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중국편3을 완독하니 중국편1, 2도 마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3이 나오기 전에 1을 먼저 읽긴했으나 이내 책을 덮고 말았다. 도서관 반납 기간이 다가오도록 책이 눈이 들어오지 않아서였다. 답사기라면 당연 현장감이 우선인데 현장감을 도무지 느낄 수 없었다. 학구적인 건 다른 책으로도 충분하다. 또 하나, 책은 내 돈주고 사봐야 잘 읽힌다는 걸 중국편3으로 확인, 새삼.
어느 답사나 마찬가지이지만 중국 답사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유적지에 대한 설명보다도 그곳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100쪽
어쩌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인데 이렇게 꼭 집어서 말해주는 사람은 고수 중의 고수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걸 가장 쉽게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가장 필수적인 것'이 '역사를 아는 것'. 2년 전 실크로드 일대를 다녀오고도 전후좌우가 얼키고 설키면서 개념이 잡히지 않았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였다는 것을 위의 문장을 접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교하고성(기원전 2세기 차사국)-고창고성(6세기 고창국)-아스타나 고분(7세기 당나라)-화염산(7세기 현장법사)-베제클리크석굴(9세기 위구르제국)-시내 소공탑(18세기 회교사원)-카레즈 전시관-투르판 박물관 -74쪽
위와 같은 순서로 진행했다는 부분을 읽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교하고성과 고창고성을 다녀오고 베제클리크석굴, 소공탑, 화염산, 카레즈 전시관도 봤지만 이 모두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물론 개별적으로 설명은 들었었다. 문제는 한줄기 흐름으로 꿸 수 없다는 것. 역시 유홍준 교수는 답사의 대가는 대가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건 쉽지 않다. 일반 여행사 패키지 상품도 많지 않고 모객이 되기도 쉽지 않다. 2년 전 여름에도 2~3개 여행사에서 10명이 신청해서 겨우 연합상품으로 다녀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중국이니까 소인원으로 여행이 가능했지 유럽같았으면 출발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렵게 갔었지만 실은 이 책에서 언급된 지역의 반이나마 갔을까. 쿠차, 타클라마칸사막, 호탄, 카슈가르는 그저 책으로만 접할 뿐이다. 실크로드 관련 책에서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지만 내가 발을 딛지 못한 곳은 나의 것이 되지 못한다. 그저 아쉽고 감질나고 안타까울 뿐이다. 미련이 남아서 또 꿈을 꾸게 된다.
신강성의 성도가 우루무치이지만 위구르인의 마음의 수도는 카슈가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도 민족감정이란 그런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일찍이 신강성을 '위구르자치구'로 지정해 형식으로나마 반(半)독립적 성격을 부여했던 것이다. -390쪽
우루무치만 가보고 카슈가르를 못 가봤으니 위구르인의 마음을 읽기란 더 힘들 터.
그러나 막상 카슈가르에서 우리가 답사할 곳은 많지 않다. -391쪽
그래도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 실크로드임에는 틀림없다. 히말라야가 그랬듯 실크로드 역시 여행 전보다 여행 후에 더 빠져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일천한 경험상.
젊었을 때는 모두 화려하고 발달된 문명을 경험해보고 싶어해 파리, 런던으로 떠나는 배낭여행을 선호한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유명한 박물관과 역사 유적을 찾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를 여행한다. 그러다 중늙은이가 되면 역사고 예술이고 골 아프게 따질 것 없는 중국의 장가계, 계림 등 자연관광과 일본 온천여행을 선호한다. 그러다 노년이 가까워진 인생들은 오히려 티베트, 차마고도 등 인간이 문명과 덜 부닥치며 살아가는 곳을 보고 싶어한다. 인간의 간섭을 적게 받아 자연의 원단이 살아 있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 노년에 들면서 깊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몸이 받쳐주지 못하여 그냥 로망에 머물고 말기 일쑤다. 그러므로 실크로드 답사 중 타클라마칸사막을 경험해본다는 것은 노년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큰 호강이다. -281~282쪽
이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부분. 유쾌하게 웃으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런던이나 뉴욕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리고 티베트, 차마고도는 20년 전에도 가보고 싶어하던 곳이다. 여행에 관한 한 나이는 먹지 않는다. 다만 몸이 받쳐주지 않을까 저어할 뿐.
중국어의 외래어 표기, 특히 인명 표기는 정말로 어렵다. 중국인 자신들도 어려운지 아주 유명한 사람은 아예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사사비아(莎士比亞)라고 표기하고 줄여서 사옹(莎翁)이라고 부른다.
사사비아라고? 재밌어서 딸에게 퀴즈를 냈더니 단방에 셰익스피어를 맞춘다. 난 아무리 발음해도 이해할 듯 말 듯한데, 중학교에서 중국어를 조금 배운 딸은 중국어에 대한 감이 살아있나보다. 배운 것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일까.
읽고나니 목마른 책.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