줄 모르고 다녔다. 조금만 먹고도 잘 걷고 잘 다녔으니 이젠 어떤 경지에 오른 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떠올린다면? 다양한 종교의 공존이다. 거리 이름 자체가 하모니 스트리트에는 여러 종교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쪽 거리에 성공회 교회, 중국 사원, 이슬람 모스크가 거의 나란히 이웃하고 있고, 길 건너편에는 힌두교 사원이 있다. 새벽 5시만 되면 어김없이 모스크에서 아잔이 흘러나오고, 중국 사원인 관음사에서는 종아리만한 굵기의 대형 향이 매캐한 향을 뿜어내고, 사원 옆 길 모퉁이 간이 힌두교 사원에선 작은 푸자를 올리고 있다. 아침마다 듣고 보는 풍경이다. 지난 이백 년 동안 이어온 풍경이리라.



모스크



힌두 사원



관음사



성공회 교회



이 모두가 하모니 스트리트에 면해 있다. 그것도 서로서로 아주 가까이에 있다. 페낭의 하모니 스트리트에 평화가 있는 한 세계 평화가 유지 되지 않을까. 반대로 이 평화가 깨지는 날 세계의 평화도 깨지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페낭에 관한 책.















여행 전에는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이젠 머리에 쏙쏙 박힌다.















흠...이 책은 페낭에 다섯 번쯤 다녀오면 눈에 들어올라나...너무나 전문적임.
















말레이시아 유명 작가의 소설. 일단 구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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