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에 갔다. 앞선 사람들을 한명한명 따라잡았더니 1시간 50분 걸린다는 1코스를 1시간 20분에 주파하게 되었다. 남편 왈, 자기가 알고 있는 남자들과 산에 오를 땐 쉬엄쉬엄 올라서 심심한데 나랑 오르니 숨이 가빠서 좋다고...
˝이분들도 다녀오셨잖아.˝
하산 중에 만난 어떤 젊은 남자가 우리옆을 지나가면서 자기 일행에게 하는 말이었다. 백발 때문에 ˝어르신˝ 소리를 듣고 있으니 뭐 그러려니 했다. 까짓 염색이 뭐라고.
산에 오를 땐 날다람쥐였으나 내려올 땐 남편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류머티즘으로 인한 발가락 관절 통증은 하산할 때 심하기 때문이다. 산은 원래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들다. 차라리 류머티즘 핑계를 댈 수 있어 좋다고나 할까.