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에 힘없이 한쪽으로 쓸려간 폰툰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을 하느라 전력을 기울이는 남편.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눈치껏 사용한 밧줄을 정리해놓는다.
이곳에 드나든지 십 년이 훨씬 넘었지만 이제야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좀 더 디테일해지는 기분이다. 여전히 놀라움을 주는 야생화, 그 무심히 바라보던 야생화들이 하나하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경이롭다. 누군가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생각해보게 된다.
고마리. 작고 연약해보이지만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은 풍요롭고도 자못 당당하다.
수크령. 새 아파트 단지에 새로 조성한 화단에서 보았던 식물인데 이런 깊은 산중에 있었다.
산박하.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이름이어서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특징없는 평범한 이웃같은 인상이다.
오이풀.
참취꽃. 엄지손톱보다 조금 더 큰데 나름 청초하고 고고한 자태를 하고 있다.
병조희풀. 자작나무 밑에서 숨죽이고 피어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름에 '풀'이 들어가지만 어디까지나 나무라고 한다. 보면 볼수록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물봉선 시리즈.
너무 작아서 이름없는 들꽃인가 했는데 엄연히 이름이 있다. 잔대.
다래. 어느날 고개를 들고 산을 주시했더니 다래덩굴이 산더미 만하게 퍼져있는 게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온천지에 너무나도 흔해서 천덕꾸러기가 된 칡. 나는 칡처럼 살고 싶다...라고 하면 안될까. 어느 곳에 뿌리내려도 질기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생명력은 감탄의 대상. 뿌리는 땅을 휘어잡고 꽃은 공기를 향기로 채운다.
여러 사람들이 뜻을 모아 발간한 대단한~~~책. 오이풀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으려나...궁금해서 사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