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씨앗을 뿌린 채송화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난생 처음 내 손으로 씨앗을 뿌렸는데, 그 전에 자투리 땅을 갈고 퇴비를 듬뿍 주어 밭으로 만드는 사전 작업은 남편이 했으므로 사실 내가 해냈다고 자랑할 일은 못된다. 나는 다만 줄맞춰 씨만 뿌렸으므로. 공동 작업이라고 하기에는 내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그건 그렇고.
자세히 살펴보면, 빨간 채송화는 줄기도 빨강색에 가깝고, 하얀 채송화는 줄기도 옅은 연두색인 걸 알 수 있다. 줄기를 보면 꽃 색깔을 알 수 있는 것이다(사진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고는 작은 탄성을 질렀다. 텃밭에 심은 감자는 하얀 꽃을 피웠는데 감자 역시 그럴 것이다. 보라색 꽃엔 보라색 감자가 자란다고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모든 걸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아니니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